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상식] 신자들의 영성체 성체성사의 신비는 참으로 거룩한 전례의 중심이며, 모든 그리스도 신자 생활의 중심이다. 미사의 양식으로 거행되는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의 행위인 동시에 교회의 행위이다. 그리스도 신자들은 감사와 찬미의 이 제사에 참여하면서, 사제와 일치하여 온 마음으로 거룩한 제물을 아버지께 드릴 뿐만 아니라 그 거룩한 제물 자체를 성사로 받는다. 신자들은 이 영성체로써 성찬례의 거행에 더 완전하게 참여하는데,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계속하는 성사로서 성찬례의 의미가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사에 참여하면서, 사제의 영성체 후에 바로 그 미사 중에 축성한 성체를 받아 모실 때 성체성사의 의미가 더 잘 드러난다. 사제는 그 미사 중에 축성한 성체를 모시고, 선자들에겐 감실에 모셔 둔 성체를 나누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제의 영성체 후에, 신자들이 같은 성제에서 축성된 주의 몸을 받아 먹도록 하는, 더욱 완전한 미사 성제의 참여를 크게 권장한다.”(전례 헌장, 55항)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사 때마다 신자들의 영성체를 위하여 새로이 빵을 축성해야 한다. 미사 후에 감실에 성체를 모셔 두는 첫째 목적은 죽음을 맞는 병자들에게 노자 성체(路資聖體)를 시켜 주는 데에 있고, 이차적 목적은 미사 밖에서도 신자들에게 영성체를 시켜 주며, 또한 성체의 형상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흠숭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여기에서 미사 중에도 지나치게 감실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의 태도를 반성하게 하는 교회의 가르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사 밖에서의 성체 조배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미사 성제 자체가 그리스도 자신의 현시이기 때문에 교회는 가능하다면 미사 집전 시초부터 이미 제단의 감실에 성체가 안치되어 있지 않는 편이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성체 공경 훈령 55항). 차라리 대성당 바로 곁에 소성당을 마련하여 그곳에 감실을 마련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신자들은 온전히 미사에 참례하면서 성체를 받아 모시도록 적극적으로 교육되어야 마땅하지만, 미사 없이도 영성체할 수 있다. 노자 성체의 경우 외에도 앞에 소개한 성체 공경 훈령 33항은 사제들에게 미사 밖에서 영성체를 청하는 신자들을 거절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제들은 정당한 이유에서 미사 밖에서 영성체를 청하는 이들에게 거룩한 성체 주기를 거절하지 말 것이다.” (현행 교회법 제918조도 참조.) 그러나 미사 없이 성체를 나누어 줄 때에는 가능하면 짧은 말씀의 전례를 거행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행하고 있는, 자유로이 집 밖을 나다닐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봉성체의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사 없는 영성체는 사제가 없는 공소 등에 크게 유용할 것이다. 이런 경우 영혼의 목자들은 신자들이 비록 미사 없이 영성체만 하더라도 십자가 제사를 영속시키는 미사 성제와 영원한 잔치에 깊이 일치되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미사 없는 영성체와 성체 신심 예식서, 15항). 미사 밖에서의 영성체와 관련해서 일반 신자들은 하루에 몇 번까지 영성체 할 수 있는가. 1973년 1월 29일에 성사성이 내놓은 훈령 ‘Immensae Caritatis’(미사 없는 영성체와 성체 신심 예식서, 105-107항 참조)에서는 구체적인 여러 경우의 미사들을 열거하고, 그날 아침에 영성체한 교우들도 여기에 열거한 미사에 참여하게 되면 다시 영성체할 수 있으나, 반대로 특별 미사에서 이미 영성체한 교우는 그날 저녁에 다른 미사에 참여하더라도 다시 영성체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83년에 반포된 현행 교회법 제917조는 다만 “지성한 성찬(성체)을 이미 영한 이라도 같은 날 자기가 참여하는 성찬 거행 중에서만 다시 성체를 영할 수 있다.”고 하여, 다시 영성체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확대했다. 미사 밖에서든, 미사 중에든 첫 번째 영성체에는 제한이 없다. 다만 미사 없이 영성체한 사람은 두 번 계속해서 미사 밖에서 영성체할 수 없고, 그가 다시 그날 성체를 영하려면 온전히 미사에 참여해야 한다. 물론 임종하는 이들은 미사 없이 다시 영성체할 수 있다(교회법 제921조 2항).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일반 신자들은 하루에 세 번 영성체할 수 없다(교회법 제917조에 관한 1984년 7월 11일 유권 해석 참조). 또 성체를 영하기 전에 지켜야 할 공심재에 따르면, 일반 신자들은 영성체 전 적어도 한 시간 동안은 물과 약 외에는 어떤 식음도 삼가야 하지만, 노인들과 병약자들 그리고 그들을 간호하는 이들은 비록 한 시간 이내에 조금 먹었더라도 성체를 영할 수 있다(교회법 제919조). 1973년의 성사성 훈령은 후자의 사람들에 대해 15분이라는 구체적인 시간을 공심재의 시간으로 규정했지만, 현행 교회법은 구체적인 시간을 명시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15분 정도의 공심재 시간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성체 공경을 위해서도 그렇고, 마음의 준비를 위해서도 그러하다. [경향잡지, 1993년 9월호, 김종수 요한(주교회의 사무차장 ·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