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실타래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18 조회수426 추천수5 반대(0) 신고
 
한 두어달 전 즈음 반짝이는 실 한가닥이 가늘게 들어간 따뜻한 크림색 실을 사서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무 생각없이 휴식하고 싶을 땐 어김없이 실타래를 껴안고는 안뜨기 겉뜨기를 반복하며 목도리를 뜨곤 합니다. 실뜨기에 별 재주는 없지만 중학교 때 가정, 가사 시간에 배운 기본적인 방법으로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여 지금은 제법 길다한 목도리가 되어가고 있어요.
 
단순한 일을 반복하다가 문득 지난 여름 피정에서 만난 신부님의 말씀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피정 중에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고 연세가 지긋하신 자매님께서 신부님께 공손하게 질문을 하나 드렸어요.
 
'신부님, 사목하시는 중에 어떤 일이 제일 힘이 드시나요?'
 
신부님께서는 잠깐 침묵 하셨다가 아주 신중한 어투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관계를 회복시키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한 쉽지만은 않으나 하느님께서 제게 소명으로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자들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잘 맺도록 하는 일, 공동체 안의 교우들이 사랑의 관계를 맺는데 작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신부님의 사려 깊은 말씀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그 신부님께서는 사랑의 관계를 맺지 못하고 어긋나 버린 신자들간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고 있음을 피정에 오신 그 본당의 다른 자매님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구요.
 
하느님과 나의 관계를 제대로 맺으면 사실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는 엉켜진 실타래가 풀리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회복이 됨을 저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자연스레 이루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 내가 매일 매일 얼마나 사랑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 듯해요.
 
가장 큰 맥을 잡아주는 그 실이 엉켜버리면 꼬이고 꼬인 실을 풀어갈 수가 없어요.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고 끊임없이 그 분안에 머물고자 한다면 이기심, 질투심, 미움 혹은 무관심 등으로 엉켜진 내 이웃과의 관계도 사랑의 관계로 맺어질 거예요.
 
모두가 사랑하고픈 마음은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심어주신 마음입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그 마음을 자유롭게 생각과 말과 행위로 펼치기 위해서는 하느님 늘 나와 함께 하심을 기도와 말씀을 통해 자각하고 있어야할 듯합니다.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저도 그러지 못할 때가 많지만 매일 매일 노력 합니다. 지식과 지혜가 부족하여 우주 만물보다 크신 하느님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 분을 알기 위해 기도하고 공부하고 성실히 노력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느끼기 위해 저의 모든 감각을 열어둡니다.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이 제 정신을 깨우듯 제 코끝도 빨갛게 만드는 계절이 왔어요.
 
어제 아침에는 정원에 가서 떨어진 낙엽도 보고 한바퀴 산책을 하며 떨어지는 가을에 제 마음도 살며시 실은 낙엽이 되어 보았습니다.
 
사진 올립니다.
 
그럼 아름다운 가을 날 주님 안에 깨어 있어 행복한 날 되세요. 사랑합니다.
 
로사 드립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