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균 신부의 미사 이야기 (7) 독서를 하러 갈 때 어디에 절을 하나?
전례 중심자리 '제대' 향해 미사 전례에 참여하는 많은 교우들이 혼란을 갖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독서하러 갈 때 어디에 절을 하느냐 하는 문제다. 교우들은 제대와 감실, 독서대 그리고 주례 사제 중 어디를 향해 절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물론 저마다 합당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교회 가르침을 말하자면 미사의 중심인 '제대를 향해 절을 해야 한다'가 정답이다. 제대의 의미 제대는 제물 봉헌과 전례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대는 예수 그리스도의 봉헌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장소이며, 그리스도인들을 당신 식탁으로 초대하는 감사제의 중심이다. 제대는 미사전례를 거행할 때, 특히 성찬례 때,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거룩한(聖) 변화의 장소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제대의 실제적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희생제물이 되신 장소이자 제자들과 최후 만찬을 드신 식탁이다. 성찬례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제자들과 함께 하셨던 최후 만찬을 재현하고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를 건축할 때에 제대는 동쪽이나 동쪽에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동쪽은 새 날의 시작을 알리는 태양이 뜨는 방향이고 생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대 위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점이자 원천인 성찬례가 거행되기에 교회는 제대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본다. 이로써 제대는 예수님께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하나의 상징물, 파스카 신비를 연상시키는 기념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당을 축성하는 예식 때 가장 중심을 이루는 것은 제대 축성이고, 성당이 허물어진 후 그 자리를 보존할 때도 유독 제대가 있던 자리를 신경 써서 보존하는 것이다. 성당이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요, 또 그 성찬례가 이루어지는 곳이 제대인 까닭에 성당의 중심은 언제나 제대임을 알 수 있다. 초기 교회에서 미사 전례에 참여하는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제대였으며, 성당을 건축할 때 가장 신경을 쓴 것도 제대였다. 그리고 감실은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었기에, 제대 위치를 결정한 후에 감실 위치를 결정했다. 성체를 모시는 감실은 성당의 어느 곳이든 상관없이 자리를 잡았으며, 16세기 이후에야 제대 위 또는 제대와 가까운 곳에 감실을 모시게 됐다. 제대를 장식하기 위한 꽃, 초, 십자가를 위한 자리도 16세기 이후에나 언급됐다는 사실에서 교회 건축과 미사 전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려한 것은 제대이였음을 알 수 있다. 감실 앞에 앉는 것은 파스카 신비를 묵상하기 위함이지만, 제대는 바로 그러한 파스카 신비의 상징 자체이다. 그러므로 미사 전례 안에서는 언제나 제대가 중심 자리에 있어야 한다. 물론 감실 자체를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감실 안에 모셔진 성체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파스카 신비를 묵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실 때문에 제대의 중요성이 감소돼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감실 위치를 현명하게 배치해야 한다. [평화신문, 2009년 7월 19일, 조학균 신부(예수회, 전례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