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The chief priests
and the elders of the people
approached him as he was teaching and said,
"By what authority are you doing these things?
(Mt.21.23)
제1독서 민수기 24,2-7.15-17
복음 마태오 21,23-27
오늘 새벽에는 이상하게도 졸리기만 하고 묵상이 잘되지 않습니다. 복음말씀을 몇 차례 읽어보고 주석서도 찾아보고 또 다시 눈을 감고 묵상을 해도 떠올려지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날을 일 년에 몇 차례씩 맞이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 중의 하나인가 봅니다. 답답한 마음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포트에 물을 담고 전원버튼을 눌렀습니다. 잠시 뒤 커피 물 끓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또 잠시 뒤 물이 다 끓었는지 전원이 저절로 꺼집니다. 전원 하나 눌렀을 뿐인데 내가 원하는 뜨거운 물이 나오고, 스스로 전원도 꺼지면서 저의 일을 줄여 줍니다.
생각해보면 전원 하나만 누를 뿐인데도 많은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컴퓨터도 전원 하나만 누르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의 전등 역시 스위치 하나만 켜만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도록 환해집니다. 기타 등등 우리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면서 내 몸도 전원 하나만 누르면 원하는 글이 저절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이룰 수 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사실 우리들은 너무나 쉽고 편한 길로만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고통과 시련을 피하려고 하고, 자신의 의견과 다름을 발견하면 적대시하고 무시하려 합니다. 그러다보니 내 삶 안에서 매 순간 이루어지는 주님의 은총에 감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 등장하는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예수님께 따집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그들은 세례자 요한이 왔을 때에도 따졌던 사람입니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던졌던 질문에 대해 “모르겠소.”라면서 책임지려고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쉬운 길로만 가려는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이것뿐이었습니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자기 편한 대로만 생각하고 자기 뜻대로 생활하려는 사람은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는 것은 물론 결국 주님의 뜻을 알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주님께 나아가는 길은 내 뜻대로 판단하는 편하고 쉬운 길이 아닙니다. 때로는 고통과 시련을 동반하는 너무나도 어렵고 힘든 길입니다. 그러나 이 길의 끝에는 주님께서 보장하는 영원한 생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성인 성녀들이 어렵고 힘들지만 이 길을 기쁘게 걸었고, 실제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선택하는 길은 과연 어떤 길일까요? 편하고 쉬운 길은 순간의 기쁨만 가져다 줄 뿐입니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길을 걸으면서도 주님께 감사의 찬미를 드릴 수 있는 것입니다.
피할 수 없는 것들과 친해지면 행복도 피할 수 없게 된다(칼 야스퍼스).
다른 누군가가 되어(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중에서)
가끔 나는 그냥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 하루 동안 팝스타가 되어 무대 위를 짐승처럼 뒹굴며 여자들의 아우성을 받고 싶다. 그런데 팬레터가 싫어지면 어쩌지?
가끔 나는 그냥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 하루 동안 우체부가 되어 한낮의 거리를 활보하며 집집마다 편지를 배달하고 싶다. 그런데 집 지키는 개가 싫어지면 어쩌지?
가끔 나는 그냥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 하루 동안 개가 되어 담벼락에 오줌을 갈기며 내 집을 지키고 싶다. 그런데 여자가 싫어지면 어쩌지?
가끔 나는 그냥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 하루 동안 여자가 되어 화끈한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갖고 싶다. 그런데 남자가 싫어지면 어쩌지?
가끔 나는 그냥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 하루 동안 내 자신이 되어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니고 온전히 지금 여기에 살고 싶다. 하지만 내가 싫어지면 어쩌지?
언젠가 내가 유명한 여배우에게 완전히 반해서 끙끙대고 있으니까 내 단짝 친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녀 곁에서 실제로 일주일만 지내보면 어떨 것 같아?” 그러자 나의 상사병은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천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천사로 살아가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해!”
여기에 천사 대신 당신의 이름을 집어넣어서 매일 한 번씩 일일달력을 넘기면서 큰 소리로 외쳐보세요. “누군가는 해야만 해! 내가 내 삶을 살아가지 않으면 누가 대신하겠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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