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세상 떠난 이들에 대한 선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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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지요하 | 작성일2010-12-14 | 조회수525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31) 세상 떠난 이들에 대한 선행 경기도 안양에서 사는 내 누님은 좀 특별한 데가 있습니다. 세상 떠난 이들의 영혼을 생각하는 마음을 항시적으로 지니고 사는 듯싶습니다. 오래전부터 성당 신자들 가운데 상(喪)이 나면 장례 후에 그 영혼을 위해 연미사를 봉헌한다고 했습니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꼭꼭 위령미사를 봉헌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돌아가신 분의 유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위령미사를 봉헌한다고 하더군요. 간혹 위령미사 봉헌 사실을 알게 된 유족들이 성당 사무실에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지만, 예물봉투에 봉헌자의 이름을 쓰지 않으니, 또 사무장이나 사무원에게 단단히 부탁해 놓기도 해서, 위령미사를 봉헌한 이가 누구인지를 유족이나 다른 신자들이 알게 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로 평일에 위령미사를 봉헌하므로 위령미사 봉헌사실을 모르는 유족들이 더 많을 거라는 말도 하더군요. 도시의 꽤 큰 성당이므로 상도 비교적 자주 날 터였습니다. 또 평범한 신자인 누님에게는 아는 신자들보다 모르는 신자들이 더 많을 터였습니다. 아는 이 모르는 이 가리지 않고 상이 날 때마다 위령미사를 봉헌한다면 비용도 만만치 않을 터이니, 나로서는 슬며시 걱정도 되고, 늘 수수한 옷차림으로 사는 누님의 촌스런 모습도 떠올리게 되더군요. 세상 떠난 이에게는 위령미사 봉헌이 가장 값진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누님의 그런 선행이 가능하겠지만, 그것은 누님이 하늘에 쌓는 각별한 공덕이기도 할 터였습니다. 누님이 오래전부터 그런 일을 해오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들은 때가 10년은 된 것 같으니, 참으로 많은 영혼들이 누님의 위령미사 봉헌으로 ‘통공의 은덕’을 입었을 터이고…. 그런데 최근 몸이 편치 않으신 노친을 보러 또 한 번 친정을 찾으신 누님은 내게 살며시 이런 말을 하더군요. 노친이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해 있을 때 같은 병실 환자 중에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을 가진 56세인 남자 환자가 있었지요. 결국 간경화로 운명하고 말았는데, 그분이 가족도 없이 혼자 살아왔던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누님은 못내 가슴 아파했지요. 위령미사를 봉헌해줄 유족이 없는 사실을 무엇보다 안타까워했던 누님은 그를 위해 여러 번 본당에서 위령미사를 봉헌해 왔는데, 얼마 전 호주에서 사는 넷째 딸을 보러 갔다 오면서 돈이 좀 생겼다고, 11월 ‘위령의 달’을 맞아 수리산성지성당에 가서 안드레아를 위한 일정 기간의 위령미사를 신청하면서 30만원을 봉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2010년 11월 28일(대림 제1주일) 제2058호 | 5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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