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요셉 성인 -홍성남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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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현탁 | 작성일2010-12-28 | 조회수841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요셉 성인 -홍성남 신부-
어떤 교우분이 지리산인가 계룡산인가 등산을 하시다가 무당집이 하나 있기에 구경삼아 들여다보았더니 많이 보던 분의 모습이 족자에 있는데 그 족자가 신당에 모셔져 있더랍니다. 다른 신들은 모두 중국 사람인데 그분만 머리가 갈색이고 눈이 퍼런 서양인이더란 것이지요. 그래서 무당에게 물었더니 「요셉성인」이라고 하더랍니다. 자기가 비록 신들려서 무당노릇은 하고 있지만 천주교를 좋아해서 교리공부도 다 했는데, 요셉성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 그분이야말로 생불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기 신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어쨌건 요셉성인은 부처님보다 더 하신 분이십니다. 부처님은 사실 할 것 다 해보고 해탈하신 분인데, 요셉성인은 하고 싶은 것을 아무 것도 못하시고 남에게 퍼주는 인생을 살다가 가신 분이십니다. 지금도 여전히 당신 이름을 부르며 손 벌리는 사람들에게 무엇이라도 퍼주시는 성인이십니다. 그래서 가진 게 없고 아쉬운 사람들이 요셉성인께 매달리는 것입니다.
옛날 교리를 배우신 분들은 예수, 마리아, 요셉을 많이 부르면 은총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예수, 마리아, 요셉”을 불렀습니다. 심지어 넘어져서 다칠 때에도 ‘어머나’가 아니라 “예수, 마리아, 요셉”이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예수님과 성모님만큼 요셉성인도 공경의 대상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요셉성인의 생애는 객관적 입장에서 볼 때는 그리 행복한 삶이 아니셨습니다.
우리는 “성모칠고(聖母七苦)”라고 해서 성모님의 일곱 가지 고통을 묵상하고 묵주기도에도 고통의 신비를 넣어서 성모님 생애의 아픔을 함께 해드리고 있는데 사실 성모님의 그늘에 가려진 요셉성인의 삶 역시 애달프고 고달픈 삶이셨습니다. 지난 번 유럽 성지순례 때, 버스에서 프랑스가수가 부른 요셉성인 노래 테잎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가사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요셉, 넌 참 불쌍한 친구야 하면서 읊어대는 내용을 대충 옮기자면,
너는 네 여자도 아닌 여자와 결혼해야 했지 너는 네 아들도 아닌 아이를 키워야 했지 너는 네 일도 아닌 남의 일에 끌려드는 바람에 먼 이국땅 이집트에 가야만 했지 너는 네 부인이 평생 동정녀로 살게 하기 위해 동정남으로 살아야 했지 너는 네가 죽는 날이 언제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하는 노래인데 굳이 제목을 붙인다면 “요셉 七苦 song”이라고나 할까요. 어떤 자매님이 그러시더군요. 요셉성인은 정말 딸 둔 엄마들이 선호하는 사윗감이라고요. 그러나 요셉성인 같은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실까요? 여러분 중에 그런 아들 두고 싶은 분 손들어보세요. 아무도 없지요.
그럼 요셉성인은 도대체 어떤 분이기에 우리가 그분을 공경하고 그분께 청원기도를 하는 것인가?
하느님께서 요셉성인을 배려하셔서 천당에서는 특별히 마리아, 요셉부부를 위한 방을 따로 마련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밤마다 요셉성인이 몰래 출타하시는 것입니다. ‘아니, 이 양반이 뭔 바람이 난겨...’ 의심이 든 성모님께서 몰래 미행을 하였더니 요셉성인께서 웬 화투방에 들어가셔서는 어떤 놈 뒤에 숨어서 뭐라 뭐라 코치를 하시는 것입니다. 요셉성인이 도박판에 빠지셨나 의심하신 성모님이 대판 부부 싸움할 채비를 갖추고 “아니, 나이든 양반이 체신 머리 없이 애들 화투판에는 왜 끼어드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요셉성인이 처음으로 성모님께 “아니 이 여편네가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야 지랄이.” 맞고함을 치시더니 “아까 그놈이 화투칠 때마다 ‘성요셉, 나를 도우소서’ 염불을 하며 화투를 치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는단 말여. 그래 가서 ‘고’를 해라 말아라 코치 좀 한겨. 썩을 여편네야” 했다는 야그.
인생살이 고생을 많이 해본 사람이 고생하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하지요. 요셉성인은 인생의 뒷 그늘의 삶이 무엇인지, 사람에게 참으로 아쉬운 것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이십니다. 여러분이 가진 힘겨움, 아쉬움을 요셉성인께 털어놓으시고 많은 것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홍성남(마태오)신부: 가톨릭 1급 영성 심리 상담가 평화 방송, 평화 신문 영성 심리 상담 서울 대교구 가좌동 주임 저서; 너나 잘해1,2,3 쉬다 가소, 힘드시죠 달리다꿈, 에파타 등 다수
상담카페; 도반모임 htt//cafe.daum.net/withdoban
평화신문에 '아! 어쩌나?' 꼭지를 연재, 독자들의 꽉 막힌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홍성남(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신부가 「벗어야 산다」를 펴냈다.
홍 신부는 그동안 「쉬다 가소」 「도반」 「에파타」 등 11권의 책을 냈지만 모두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제본 형태로 묶은 것들이다. 정식 출판물로는 이 책이 처음이다.
「벗어야 산다」는 돈ㆍ자식ㆍ남편ㆍ시댁ㆍ친정 등 무엇 하나 걱정 투성이가 아닐 수 없는 세상살이에서 받은 상처들을 어루만져주고, 통쾌한 해설로 속을 확 풀어준다. 뒤늦게 영성심리 상담을 공부하고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담부터 시작해 신자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공감할 수 있는 세상살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홍 신부는 본지 '아! 어쩌나?' 꼭지와 도반카페(cafe.daum.net/withdoban), 강연 등을 통해 인간의 마음은 위로 차원을 넘어 '힘을 길러야 하는 대상'임을 강조해왔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 행복을 찾도록 돕는 것이 홍 신부 상담법이다.
이 책에서 위로를 기대한다면 아예 책을 펴지 않는 게 낫다. 홍 신부는 상담할 때 특유의 재치와 입담, 직설적 표현과 상식을 깨는 일종의 '충격요법식' 처방을 내려 내담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만약 홍 신부에게 "며느리가 미워 죽겠다. 이젠 찬밥밖에 차려주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홍 신부는 분명 "참 못된 며느리네요. 실컷 미워 하세요"라고 했을 것이다(25쪽). 하지만 오그라든 마음을 가진 이에게는 따뜻한 관심과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벗어야 산다'는데 무엇을 벗으라는 것인가. 홍 신부가 심리 상담을 공부하기 전 수십 년 동안 걸치고 살았던 죄책감과 열등감, 원망, 허위의 옷들을 뜻한다. 책은 마음의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이 옷들을 하나씩 벗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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