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old, the virgin
shall conceive and bear a son,
and they shall name him Emmanuel.
(Mt.1.23)
제1독서 이사야 7,10-14
제2독서 로마서 1,1-7
복음 마태오 1,18-24
새벽마다 묵상 글을 쓰다보면 어떤 단어를 써야할 지가 고민일 때가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단어보다도 단어들의 조합을 위해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조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가 더 큰 고민입니다. 조사에는 격조사, 접속 조사, 보조사가 있지만, 이것들을 잘 사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물론 조사는 혼자서는 어떤 기능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글의 뜻을 가장 잘 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즉, 조사를 잘 써야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 조사의 활용을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서 불필요한 존재는 하나도 없다’는 어떤 성현의 말씀이 이해됩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라면을 끓여먹는데 스프를 넣지 않다면 맛이 있을까요? 소금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맹탕 소고기국과 소금간이 적절하게 들어 있는 김칫국이 있다면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분명히 소고기와 김치가 주재료이지만 이를 뒷받침해주는 양념이 없다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가 없는 것입니다. 드라마나 연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연배우가 부각될 수 있는 것은 멋진 조연배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결국 쓸모없어 보이는 조사, 양념, 그리고 조연 등이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렇게 중요한 것들을 오히려 소홀히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 이 역할을 하게 되면 부끄러워 숨으려고 하며, 그래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할 때도 참으로 많습니다. 주어가 되고, 주연이 되겠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우리들입니다. 하지만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만약 그 순간 성모님과 요셉 성인이 안 계셨다면 어떠했을까요? 특히 요셉 성인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연의 삶을 선택하며 사셨습니다. 성경에 잠깐 언급되기는 하지만, 요셉 성인께서 직접 말씀하신 내용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성모님과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묵묵히 생활했다는 것만을 우리에게 보여줄 뿐입니다.
만약 이러한 생활이 싫다고 거부하시고, 홀로 주연의 삶을 살겠다고 뛰쳐나갔다면 우리들의 구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바로 요셉 성인의 희생이 드러나는 조연의 삶으로 인해 우리들에게 구원의 은총이 다가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의 시기도 이제 딱 한 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기다림은 내가 주연으로 살겠다는 기다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세상의 주연은 딱 한 분, 주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세상에 꼭 필요한 조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아기 예수님의 거룩한 탄생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아이들로부터 빌린 것이다.(인디언격언)
날지 않는 매(‘행복한 동행’ 중에서)
매를 좋아하던 왕이 새끼 매 두 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매가 전혀 날지 않았다. 왕이 조련사를 불러 훈련을 시켰지만 매는 나뭇가지 위에 얌전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왕은 온 나라에 방을 붙였다.
“이 매를 날게 하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다.”
소식을 들은 조련사들이 궁으로 몰려 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매를 날게 하진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왕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매가 정원을 자유로이 날고 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왕은 매를 날게 한 자를 당장 데려오라 말했다.
잠시 뒤, 평범한 농부 한 명이 왕 앞에 나타났다. 왕은 그에게 큰 상을 내린 뒤 어떻게 매를 날게 했는지 물었다. 농부가 수줍게 대답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매가 항상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잘랐습니다. 그러자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매가 스스로 날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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