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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낮춤의 신비를 알아본 시메온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29 조회수415 추천수7 반대(0) 신고

 

낮춤의 신비를 알아본 시메온 - 윤경재

 

시메온은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루카 2,28-35)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받아 안은 시메온은 성령의 도움으로 그리스도의 신비를 알아보았습니다. 낮춤의 신비를 알아보았습니다. 힘없고 나약한 아기를 통해 온 민족을 구원하는 힘을 마련하시는 주님의 역설을 깨달았습니다. 이와 같은 역설을 자연 현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우리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태풍이 그렇습니다. 태풍은 기압이 낮을수록 더 큰 위력을 나타냅니다. 

지구 상에서 부는 바람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폭풍과 태풍입니다. 폭풍은 고기압 근처에서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부는 바람입니다. 이때는 큰 비를 동반하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태풍은 열대성 저기압이 일으키는 바람입니다. 주로 큰 바다에서 형성되어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포함하기 때문에 큰 비와 강한 바람을 동시에 일으킵니다. 한번에 2~300mm 정도의 비를 뿌리기도 합니다. 태풍의 특징은 그 가운데에 태풍의 눈이라 부르는 맑고 고요한 공간이 있으며, 또 기압이 낮을수록 더 위력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바다의 에너지를 많이 공급받기 때문에 더 커지고 세집니다. 

태풍이 어마어마한 바람과 강우의 위력으로 엄청난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정체되어 더러워진 바다를 뒤집어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웬만한 힘으로는 깊은 바다를 갈아엎을 수 없기에 태풍이 불어야만 윗물과 아랫물이 뒤섞이게 됩니다. 그 덕분으로 바닷속 깊숙이 산소공급이 원활해져 프랑크톤 등 여러 생명체가 살아납니다. 바닷물이 썩어가는 현상인 홍조가 사라집니다.

정말 강한 힘은 자기를 낮출수록 세지고, 또한 중심을 텅 비우고 고요하게 유지할 때에 비로소 터져 나온다는 ‘힘의 역설’을 태풍으로부터 배웁니다. 자연에서도 그런 역설의 기운이 감돈다면 하느님의 신비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신비가 태풍과 비슷합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필리피 2,6-11)

비움과 낮춤을 예수만큼 실행하신 분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분의 위력이라야 위와 아래를 뒤흔들며 엉클어진 것을 바로잡으실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마니피캇, 루카1,51-53) 

그리고 태풍처럼 만물에 새 생명을 부여하신 분도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4)

예수께서는 당신 중심에 고요한 평정을 간직하신 분입니다. 그분을 만나는 사람은 모두 그 평정을 보게됩니다. 외경심에 저절로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러나 그 힘이 어디서 오는지 깨닫지 못할 뿐이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을 깊은 심연 속으로 이끄시는 그 힘을 유대인들은  ‘새로운 권위’라고 불렀습니다. 권위를 그리스어로 exousia 라고 하는데 그 본래 말뜻은  ‘존재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나오는 존재가 지닌 위력이 얼마나 거룩한지 직접 체험했기에  ‘새로운 권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라는 시메온의 예언도 다가오는 태풍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춘 자는 피해를 보지 않고, 게으르고 외면한 자들만이 태풍의 피해를 겪는 이치와 닮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과학의 발달로 태풍의 위력을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위력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강해져 전 우주를 지배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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