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영원한 스승이자 인도자이신 주님" - 12.1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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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0-12-10 | 조회수393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12.10 대림 제2주간 금요일 이사45,17-19 마태11,16-19
"영원한 스승이자 인도자이신 주님"
새벽에 강론을 쓰려고 아무리 돋보기를 찾아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한 참 찾다가 돋보기를 쓴 자신을 발견하고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아, 하느님을 바로 곁에 두고 하느님을 찾는 눈 먼, 어리석은 사람일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어제 ‘벌레’에 대한 묵상도 생각납니다. 사람이 희망의 날개를, 하느님을 잃으면 벌레가, 돈벌레, 밥벌레, 일벌레 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묵상입니다. 희망찬 역동적 삶일 때는 서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나는 듯 뛰기도 하지만 희망을 잃고 무기력해 있을 때는 저절로 벌레처럼 눕는 시간도 많을 것입니다.
세상에 제일 풀기 어려운 문제가 ‘사람’ 문제일 것입니다. 평생 풀어도 풀까 말까한 문제가 ‘사람’ 문제 ‘내’ 문제입니다. 문제(골치)덩어리 사람 문제입니다. 대부분 환상과 착각과 오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게 원죄를 지닌 인간의 실상 같기도 합니다. 언젠가의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속았다!”
칭찬에 환호했다가 좀 지난 다음 속았음을 깨닫고 저절로 솟아난 외침이었습니다. 누가 날 속인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속은 것입니다. 바로 이게 환상과 착각, 오해 중에 살아가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대부분 자기에 속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속아 사는 줄을 알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속은 줄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불가에서는 탐진치(貪瞋痴: 탐욕, 화냄,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에 빠져 살아가는 무명(無明)의 인간에 대해 말합니다. 바로 이래서 풀기 힘든 사람이란 문제요, 이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의 답은 오직 한 분, 하느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예언자 이사야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나는 주 너의 하느님, 너에게 유익하도록 너를 가르치고, 네가 가야할 길로 인도하는 이다.”
우리의 참 스승이자 영원한 인도자이자 도반이신 주님이라는 말씀입니다. 이어 주님의 탄식이 뒤따릅니다.
“아, 네가 내 계명들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너의 평화가 강물처럼, 너의 의로움이 바다 물결처럼 넘실거렸을 것을.”
주님의 계명의 말씀만이 우리의 어둠을 밝히는 빛입니다. 빛이신 주님을 만날 때 무명으로부터의 해방이요 각자(覺者)입니다. 예수님이나 이사야 참으로 하느님을 만난 각자(覺者)입니다. 깨달음은 참 빛입니다. 계명의 말씀을 깨달아 알 때 주님을 만나고 참 나를 만납니다. 집착으로 인한 탐진치의 환상과 착각에서 해방되어 참 자유인입니다. 이를 위한 처방이 바로 불가의 삼학(三學)입니다. 삼독의 대척점에 ‘계정혜(戒定慧)’의 삼학이 있습니다. 계율을 지켜 안정(安定, 安靜)에 이르고 이어 깨달음의 지혜요,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하느님의 말씀을 지킬 때 안정과 평화에 지혜로운 삶이라는 것입니다. 이래야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삶이요, 말 그대로 평화가 강물처럼, 의로움이 바다 물결처럼 넘실거리는 생명 충만한 삶입니다.
우리의 참 스승이신 주님께서 매일의 미사와 성무일도의 공동전례를 통해 우리를 찾아오시어 어둠을 몰아내시고 지혜의 빛 속에서 참 나를 찾아 살게 하십니다. 아침 성무일도 시 찬미가 1연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맑으나 맑은 소리 메아리친다. 어두움 물러가라 울려 퍼진다. 꿈이여 멀리멀리 흩어져 가라. 예수님 하늘에서 비춰 오신다.”
끊임없이 마음을 담아 바치는 맑으나 맑은 소리 하느님 찬양 기도가 무명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어느 불자의 깨달음도 일맥상통합니다.
“세상만사하시족 유공청음대불심(世上萬事何時足 唯供淸音待佛心): 세상만사 어느 때 만족할꼬. 맑은 소리 공양하며 불심을 기다릴 뿐.”
맑은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주님을 기다릴 때 충만한 기쁨이요 행복임을 말해 줍니다. 결론하여 문제는 무명의 나요, 유일한 해답은 우리의 스승이며 인도자이신 주님뿐이라는 고백입니다. 주님을 따를 때 생명의 빛이지만 주님을 떠날 때 죽음의 어둠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탄식의 대상이 된 군중들은 바로 무명의 눈 먼 이들을 상징합니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곡을 하여도 가슴을 치지 않는 무감각한 살아 있으나 죽은 이들이요, 제 편견에 따라 요한을 마귀 들렸다 하고 예수님을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 비아냥거립니다. 하느님에 눈멀었을 때 누구나의 가능성입니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보아주든 말든, 주님의 말씀을 따라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지혜롭게 살 때 저절로 그 삶이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들어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어둠을 밝혀 주시어 주님의 빛 안에서 참 자유인으로 살게 하십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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