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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 한복판에 사는 평신도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14 조회수573 추천수6 반대(0) 신고

 

 

세상 한복판에 사는 평신도

 

-이기양 신부 -

 

 

어느 날부터 낯선 청년이 미사에 나오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보통 본당 신자들의 이름까지는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도 얼굴은 대충 알고 있던 터라 말을 붙여 보았지요. "자주 만나지 못한 분 같습니다."... 그랬더니 그 청년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지 꽤 지났는데 이제야 성당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며칠 전에 시골에 계신 청년의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겁니다.

"너 요즘 성당은 잘 나가고 있겠지?"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아직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요."

 

청년이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전화를 끊은 아버지가 한달음에 서울로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왜 신앙생활을 해야 되는 지 아들에게 진지하게 설명하고 바로 성당을 찾아 나섰답니다. 그 주일에 청년은 성당을 찾아왔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신앙이 아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자식들에게 신앙을 물려주는 것이 평신도만의 고유 사명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평신도는 성직자와 수도자들과는 달리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훌륭한 평신도의 삶은 성직자와 수도자처럼 신앙이 깊을수록 세속을 떠나서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평신도의 가장 큰 특징은 '세속성'입니다. 제 2차 바티칸공의회는 평신도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평신도들은 본래 현세적인 일에 종사하며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함으로써 천국을 찾도록 불린 것이다. 그들은 세속에 살고 있다. 세속의 온갖 직무와 일, 가정과 사회의 일상생활 조건들로 그들의 존재 자체가 짜여진 것처럼 그 속에 살고 있다. 그 속에서 그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복음의 정신으로 스스로의 임무를 수행하며 마치 누룩과도 같이 내부로부터 세계 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이며 특히 믿음과 바람과 사랑에 빛나는 신앙생활의 증거로써 이웃에게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것이다."(「교회헌장」 31장)

 

세상 안에서 태어나서 세상에서 살고 세상의 소명을 받아 세상을 성화시키는 것, 이것이 평신도의 역할이라는 것이지요. 평신도 활동의 중심지는 가정과 사회이며, 평신도의 사명은 세상을 복음화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 안에서 신자답게 살아가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이 복음적이기보다는 너무나 비복음적이고, 약육강식의 논리인 자본주의의 물결이 휩쓸고 있기에 복음 말씀대로 살기가 쉽지 않은 곳이지요. 어설프게 신자임을 드러냈다가는 손해를 보기가 쉽고 자칫 바보가 되기 쉬운 세상입니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나 직장, 사회에서 자신이 신자임을 드러내기를 꺼려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평신도는 몸담고 있는 그 곳에서 세상을 성화시키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다시 한 번 각성시켜주는 날이 오늘 평신도 주일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공무원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 모두가 그 분을 알고 있었고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그 과장님만은 믿습니다. 그 분을 존경합니다."

 

그 분은 참으로 신자답게 사는 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참 보기 드문 좋은 사람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인정하고 은근히 존경심마저 갖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천주교 신자더라"하면 어떻게 됩니까? 과연 천주교 신자는 다르다는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이 세상을 변화시켜 가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 덕분으로 비신자들이 말합니다.

 

"나중에 종교를 갖게 된다면 천주교 신자가 되겠다."

이것이 바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평신도의 모습입니다.  

 

각자 몸담고 있는 그곳에서 신자답게 살아가면서 세상을 성화시키는 것이 평신도의 사명이며 신자들의 구원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세상입니다. 훌륭한 평신도란 성직자 수도자들처럼 세상을 떠나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 한복판에서 세상을 복음화시키고 구원의 장으로 만드는 몫을 충실히 해내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풍파를 복음의 힘으로 성화 시키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평신도의 삶을 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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