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막에 홀로 서서(3) - 최강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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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0-12-14 | 조회수840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알베르또 신부님의 어머니의 눈물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제 눈에도 눈물이 고여 왔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이곳 멕시코로 떠나올 때 제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내내 병원 신세를 지셔야만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떠나기 전에 당신 손으로 밥을 지어서 먹이고 싶은데 내내 병원에만 이렇게 누워있어서 어떻게 하느냐면서 걱정을 하셨지만 저는 그런 어머니께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멕시코로 발령을 받아서 떠나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날 밤, 저는 어머니의 머리맡에 놓인 보조 침대에 누워서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는 소리를 밤새 들으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리고는 떠나오는 날까지도 ‘쿨’한 모습을 잃지 않고 아프신 어머니께 전화로 인사조차 드리지 않고 비행기에 몸을 실고 떠나왔습니다. 알베르또 신부님의 어머님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 있노라니 그제야 제가 떠나올 때 병원에서 어머니께서 하신 그 말씀이 얼마나 절절한 어머니의 마음을 담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어제 밤에 방이 더웠어요? 밤새 눈에서 땀이 많이 나시는 것 같던데요? 크크큭”
“글쎄,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제 건강에 자신이 없으니 멀리 떠나보내는 것이 이렇게 힘드네요.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만 자꾸 일어나고......”
우리들 삶은 사막을 지나는 것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사막의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르듯 우리들 각자는 참으로 다른 삶의 모습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화려한 혼배미사 중간에 서 있고, 또 어떤 이는 초라하고 소박한 신품성사 중에 땅바닥에 엎드려 있습니다. 어떤 이는 한국을 떠나 멕시코에 오고, 또 어떤 이는 멕시코를 떠나 한국으로 달려갑니다.
사막에 홀로 서서 지난 삶을 되돌아보니 우리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면서 문득 문득 느끼곤 했던 수많은 삶의 의문과 고통과 외로움들은 끝도 없이 긴 황혼의 그림자를 달고 서 있는 선인장들만큼이나 날카롭고 아팠습니다. 하지만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들에게 생명의 근원과도 같은 오아시스가 있듯이 우리들의 인생이라는 사막도 역시 꿀처럼 달콤한 오아시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가 우리들 인생의 오아시스입니다. 그곳에서는 그 누구라도 긴장의 끈을 풀고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아프고 늙으신 어머니의 눈물은 우리들의 마른 목을 축여주는 생활의 음료가 되고, 병석에서도 끝없이 바쳐지는 어머니의 기도는 우리들의 삶을 한편의 아름다운 기도로 만들어 줍니다. 오늘 밤에는 꿈에서라도 젊고 예쁘고 건강하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 구경을 따라나서는 어린 시절의 저로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내 어머니! 사막에 홀로서서 당신을 그리워하며 기도합니다.
“주님, 제게 겸손한 선교사제로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은총과 기쁘고 밝은 모습으로 주님과 제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죽음의 은총을 허락해 주십시오.”
▒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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