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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아의 방주에 없는 것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24 조회수428 추천수8 반대(0) 신고

 

 

노아의 방주에 없는 것 - 윤경재

 

“이 모든 일에 앞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루카 21,12-19)

 

 

창세기 6장에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상이 하느님 앞에 타락하여 폭력으로 가득 차 있어 하느님께서 모든 살덩이들을 없애버리려고 작정하셨습니다. 그때 노아만은 의롭고 흠 없는 사람이어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어 홍수에 대비하도록 하였습니다. 노아는 하느님께서 명령하신대로 따랐습니다.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방주의 제작 방법을 성경은 상세한 수치로 적어 놓았습니다. “너는 전나무로 방주 한 척을 만들어라. 그 방주에 작은 방들을 만들고, 안과 밖을 역청으로 칠하여라. 너는 그것을 이렇게 만들어라. 방주의 길이는 삼백 암마, 너비는 쉰 암마, 높이는 서른 암마이다. 그 방주에 지붕을 만들고 위로 한 암마 올려 마무리하여라. 문은 방주 옆쪽에 내어라. 그리고 그 방주를 아래층과 둘째 층과 셋째 층으로 만들어라.” 

그 크기는 대략 축구장보다 약간 큽니다. 길이와 너비의 비는 6:1입니다. 조선공학자들은 그 6:1의 비가 뛰어난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놀라워합니다. 그런데 조선공학자들이 한 가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점은 방주에 돛이나 닻을 만들라는 말씀이 없는 것이며 심지어 키를 달라는 말씀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냥 생략했다고 여기기에는 방주 제작 방법이 자세합니다. 무엇인가 숨은 뜻이 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뛰어난 선박제조자인 노아도 방주를 지으며 궁금해 했을지도 모릅니다.

배에서 키는 방향을 조절하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선장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키를 움직여야 배가 방향을 잡습니다. 또 배가 세찬 폭풍에 기울어질 때 키를 제대로 움직여야 전복되지 않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노아의 방주에는 처음부터 키가 없었습니다.

배에 꼭 필요한 장치인 키가 노아의 방주에는 없었다는 것은 방주가 선장인 노아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는 말입니다. 홍수로 온 세상이 물에 잠겼어도 방주만은 거뜬히 건사했습니다. 땅이 마를 때까지 물위를 떠다녔습니다. 그리고 정한 위치에 무사히 닿았습니다. 비록 키가 없어도 전복되거나 엉뚱한 곳에 닿지 않았습니다. 

흔히 인생을 거친 바다라고 비유합니다. 신앙은 그 거친 바다를 작은 배를 타고 건너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배의 키를 부여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려 합니다.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처신합니다. 그러다가 조그만 풍랑이라도 만나면 자지러지게 놀랍니다.

마르코 복음서 4장38절에 예수께서 풍랑을 가라앉히시는 대목이 나옵니다. 풍랑 탓에 배에 물이 차올라 제자들이 죽게 되었는데도 예수께서는 고물을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고 합니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에서 키 없이 홍수를 건넌 노아의 방주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지금 예수께서 선장이신 방주를 타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방주에는 돛도 닻도 심지어 키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키를 잡아보려 애쓰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연히 없는 키를 무시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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