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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 12.25,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25 조회수322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12.25 토요일 예수 성탄 대축일 낮 미사

이사52,7-10 히브1,1-6 요한1,1-18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오늘 탄생하셨습니다.

죽음의 세상에 생명으로, 어둠의 세상에 빛으로 탄생하셨습니다.

탄생하신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하느님 신비의 열쇠이자 인간 신비의 열쇠입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하느님을, 인간을 알 수 있는 길은 그 어디도 없습니다.

나를 알 수 있는 길도, 찾을 수 있는 길도 없습니다.

새벽 조간신문 1면 기사 제목에 눈길이 멎었습니다.

 

“빈자들의 잿빛 성탄-결식아동 급식예산마저 사라지는 아동센터.

  방화로 잿더미…누울 곳도 없는 산청마을”이란 기사 옆에는

  “30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라는 제하에 기사가 있었고,

  어느 자유기고가는 “추울수록 메리크리스마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바로 가장 추운 절망의 잿빛 시절에

  우리 주님께서 생명과 빛과 희망으로 우리 가운데 탄생하셨으니,

  ‘메리크리스마스’ 우리 모두 주님 성탄을 축하합시다.

 

얼마 전 어느 원로 신부님께서 들려주신 일화도 생각납니다.

자신이 6-7살 무렵 부모님과 같이 바다에 갔을 때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하나가 된 것 같은 장면에

저절로 터져 나오는 웃음과 더불어 이렇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떨어졌어요.”

동심에서 솟아난 참 기발한 시적 탄성입니다.

바로 우리 세상을 구원하시고자

하늘이 떨어져 땅이,

하느님이 떨어져 사람이 된 경천동지의 사건이 바로 성탄입니다.

이 또한 하느님 사랑의 절정입니다.

 

“마리아는 해산날이 되어, 첫 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 한 가운데 가난한 아기로 태어난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입니다.

바로 어제 복음의 이 구절은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을 뜻합니다.

그러나 보이는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이 말씀의 껍질을 벗기면

바로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알맹이

오늘 복음의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이 나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바로 이 말씀 안에

그리스도의 신비, 인간의 신비, 하느님의 신비에 대한 답이 있습니다.

말씀은 그리스도요 하느님입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바로 말씀이신 그리스도가 하느님이심을 밝히는 오늘의 복음입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때

우리 또한 그리스도가 되고 하느님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입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우리 믿는 이들의 원형이요 목표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말씀이요

말씀을 통하지 않고는 사람이 되는 길도, 하느님이 되는 길도 없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것은 사람이 하느님이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건 제 얘기가 아니라 초기교회교부들의 말씀입니다.

 

말씀은 생명입니다.

모든 것은 말씀이신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이 빛이었습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이게 바로 어둠 속에 살아가는 무지의 인간입니다.

 

이 말씀의 빛이, 생명의 빛이 참 빛입니다.

이 말씀을 끊임없이 섭취하여 피가 되고 살이 될 때

생명과 빛으로 충만한 삶입니다.

이 생명과 빛을 갈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영혼과 육신을 살리는 그리스도의 빛, 말씀의 빛, 생명의 빛입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오늘 우리 가운데 탄생하셨습니다.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 많은 이들은 여전히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 백성 중 많은 이들은 여전히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룩한 미사를 통해,

생명의 말씀으로, 생명의 빛으로, 사랑의 성체로 오시는

그리스도 그분을 받아들이니 매일이 성탄이요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습니다.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시는 이 아드님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고 믿는 우리들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는 늘 우리가운데 사십니다.

우리는 오늘 성탄에 그분의 영광을,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봅니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습니다.

율법은 모세를 통해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 주어집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가운데 사시니

바로 우리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집’이자 ‘하느님의 집’임을 깨닫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은, 하느님은 바로 우리 한 가운데 사시니

바로 지금 여기서 그리스도를, 하느님을 만나면 됩니다.

그리스도를, 하느님을 찾아 밖에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 우리 가운데 계신 그리스도를, 하느님을 못 만나면

어디서도 못 만납니다.

공동체의 형제들 하나하나가 말씀이 사람이 되신

또 하나의 그리스도이기에

형제를 그리스도처럼, 하느님처럼 섬기라는 환대의 영성도

바로 여기서 기인합니다.

형제들의 얼굴을 통해 그리스도를, 하느님을 보지 못하면

어디서도 그리스도를, 하느님을 보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살아있는 이콘(living icon)’이 사람들입니다.

 

절대로 허무한 인간이 아닙니다.

말씀이 사람이 된 복된 존재가 우리들입니다.

말씀은 생명이요 빛이니, 생명과 빛으로, 은총과 진리로 충만한 존재가

바로 우리들입니다.

이렇게 해 주시고자

하느님은 우리 가운데 구원자 예수님을 보내주심으로

친히 사람이 되셨습니다.

이런 그리스도 예수님이 없는 세상,

무슨 희망으로, 무슨 맛으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 인류 역사의 방향이자 의미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 빠진 우주, 역사, 세상, 인생은

 

 

오늘 주 그리스도 탄생하셨습니다.

다 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립시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로하시고 구원하십니다.

땅 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봅니다.

어제 밤 미사 후 음식을 함께 할 때,

섬김과 나눔의 삶 자체로

서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던

우리 형제자매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던 지요.

이 성탄 대축일 미사를 통해,

사람이 되신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우리 가운데 오시어

우리를 당신 생명과 빛으로, 은총과 진리로 충만케 하십니다.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축복을 가득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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