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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21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21 조회수676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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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루카 23장 35-43절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막판뒤집기>

 

 

    축구시합을 할 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주 극적인 경우를 봅니다. 막판 뒤집기입니다. 경기가 거의 다 끝나가는 순간입니다. 후반전 남은 시간은 1분, 스코어는 1:0 우리가 지고 있습니다. 우리 팀의 패배가 거의 확실합니다.

 

    그러나 가끔 기적 같은 일이 생기지요. 막판에 젖 먹던 힘을 다합니다. 정규 시간이 끝나는 순간 우리 편이 한 골을 넣고 동점을 만듭니다. 그리고 심판이 준 추가시간이 2분, 한골 넣은 여세를 몰아 종료직전 한골을 더 넣습니다. 극적인 역전승이지요.

 

    그 순간의 기분은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입니다. 선수고 코칭스텝이건 다들 너무 좋아 얼싸안고 그라운드 위에 쓰러집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극적인 ‘막판뒤집기’ ‘인생 역전’이 오늘 복음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우도였습니다.

 

    그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이제 정규 게임은 끝나고 후반전 인저리 타임에 막판뒤집기를 성공시킵니다.

 

    그는 너무나 죄스러웠고 송구스러워, 차마 그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예수님께 아룁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이런 그는 누구였습니까? 좌도에게 자신의 말을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우도는 형 중에 가장 극형으로 손꼽히는 십자가형을 언도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십자가형은 예수님처럼 무죄한 형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잘못과 과오로 인한 형벌이었습니다.

 

    그는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을 것입니다. 나라에서도 몇 번 기회를 줬겠지요. 그러나 번번이 그는 그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 결과가 십자가형이었습니다.

 

    이런 그였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막판에 용기를 냈기에, 늦었지만 예수님 안에 긷든 하느님의 신성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명확히 신앙을 고백했기에 이런 정말 놀라운 상급을 선물로 받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우도 사건’을 묵상할 때 마다 저는 우리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온 몸으로 확인합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구원의 대열에 합류한 우도의 신앙을 묵상할 때 마다 저는 크나큰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얻습니다.

 

    끝까지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느님, 마지막 순간까지 문을 열어놓고 계시는 인자하신 아버지, 그분의 사랑 앞에 감격할 뿐입니다. 행복할 뿐입니다.

 

    적대자들에게 체포되신 예수님, 그 이후에 보여주신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은 철저하게도 수동적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끌려가는 어린 양’이셨습니다. 조금의 저항도 없이 순순히 포박당하십니다. 헤로데 앞으로, 빌라도 앞으로 그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십니다.

 

    이제 더 이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메시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위엄과 지혜로 가득 찬 영광의 왕으로서의 모습도 더 이상 없습니다.

 

    무기력한 메시아, 한갓 말단 군인으로부터도 무시당하는 왕인 예수님의 마지막 모습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더 이상 놀라운 기적도, 가슴 뛰게 하는 치유활동도, 감동적인 강론도 없습니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에 실망을 느낀 군중들도 떠나갑니다.

 

    정녕 모든 것이 끝나버린 걸까요?

 

    그러나 오늘 복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상 위에 높이높이 매달리신 예수님, 무거운 십자가를 저 밑에서도 부터 골고타 언덕 끝까지 지고 오시느라 체력도 다 고갈되신 예수님, 무수한 채찍과 못 박힘으로 인한 출혈로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예수님, 죽음을 목전에 둔 예수님이셨지만, 그 절박하고 고통스런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당신이 행하셔야 할 마지막 사도직을 또 수행하고 계십니다.

 

    그 사도직은 바로 회개하는 우도에게 구원을 선포하는 사도직이었습니다. 죽음의 길을 걸어 가시면서도 한 인간의 구원, 그것도 가장 ‘몹쓸’ 인간의 구원을 위해 노력하시는 하느님께 그저 감사와 찬미를 드릴 뿐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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