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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드레 빤치또(1) - 최강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15 조회수776 추천수12 반대(0) 신고

 

 

빠드레 빤치또(1)

 

http://www.catholic.or.kr/

 

                                             

 

     과달루뻬 외방선교회에 둥지를 틀고 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성당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굉장히 낯이 익은 한 동양 할아버지가 성당에서 불쑥 밖으로 나오시는 것이었다. 언뜻 봐도 그 분은 내가 어린 시절에 가끔 동네 가게에서 볼 수 있었던 ‘금복주’라는 이름의 술병에 그려져 있던 ‘금복주 할아버지’였다.

 

     빡빡 깍은 머리하며 작은 키에 불쑥 나온 배까지 아무리 봐도 눈에 익은 모습인지라 엉겁결에 일단 스페인어로 인사를 드리고 나니, 그 금복주 할아버지 역시 스페인어로 ‘올라!’하고 인사를 하셨다. 그리고는 당신은 과달루뻬 외방선교회 소속의 프란치스꼬 신부라고 소개를 하셨다.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 신부님이 얼마나 금복주 할아버지와 영락없이 닮았는지 자꾸 웃음이 터져 나와서 참느라고 애를 썼다.

 

     여기 사람들은 가까운 사이끼리는 원래의 이름을 줄이거나, 이름 끝에 ‘~ito, 혹은 ~ita’를 붙여서 애칭으로 많이 부른다. 그러니까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은 우리가 옛날 서부영화에서 가끔 들어서 익숙한 이름 ‘빤쵸’라고 불리거나, 또는 그 ‘빤쵸’라는 애칭 뒤에 다시 ‘이또’를 붙여서 ‘빤치또’라고 불리고 내 이름 ‘에스떼반’은 가깝게 지내는 신부님들 사이에서는 ‘에스떼바니또’ 혹은 그냥 ‘떼반’이라고 불린다. 빠드레 빤치또와의 첫 만남은 ‘그냥 금복주 할아버지와 너무나 닮았다’라는 인상만 남긴 채 그렇게 지나갔다.

 

     빠드레 빤치또는 과달루뻬 외방선교회의 초창기 멤버로서 케냐에서 십 이년, 그리고 쿠바로 선교지를 옮겨서 십 팔년을 사시다가 지금은 신학생들의 영성지도 신부님으로서 이곳 신학원에서 살고 계시는 분이다. 그런데 가만히 그 분의 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저분이야말로 신앙과 영성을 온 몸뚱이로 살아내는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사 때마다 다른 신부들과 신학생들의 빈 그릇을 치우는 일부터 후식을 써비스하는 일까지 그 분은 언제나 남들을 위해 봉사하시고 양보하시는 것이 아주 몸에 배인 분이시다. 외국인으로서 혼자 이 공동체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시면서 꼭 껴안아 주신다.

 

    미사 때는 언제나 빈 고해실을 지키고 앉아서 환하게 웃고 계신다. 옷은 그야말로 너덜너덜 다 헤지고 구멍이 나서 걸레가 다 된 옷을 입고 다니셔서 나는 빤치또 신부님을 ‘걸레 신부님’이라고 부르면서 가끔 놀려댄다. 그러면 또 까무러칠 듯이 웃으면서 ‘부에노, 부에노’를 연발 하신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멕시코 신부님들 사이에서도 빤치또 신부님은 삶의 영성가로서 모두에게 환영을 받는 그런 인물이다. 그 뿐 아니라 빤치또 신부님의 형님도 이 곳 과달루뻬 외방선교회의 신부님인데 그 분 역시 ‘따바스꼬’라는 곳에서 신학생들의 영성지도를 맡고 계시면서 ‘삶의 영성가’로서의 명성이 자자한 분이시라니 그야말로 훌륭한 형제신부님들이시다.

 

     멕시코 독립 200주년을 맞아 5일 간의 긴 휴가를 맞는 첫 날이었다. 모두가 고향으로 떠나간 신학원은 적막감이 돌기까지 했다. 창밖 저편으로 보이는 산동네 집들과 그 위를 지나고 있는 구름에 멍한 시선을 두고 있는 오후, 누군가가 조용히 내 방문을 두드렸다. 빠드레 빤치또였다. 그 분이 내게 고행성사를 청하셨다. 나의 모델 선교사제이신 분이, 나의 고해를 들어주셔야 할 분이 내 앞에 와서 무릎을 꿇으면서 고해성사를 청하니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는 신부님을 다시 일으켜 세우면서 ‘10분만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드렸다.

 

     옷장 속에 모셔둔 클러지 셔츠와 검은 색 바지를 챙겨 입고 거룩한 사제직에 초대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다시 빤치또 신부님이 내 방에 찾아왔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권능을 대신하여 신부님의 죄를 사해주는 사죄경을 마쳤다. ‘Go in peace!’, ‘Thank you Father.’

 

 

 - 다음에 계속

                  ▒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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