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8일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Behold,
I am the handmaid of the Lord.
May it be done to me according to your word.
(Lk.1.38)
제1독서 창세기 3,9-15.20
제2독서 에페소 1,3-6.11-12
복음 루카 1,26-38
어느 대학교수가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시험문제를 냈습니다.
‘뒤에는 낭떠러지. 앞에는 굶주린 호랑이가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이 위기를 헤쳐 나가겠는가?’
학생들은 소신껏 답을 적었지요.
‘열나게 도망간다.’
‘살려달라고 소리친다.’
‘운에 맡긴다.’
‘호랑이 눈을 노려본다.’
교수는 채점을 했습니다. B, C, D, C, B……. 단 한 명의 답도 교수님을 만족시키지 못했지요. 그런데 한 학생의 답을 보곤 A+를 주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썼기에 교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을까요? 그 학생의 답안지는 이렇습니다.
‘꿈에서 깬다.’
사실 교수님이 낸 문제를 풀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뒤에는 낭떠러지, 앞에는 굶주린 호랑이. 이런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꿈이라는 전제가 들어간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요.
이렇게 어떠한 문제든 답은 반드시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삶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좋은 길이 반드시 있는 법이지요. 그러나 답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절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고, 스스로 좌절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순간 우리들의 선택은 나약한 인간의 판단에 따를 것이 아니라,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판단을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는 어떠한 순간에서도 좌절하지 않으신 우리들의 어머니이십니다. 도저히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절대로 실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가장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신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했음에도, 당신의 삶 전체가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었어도, 심지어 사랑하는 외아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순간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데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 역시 이러한 고백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고백을 할 정도로 굳은 믿음이 없다면 그러한 믿음을 달라고 주님께 끊임없이 청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모님처럼 어떠한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생에 대한 가장 고귀한 생각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타난다.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일에도 깨달음을 얻는 사람만이 작은 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톨스토이).
위기는 곧 기회(알지라 카스틸유, ‘절벽에서 젖소를 떨어뜨린 이유’ 중에서)
길을 가던 스승과 제자가 한 농장 입구에 도착했다. 농장은 넓고 좋은 위치에 있었지만, 겉모습이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스승이 농장 한가운데 있는 낡은 집 문을 두드리자, 세 아이를 둔 부부가 그들을 맞이했다. 가족은 더러운 누더기 차림이었다.
“이곳에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 가십니까?” 집주인은 스승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우리에겐 매일 몇 리터의 우유를 만들어 주는 젖소 한 마리가 있습니다. 그중 일부는 팔거나 다른 먹을거리로 바꾸고 남은 걸로 치즈나 버터를 만듭니다.”
스승은 집주인 대답을 듣고 돌아가는 길에 제자에게 말했다. “저 집 젖소를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거라.” “하지만..., 그 젖소는 가족의 유일한 생계 수단입니다.” 그러나 스승은 말이 없었다. 제자는 어쩔 수 없이 농장주인 몰래 젖소를 절벽 밑으로 떨어뜨렸다.
몇 년 뒤 제자는 그 농장을 다시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은 아름답게 변해 있었다. 제자는 급히 집 안으로 들어가 어떻게 농장을 훌륭하게 변화시킬 수 있었는지 물었다.
집주인이 말했다. “우리에게 젖소가 한 마리 있었죠. 하지만 어느 날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농장에 채소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잘라 내다 팔고 새로운 묘목을 심었지요. 그 뒤 면화 농사까지 지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나니 생활이 달라졌습니다. 그때 젖소가 절벽에서 떨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Apres Un R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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