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막에 홀로 서서(2) - 최강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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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0-12-13 | 조회수532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사막에 홀로 서서(2)
싼 루이트 뽀또시를 떠나 약 세 시간가량을 더 달린 뒤 밤늦은 시간이 돼서야 쎄드랄이라는 조그만 시골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알베르또 부제님의 집 마당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오느라고 고생했다는 알베르또 부제님의 부모님이 권해 주시는 떼낄라 한 잔의 몽롱함에 긴 여행의 피곤함이 겹쳐 그 날 밤은 쉽게 잠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잠이 몹시 까다로운 저로서는 밤새 삐거덕거리는 호텔의 낡은 마룻바닥에다 바뀐 잠자리까지 겹쳐서 하마터면 거의 뜬 눈으로 샐 뻔한 하룻밤을 선물로 받은 셈이지요.
다음 날 오전 열한시에 서품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토요일에 거행된 이 서품미사는 아마도 그 동네 전체의 축제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성당 근처에 모여서 떠들썩한 모습으로 새 사제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떼왈라matehuala 교구의 주교님이 직접 그 시골본당까지 오셔서 사제서품을 주시는 모습이 제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약 삼십 명 가량의 과달루뻬 외방선교회 신부님들과 마떼왈라 교구의 신부님들이 참석한 서품 미사는 작고 초라한 시골 본당을 그 어느 화려한 대성당 못지않게 거룩한 기운이 감도는 성스러운 곳으로 바꿔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시골 본당 성가대의 조금은 불안한 성인 호칭 기도가 노래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알베르또 부제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살겠다는 결심을 굳히며 부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서품미사에 참석할 때마다 제가 그 자리에 엎드렸던 그 때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해 냅니다. 저는 성인 호칭 기도가 울려 퍼지는 내내 한 가지 같은 기도만을 계속 반복하여 바치고 있었습니다. “주님, 제게 겸손한 선교사제로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은총과 기쁘고 밝은 모습으로 주님과 제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죽음의 은총을 허락해 주십시오.” 알베르또 부제님은 무슨 기도를 바치면서 차디찬 바닥에 엎드려 있었을까요?
이윽고 외방선교회 사제들의 서품예식 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새 사제에 대한 선교지 인사발령 발표시간이 되었습니다. 과달루뻬 외방선교회의 총장신부님이신 빠드레 루나가 마이크 앞에 서자 떠들썩하던 시골 본당 안은 일순간 쥐죽은 듯한 고요가 찾아왔습니다.
“알베르또 신부는 한국 지부에서 활동해 주십시오.” 알베르또 신부님의 어머니는 아들 신부의 인사 발령을 듣자마자 눈물을 터트리고야 말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아들 신부가 낯선 오지로 떠나기 보다는 신학생 시절을 보낸 한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그 동안 남모르게 기도를 바쳐왔다고 했습니다.
- 다음에 계속
▒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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