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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묵상하기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17 조회수380 추천수3 반대(0) 신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묵상하기 - 윤경재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낳고 이사악은 야곱을 낳았으며 야곱은 유다와 그 형제들을 낳았다. 유다는 타마르에게서 페레츠와 제라를 낳고,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즈를 낳고 보아즈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았다.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그리하여 이 모든 세대의 수는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가 십사 대이고,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가 십사 대이며, 바빌론 유배부터 그리스도까지가 십사 대이다. (마태 1,1-17)

 

히브리인들은 성경의 책 이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서두에 나오는 중요 단어를 책의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예를 들면 창세기는 베레쉬트, 탈출기는 쉐모트, 레위기는 바이크라, 민수기는 브미드바르, 신명기는 드바림이라고 불렀습니다. 구약을 그리스어로 번역했을 때 역자들이 비로소 책 제목을 전체 내용을 참작하여 정한 것입니다. 그 뒤로 교회는 첫 번째 책을 게네시스(창세기)라고 하고 순서대로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라 불렀습니다. 

신약성경 첫 번째 책이 마태오 복음서입니다. 그 책의 첫 단어가 그리스어 ‘비블로스 게네세오스(창생의 책)’로 시작합니다. 즉 마태오 저자가 창세기를 염두에 두고 단어를 배열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뜻을 살리려고 교부들이 정경을 정할 때 마태오 복음서를 신약성경의 제일 앞에 둔 것입니다. 

1장 1절의 그리스어 어순을 그대로 나열하면 우리말 번역으로 느끼기 어려운 미묘한 뉘앙스를 살필 수 있습니다. ‘책, 창생의, 예수, 그리스도의, 후손, 다윗, 후손, 아브라함’의 어순입니다. 이름 중에서 예수님이 제일 앞에 나오고 다윗과 아브라함의 순서로 나옵니다. 

17절까지 나오는 이름 중에서 다윗이 5회로 제일 자주 나오고 아브라함은 3회 거론합니다. 더욱이 17절에서 다윗을 중심으로 14대라는 숫자가 3회 나오는데 이는 다윗 이름의 히브리어 철자 DWD가 3개이며 그 자음 숫자의 합이 14이라는 것과 상관이 있어 보입니다. 다윗이란 이름이 이 족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 당시 메시아가 다윗의 후손 가운데 나타날 것이라는 예언이 있어서 그리했을 겁니다. 

이 족보의 내용도 정확하게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는 않습니다.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걸린 시기는 약 800년, 다윗에서 유배까지는 약 400년, 유배로부터 예수님까지는 약 600년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14대로 동일하게 나열했으며 유다 왕의 이름도 3명이 삭제되었습니다. 모두 하느님의 섭리를 강조하는 마태오저자의 신학적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을 첫 번째로 올려 우리는 이 족보가 예수로 시작하는 새 창조를 풀어냈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특이하게도 족보 중에 다섯 명의 여인이 나옵니다. 마리아를 제외한 네 명의 여인은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이 보기에 소위 부정한 여인에 속했습니다. 타마르, 라합, 룻, 밧 세바는 모두 남편이 있었는데 다른 남성과 관계를 맺어 자손을 이어갔습니다. 그럼에도 구약에서조차 죄인으로 지탄 받은 적이 없었고 하느님의 계획에 이바지한 여인으로 오히려 존경받았습니다. 심지어 라합, 룻, 밧 세바는 이방 출신 여자이었습니다. 세 여인은 이방인이라도 하느님을 알고 경외하는 자세가 남달랐습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의 편협함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두 구원 약속을 지키시려는 하느님의 계획과 섭리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특별히 주목할 구절은 16절입니다.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여기서 그리스어 동사의 용법이 사뭇 다릅니다. ‘낳다’라는 동사가 능동태에서 예수님 앞에서 신적 수동태로 바뀌었습니다. 예수님을 탄생하게 하신 분이 하느님이시라는 의미입니다. 

1절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아무 연결어 없이 붙여 썼지만, 여기서는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이라고 lego 동사를 사용하여 표현하였습니다. lego 동사의 명사형이 로고스(말씀)이므로 예수님께서 로고스가 되실 분이라는 뜻입니다. lego 동사에는 ‘앞으로 질서지어 나온다.’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이것은 비록 아무도 낳지 않으시고 돌아가신 예수께서 어떻게 하느님의 자녀를 낳으실는지 예언하는 것이며, 이 족보가 예수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이어질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새로이 인류를 창조하시고 하느님의 자녀를 낳으시는 그리스도 예수님의 책이다.’라는 선언을 성령의 감도를 받아 기록하였을 마태오 저자가 존경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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