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균 신부의 미사 이야기 (10) 독서자 : 하느님 말씀의 참뜻 깨닫고 전달하려 노력해야 어느 수녀님이 본당 전교수녀로 있을 때 경험한 어려움 중 하나가 독서자 선정이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나이도 있으시고 신앙생활도 열심하신 어느 자매님에게 주일날 독서를 부탁했더니 극구 사양하셔서, 수녀님은 ‘이 자매님이 참 겸손도 하시구나’ 생각하고 아무튼 꼭 하셔야 한다고 부탁을 하자 나중에는 말소리가 높아지며 서로가 서먹서먹한 분위기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그때 자신이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었고, 무슨 연유로 그렇게 그 자매가 화를 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하느님 말씀을 자신 있고 신념에 차서 선포한다는 것은 강심장의 소유자가 아니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많은 사람 앞에서(가족이나 알고 있는 신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자신 있게 하느님 말씀을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어떤 분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독서를 해 나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처음 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렵다. 선택된 독서자라는 자부심 어려워하는 분들은 집에서 여러 번 독서 내용을 숙지한 후 가족 앞에서 한번 연습을 해 보면 한결 좋아질 것이다. 또 ‘선택된 독서자’라는 자부심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독서자에게는 독서를 부탁하기 전에 독서자의 임무나 자격에 대해 설명해 주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려움은 안에서 나오는 것이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에서는 말씀 전례에서 성경을 읽어, 전례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깨닫도록 하는 사람들 독서자라고 한다. 성경이란 글자 그대로 거룩한 말씀이며, 거룩한 책을 읽는 사람은 거룩한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독서자는 성경 본문을 정독하며, 성경 말씀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독서와 복음의 상관관계를 잘 이해하고, 하느님 말씀의 참뜻을 깨닫고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올바른 독서를 하기 위해서 독서자는 말씀을 봉독 전에 충분히 읽고 이해해야 하며, 자신감을 갖고서 하느님 말씀 선포자 자격으로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회중들 앞에서 자신감이 결여돼 떨리는 목소리로 봉독해 나간다면 듣는 이들은 하느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기에, 독서자들은 임무를 수행할 참된 자질을 갖춰야 하며 빈틈없는 준비를 해야 한다. 신자들이 거룩한 독서를 들으면서 성경에 대해 맛들이며 마음속에 살아있는 감동을 키워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독서직을 받은 독서자가 없을 경우 다른 평신도에게 성경 봉독을 수행할 임무를 맡길 수 있다. 하지만 알맞은 독서자가 없을 때는 주례 사제 자신이 독서를 낭송할 수도 있다. 독서자는 독서 후에 화답송 낭송자가 따로 없을 경우에 화답송을 낭송한다. 독서자는 평신도일지라도 미사 집전 중에 고유 직무를 가지고 있으므로 자기보다 높은 계층의 직무 수행자가 있더라도 스스로 자기 고유의 직무를 수행한다. 성경 봉독의 소양 갖춰야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듣고서 성경에 대한 감미로움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하려면, 독서자들은 비록 독서직을 받지 않았지만 성경 봉독의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는 여성에게도 복음 전 독서들을 봉독하고 보편 지향 기도를 하도록 허락하고 있다. 교회는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임무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09년 9월 6일, 조학균 신부(예수회, 전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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