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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없는 곳으로 간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17 조회수539 추천수12 반대(0) 신고

나는 없는 곳으로 간다
 

        “너희는 무엇을 구경하러 광야에 나갔더냐?”

        주님께서는 무엇을 구경하러

        광야에 갔냐고 사람들에게 물으십니다.
        저는 오늘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무엇을 구경하러 다니십니까?

        저는 거의 구경하러 다니지 않습니다.
        옆에 영화관이 있어도 영화 구경하러 가지 않습니다.
        근처에 그림 전시관이 많아도

        그림 구경하러 가지 않습니다.
        근처에 Concert Hall이 많아도 가지 않습니다.
        사랑의 의무 때문이 아니라면, 다시 말해서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가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미국 서부에 여러 번 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꼭 들르는
        그랜드캐년이니 디즈니랜드니

        라스베가스같은 데 가지 않았습니다.
        가서 보면 좋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겠지만
        굳이 보러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고,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애까지 쓸 만큼

        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막에는 꼭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Death Valley라는 곳에를 가봤습니다.

        그러면 저는 왜 사막에 가고 싶었겠습니까?
        사막에 가면 뭐 볼거리가 있겠습니까?
        아무 볼거리가 없지요.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함, 그것이 볼거리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밤하늘의 별이 볼거리라면 볼거리입니다.
        그러니 제가 보고 싶었던 것은

        볼거리가 아무 것도 없는
        그 황량함, 그 아무 것도 없음입니다.

        저의 감수성 안에서 있는 것은

        없는 것보다 대단하지 않습니다.
        없는 것이 있는 것보다 더 대단합니다.
        제가 하늘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늘이 푸르러서 또는 하늘에 구름이 떠서가 아니라
        하늘에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밤하늘의 별을 좋아한다면

        별이 좋아서가 아니라
        아무 것도 없는 컴컴함 한 가운데

        별이 떠 있기 때문입니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대단합니다.
        하느님께서 대단하신 것도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있는 것은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없는 것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작은 것은 그 어디에 있습니다.
        그러나 무한히 큰 것은 그 어디에 없습니다.
        그 어디에 있는 것은 작은 것입니다.
        그래서 무한히 큰 것은 차라리 없음, 無이고
        이런 존재를 우리는 하느님이라고 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간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간 것은

        무엇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없는 없음,

        무이신 하느님을 보러 간 것입니다.
        무엇을 보고자 했다면
        그 무엇이 있는 장터나 극장이나 왕궁에 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하느님을 보러 갔습니다.

        그러므로 광야에 있는 세례자 요한은

        밤하늘의 별과 같습니다.
        제가 밤하늘의 별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별이 좋아서가 아니라 밤이 좋아서입니다.
        밤하늘이 아니라면 어찌 별을 볼 수 있겠습니까?
        별은 밤하늘을 비추는 존재가 아니라
        밤하늘 때문에 빛을 발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어떤 존재입니까?
        무엇에 홀리고 무엇에 끌려

        어디를 가는 존재입니까?
        그렇다면 사라져 가버리고 말 것입니다.
        밤하늘의 별과 같아지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세례자 요한처럼

        아무 것도 없는 광야로 갑시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은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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