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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25 조회수746 추천수13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
 

 
The Word became flesh
and made his dwelling among us.
(Jn.1.14)
 
 
제1독서 이사야 52,7-10
제2독서 히브리서 1,1-6
복음 요한 1,1-18
 
어느 성당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제가 인터넷에서 사진을 직접 봤거든요). 글쎄 성탄절이 되자 성당 마당에 있는 성모상을 커다란 천으로 가려 놓은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 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성모님, 산후조리 중.”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시게 된 날, 그리고 동시에 성모님께서 산후조리 중이신 날인 오늘, 너무나도 기쁜 성탄절입니다. 우리 모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서로 서로 축하했으면 합니다. 저 역시 새벽 묵상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인사 올립니다.

“예수님의 기쁜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나약한 부족한 인간으로 오셨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는 갓난아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아기로 오신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를 더욱 더 잘 이해하시기 위해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오신 주님의 사랑을 볼 수 있는 부분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힘 쎈 것이 더 좋은 것처럼 착각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더 많은 것을 얻어야 행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옛날 어떤 배 안에 한 학자가 타고 있었습니다. 학자는 같은 배 안에 타고 있던 상인들로부터 “당신이 파는 것은 무엇이오?”라는 물음을 받았지요. 학자는 “내가 파는 물건은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오.”라고 대답했습니다.

상인들은 그 학자가 잠들어 있는 틈에 그의 짐을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모두가 돈도 없으면서 허풍만 친다면서 그를 비웃었습니다. 그 이후 오랜 항해가 계속되었는데, 그만 배가 난파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짐을 잃었고 가까스로 육지에 닿게 되었습니다. 학자는 그 마을의 촌장에게 가서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촌장은 그 마을의 어느 학자보다도 뛰어난 그를 발견하고 아주 극진히 대접하는 것입니다. 이를 본 상인들은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옳습니다. 우리들은 물건을 잃어버렸지만, 당신이 파는 지식은 당신이 살아 있는 한 잃어버릴 염려가 없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눈에 보이는 많은 물질적인 것이 아닙니다. 또한 세상의 모든 것을 누를 것만 같은 힘 쎈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눈으로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랑이야 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물론 이 사랑이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약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주님께서는 이 사랑을 안고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사랑은 무엇일까요? 혹시 그 사랑은 무시하고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하다면서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제는 주님의 사랑을 간직하고 그 사랑 안에서 모든 것을 포용하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음식에 소금을 넣으면 간이 맞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먹을 수 없소. 마찬가지로 욕망에 삶을 넣으면 안 되오.(류시화)




백 마디 말보다(‘좋은생각’ 중에서)

일본의 고승 료칸 선사가 오흡암이라는 암자를 지어 놓고 수행할 때였다. 어느 날 동생 부부에게 편지가 왔다. 하나밖에 없는 조카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하니 설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튿날, 료칸은 동생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동생 집에 머문 사흘 동안 훈계나 설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동생 부부는 내심 야속했지만 그렇다고 닦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흘째 되던 날, 료칸은 바랑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젠 가 봐야겠네.” 동생은 깜짝 놀라 료칸을 붙잡았다. “형님, 이렇게 가시면 어떡합니까? 하루만 더 머물러 주세요.”

료칸은 말없이 신발을 신었다. 그러고는 배웅하기 위해 나온 조카에게 말했다.

“얘야, 나는 이제 돌아가야겠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료칸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조카를 바라보았다.

“미안하지만 내 짚신 끈 좀 묶어 다오.”

조카는 큰아버지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까맣게 그을리고 나무껍질처럼 야윈 발등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그때 목덜미로 큰아버지의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날 이후 조카는 지난날을 뉘우치고 새 삶을 살았다. 눈물 한 방울에 담긴 깊은 사랑이 백 마디 말보다 큰 울림을 준 것이다.

 
 
The First No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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