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균 신부의 미사 이야기 (16) 보편지향기도 : 아버지께 바치는 간절한 청 담아 미사가 하느님과 그리스도인들간 대화의 장이라면, 기도는 대화 그 자체이다. 미사 중 기도 내용은 하느님에게 간청하면서 모든 이들을 위한 보편적 선을 지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사 전례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전례 봉사자들이 회중을 대신해 바치는 기도에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라는 말로 참여하고 있으며, 자유로운 보편지향기도를 통해 직접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보편지향기도는 모든 이들의 지향을 모아 특별한 기도 형식을 갖지 않고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말로써 미사전례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하느님께 청하는 것이다. 하느님과 순수한 대화를 통해, 그리고 강론을 통해 알게 된 하느님 뜻에 응답하기 위해 성령의 도움으로 하느님께 은총을 청하는 것이다. 보편지향기도를 바치는 기도자들은 독서자들과 같이 경건한 마음과 공동체를 대신한다는 마음으로, 차분하고 분명한 발음으로 기도해야 한다. 미사전례 안에서 기도가 준비돼 있지 않다면 준비된 식탁에 음식이 없는 것과 같다. 그리스도인들이 보편지향기도라고 부르는 기도는 그들에게 있어서 "하느님 말씀에 대답하기 위한 기도이며, 신앙에 따라 사는 데 필요한 은혜를 청하는 기도"라고 할 수 있으며,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하신 말씀에 대해 기도로 응답"(전례헌장 33항)함으로써 공동체가 드리는 기도라고 할 수 있다. 보편지향기도의 특징은 개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청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적이고 공동체를 위하고 공동체에 의존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하느님 은총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있는 공동체를 위한 기도"인 것이다. 말씀 전례를 종결하고 성찬 전례를 이어주는 보편지향기도는 인류 구원을 위한 예비 봉헌이며, 인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공동체의 이름으로 결합되어 한 공동체를 형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보편지향기도는 지향을 두지만 기도를 바치는 표현 방식이 자유롭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즉 보편지향기도는 4가지 지향을 갖는데, △ 모든 교회를 위한 기도 △ 전 인류를 위한 기도 △ 모든 차원의 공동체를 위한 기도 △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를 위한 기도 등으로 구성된다. 미사전례에 있어서 신자들은 주어진 일정한 양식에 의해 준비된 교회 기도문에 충실하게 공동체와 함께 표현을 하지만, 보편지향기도를 통해 공동체의 기도 속에서 자신의 기도를 자유로이 바칠 수 있다. 보편지향기도는 신학적 의미를 풍부히 담고 있는 형식화한 교회 기도문이 아니다. 자신의 신앙과 삶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지향하고 청해야 할 것을 학문적이거나 문학적 표현이 아닌 생활의 언어로 정리해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함으로써 공동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도다. [평화신문, 2009년 11월 15일, 조학균 신부(예수회, 전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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