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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3일 대림 제4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23 조회수787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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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대림 제4주간 목요일-루카 1장 57-66절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생명과 사랑의 언어>

 

 

     ‘말’이란 것, 참으로 묘합니다. 하루 온종일 기분 좋게 잘 지냈었는데, 누군가가 던진 말 한 마디에 순식간에 기분이 상하게 됩니다. 쭉 괜찮았었는데, 누군가의 말 한 마디로 인해 갑자기 마음의 평정을 잃고, 이성을 잃고, 심지어는 해서는 안 될 초강수 보복성 돌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가 건네준 한 마디 격려와 칭찬의 말이 사흘을 기분 좋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말은 세상 살맛나게 만듭니다. 어떤 말은 다시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용기를 지니게 만듭니다.

 

     쉽게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순식간에 공공의 적이 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노력이 세치밖에 안 되는 혀를 조심하는 것입니다. 말하기 전에 잠깐이라도 생각해보는 노력, 한 템포 늦추는 노력이 정말 필요합니다.

 

     가끔씩 원고나 강의 청탁이 들어오면 참으로 조심스럽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선택하는 데도 세심하게 신경을 씁니다. 이 단어가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혹시라도 내가 사용한 이 말이 누군가에게 괴로움의 원천이 되는 것은 아닌가, 몇 번이나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칩니다.

 

     왜냐하면 말이라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말에는 생명력, 역동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입에서 한번 밖으로 나온 말은 즉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활발히 돌아다니고, 때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때로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의 말을 사용해야하는 사람들입니다. 생명의 말이란 다름 아닌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하느님 성령의 감도 아래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서 전반에 걸쳐 사용된 예수님의 말씀을 종류에 따라 구분하고 분석해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사이비 지도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말씀은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가지 말아야 될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경고 말씀은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분 입에서 나온 말씀은 가난한 백성들을 위로하는 말씀이었습니다. 굶주림과 헐벗음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사랑의 말씀이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생명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분 입에서 나온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는 사람을 살리는 데 사용된 언어였습니다. 결국 그 말은 죽음의 언어와 반대되는 희망의 언어, 미움과 무관심의 언어와 반대되는 사랑의 언어, 직책과 협박의 언어와는 반대되는 위로와 격려의 언어였습니다.

 

     참된 언어는 성령의 인도 아래 사용되는 언어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즈카르야처럼 말입니다.

 

     그는 성령의 도우심에 힘입어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터져 나온 첫 마디가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업적과 사랑에 감사하는 말이었습니다.

 

     폭력과 죽음, 고립과 단절의 문화가 확산되어가는 이 시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사용하는 사랑과 생명의 언어가 쓰러져가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되살리는데 사용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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