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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성찬식과 주님의 기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2 조회수2,377 추천수0

[전례 해설] 성찬식과 주의 기도

 

 

천주교 신자는 예외 없이 인색한 줄로만 알았다. 헌금이나 교무금, 봉헌은 십일조 정신이 아니고 30일조도 못된다. 낼 때에는 뒤로 물러서고 받을 때엔 앞장선다. 혼자 독차지할지언정 나눌 줄은 모른다. 기도할 때에도 베푸는 은혜 대신 일용할 양식뿐만 아니라 입학, 취직, 권력, 명예, 건강 등 모두 달라고만 한다.

 

그런데 얼마 전 200억 원을 마산교구에 기증한 신자가 있었다. 박범숙 할머니였다. 78년 간 독신으로 사시면서 일용할 양식을 근검 절약하여 모은 재산이었다. 그 돈을 교회 복지 사업에 써달라고 유언하였다.

 

그분의 기도는 어떠했을까? 내 이름 대신 하느님의 이름이 영광을 받고, 내 뜻 대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내 가족 대신 불우한 백성이 고루 함께 배불리 먹기를 기원하였을 것이다.

 

 

주의 기도

 

미사의 참뜻과 목표는 무엇인가. 영성체이다. 본래 영성체(Communio)란 공동 배려요 공동 소유란 뜻이다. 즉 그리스도와 신자들이 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만일 중대한 큰 죄를 지었다면 성체를 받아모시지 못할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에서 쫓겨남(excommunicatio)을 당하였다. 결과적으로 성찬식에서 그리스도와의 일치가 영성체의 핵심이 됨을 의미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요한 6,56).

 

그러면 왜 영성체 전에 주의 기도를 바치는가. 주의 기도는 예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가장 완전한 기도이다. 그러므로 이 기도는 언제나 어디서나 적합하다. 마사 끝 또는 시작 부분에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성체 전의 이 기도는 또 다른 뜻이 들어 있다. 우선 일용할 양식을 청함으로써 신자들에게 성체를 암시해 준다. 둘째는 죄의 용서를 청함으로써 거룩한 주님을 모시게 되고 신자들도 거룩해지려는 것이다. 옛 교부(敎父)들은 이런 청원을 미사와 관련지어 생각했던 것이다.

 

주의 기도를 바치기 전에 사제는 하느님께 기도하자고 권고한다. 천주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하느님은 전능하신 분, 영원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이다. 내가 그분의 자녀라는 긍지를 가지고 자신 있게 기도해야 한다. 물론 잘못으로 인하여 탕자처럼 은총을 낭비한 점은 용서를 청해야 한다. 그래서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를 바치자는 것이다. “천주의 자녀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일곱 가지 청원

 

주의 기도를 잘 바치려면 그 뜻부터 생각하라. 아버지 이름, 아버지 나라, 아버지의 뜻을 먼저 찾아라. 그 다음에 일용할 빵, 죄의 용서, 유혹과 악에서 구제되기를 청한다.

 

주의 기도는 복음 성서 두 곳에 실려 있다. 짧은 양식은 루가 복음(11,2-4)에, 긴 양식은 마태오 복음(6,9-13)에 들어 있다. 마태오는 루가보다 두 가지 청원을 더 보탰다. 즉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와 “또한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이다.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에 이미 마태오 복음의 기도문이 통상적으로 사용되었다.

 

주의 기도는 로마 전례에도 들어 있었다. 그 뜻은 희생의 신비를 완성하고 영성체 준비에 중점을 두었다. 일곱 가지 청원 가운데 전반부의 세 가지는 하느님께 관한 것이다. 즉 하느님의 이름, 나라, 뜻이다. 이 세 가지 청원은 영성체에 관련된 것이 아니고 성찬 기도와 관련이 깊다.

 

 

아버지의 이름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런데 훌륭한 이름보다는 부끄러운 이름이 더 많다. 이름은 본인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사람의 행실이 이름에 붙여진다. 착한 일을 한 사람의 이름은 칭찬을 받고 악한 자의 이름은 경계의 대상이 된다.

 

신자나 교회 공동체는 기도할 때 주님의 이름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특히 미사 중에 우리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그분이 영광 받으시기를 기원한다. 성찬 기도의 핵심은 바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다. “거룩하시다…… 하늘과 땅에 가득한 그 영광.” 아버지의 거룩한 이름 즉 거룩한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나기를 빌고 있다.

 

 

그 나라가 임하시며

 

이스라엘 백성은 신의 통치를 원했다. 이것은 고대 동방 종교의 공통된 관념이었다. 야훼께서 이스라엘을 통치하시고(판관기 참조), 만군의 왕이신 야훼(이사 6,5)께서 세상의 발전 과정을 다스린다고 보았다. 이스라엘 왕정이 붕괴된 후예언자들은 종말에 신정(神政) 제도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예수님의 설교와 복음 선포의 핵심 주제는 하늘 나라와 회개였다. 하늘 나라란 무엇인가. 세상 마칠 때 즉 종말에 하느님 친히 임금님으로서 다스리신다는 뜻이다(이사 52,7).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에 관해 말씀만이 아니고 행동으로 보여 주셨다(루가 7,22 참조).

 

신약 성서는 기적이란 말 대신 ‘예수님의 놀라운 행적’이란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였다. 이 행적은 하느님 나라를 시사하고 있다. 또한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고 종말에 완성될 것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하느님 나라는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가 12,10).

 

 

일용할 양식

 

굶어 본 사람만이 배고픔을 안다.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다. 양식은 우리를 굶주림과 죽음에서 지켜 준다. 양식은 쌀, 빵, 음식, 음료뿐 아니라 생계 수단인 일자리까지 포함한다. 그래서 영성체 전 주의 기도를 바치는 첫째 이유가 빵을 청하는 데 있다.

 

주님은 일용할 양식 즉 매일의 생계를 하느님께 청하여 얻도록 가르쳐 주셨다. 네 양식, 내 양식의 구별이 없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인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 필요하다. 하루하루의 빵을 얻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성체를 영한다면 영원한 삶까지 보장된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요한 6,51).

 

식사하면서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 식사 전후의 기도는 바치는가? 음식이 살과 피로 변하도록 한 하느님의 신비와 섭리를 아는가. 굶주리는 사람도 생각하는가.

 

 

죄의 용서

 

남을 용서하기도 어렵지만 용서를 청할 줄도 모르는 것이 요즘 사람들이다. 죄를 범한 사람은 할 말이 없다. 오직 용서를 청할 뿐이다. 그 다음 일은 개과 천선이다. 즉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배상하며 선행으로 갚아야 한다. 나쁜 의향 없이도 잘못을 저지르는 수가 많다.

 

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이들에게 잘못은 없는가. 어떻게 갚을 것인가. “만일 우리가 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진리를 저버리는 것이 됩니다”(요한 1,8).

 

큰 죄가 있다면 영성체 전에 고해성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상 생활의 흔한 잘못도 있다. 가벼운 죄 즉 소죄(小罪)가 많다. 꼭 먼지가 쌓인 것 같은 이런 죄는 주님의 식탁에 나아가려 할 때 우리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작은 죄의 사함은 기도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고백의 기도나 주의 기도를 바칠 적에 용서를 청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성 아우구스띠노는 영성체 전에 고해성사로 대죄의 사함을 받는 것은 몸 전체를 씻는 것이고, 주의 기도를 바치는 것은 얼굴을 씻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비록 우리가 목욕을 하였어도 얼굴은 늘 일상 생활의 먼지가 묻기 때문에 얼굴을 씻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깨끗한 얼굴’로 성체를 모시기 위하여 주의 기도로 죄의 용서를 빌며 깨끗이 해야 한다.”

 

미운 사람과 한 식탁에 앉아 식사해 보라. 밥맛도 없고 소화도 안된다. 성찬의 식탁에서는 모든 사람과 친교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말 용서 못할 사람이 있다면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라.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루가 23,24).

 

[경향잡지, 1992년 7월호, 안문기 프란치스꼬(천안 봉명동본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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