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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잊지 못 할 은사님의 가르침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27 조회수344 추천수11 반대(0) 신고
 
 

잊지 못 할 은사님의 가르침 - 윤경재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루카 21,34-36)

 

 

제가 학창시절 존경했던 은사님이 한 분 계십니다.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십니다. 수학 담당이셨지만, 여느 선생님들과는 많이 다르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지루한 수학 문제풀이만 하지 않고 풍부한 예화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곁들여가며 어떻게 슬기롭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학교에서 어려운 수학을 공부하는 목적이 너희를 골탕먹이고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기본 원리를 익혀 사물을 추리하고 응용하는 시각을 열어 주는 데 있다고 말끝마다 강조하셨습니다. 

그분의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이랬습니다. “살다가 어려운 고비나 문제에 닥치면 우리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하고 질문하면서 잠시 여유를 가지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남학생인 우리에게 좀 엉뚱한 예를 드셨습니다. 선생님 어머님께서 배우자감을 고를 적에 설거지를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고르라고 하셨답니다. 설거지가 쉬운 것 같아도 그 순서를 옳게 아는 여자들이 적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설거지를 무작정 시작하기보다 기름때가 적게 묻은 순서로 정리하고 기름때가 심한 것은 맨 나중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시간과 힘이 덜 들고 물과 세제를 아낀다는 것입니다. 또 그릇을 헹구고 말릴 때에 작은 그릇을 밑에 놓고 큰 그릇을 위에 포개놓으면 그릇끼리 겹쳐 물기가 더디 마르거나 때가 묻기 쉬우므로 큰 그릇을 밑에 놓고 적은 그릇을 위에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이 예를 드시면서 인생의 진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깔고 뭉개면 작은 사람은 그 그늘에 가려 제대로 숨도 못 쉬게 된다. 그러니 큰 사람은 작은 사람을 자기 어깨 위에 놓아준다는 기분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드셨는데 오래도록 제 가슴에 울렸습니다. 유명한 자물쇠 수리공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열지 못할 금고나 자물쇠가 없다고 소문이 자자한 분이었습니다. 제자를 가르치고 이제 독립시켜 내 보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고 그중 한 사람을 후계자를 삼아 가게를 물려줄 요량이었습니다.

수업 마지막 날 제자들에게 작은 손금고 하나씩을 나누어 주고는 열쇠 없이 열어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중에 한 사람을 후계자로 삼겠다는 발표도 하였습니다. 제자들은 빨리 여는 것이 문제인 줄 알고 온 힘을 다해 손금고를 열었습니다. 금고를 연 순서대로 스승님 앞에 섰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제자들에게 뜬금없이 손금고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다들 본대로 금화 다섯 닢이 있었다고 의기양양하게 대답했습니다. 단 한 사람만 아무것도 보지 못 했다고 부끄러운 듯 고백했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내 후계자는 이 사람이다.”라고 그를 지목하고는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모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떠나지 못 했습니다.

자물쇠 수리공은 자물쇠를 열기만 하면 됩니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겼는지 호기심을 느끼거나, 그 호기심에 자신을 팔면 안 되는 것입니다. 기술보다는 사람됨이 더 중요했습니다. 호기심이 일지 않은 그 단 한 사람만이 평소에 스승의 자세를 눈여겨보았고, 스승이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하고 자문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뛰어난 스승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큰 교훈을 가르쳐 주십니다. 스승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고 물으며, 당신이 하신 것을 보고 배운 그대로 따라 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당신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게 하라는 부탁이셨습니다.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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