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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둔 밤의 빛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29 조회수777 추천수11 반대(0) 신고

 

 

어둔 밤의 빛

 

 

      오늘 복음에서 시메온 노인은 태어난 아기 예수를 알아보고 이교 백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라고 증언 합니다.

 

     시메온은 어떻게 갓난아기를 보고 즉시 구원자요 계시의 빛임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

 

     우리 표현으로 하면 神氣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의 외할머니는 굿이나 푸닥거리는 하지 않으셨지만 신이 내린 분이셨습니다. 신기가 있으셔서인지 정말 대단한 직관력을 가지셨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 미래가 어떨지 내다보는 눈이 있으셨습니다. 잡신도 영은 영이기에 얼마든지 그럴 능력이 있는 것이지요. 악령도 예수님을 알아봤으니 말입니다.

 

     오늘 복음도 시메온에게 영이 머물러 있음을 얘기합니다. 그는 의롭고 구원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인데다 그에게 머물러 계신 성령이 구원자를 보게 될 것이라 알려주셨기에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을 때 즉시 아기가 누구인지 알아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메온이 예언한 아기 예수는 계시의 빛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유보되는 계시의 빛이 아니라 이교 백성에게도 열려있는 계시의 빛입니다. 어둠 속에 있는 사람에게 볼 수 있게 하는 빛입니다.

 

     하느님은 보이시는 만큼만 우리가 볼 수 있는 분이십니다. 보이시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께서 나타내 보이신 하느님이고 하느님을 볼 수 있게 하는 영의 빛, 계시의 빛이십니다. 나타내 보이신 하느님 없이 우리가 하느님을 절대로 볼 수 없고 영의 빛, 계시의 빛이 없이 하느님을 절대로 볼 수 없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한국에서 저를 찾아온 분들이 있어서 같이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 곳을 들렀는데 그 중의 한 곳이 “Lost Sea” 였습니다. 말하자면 지하호수인데 한참을 내려갈 정도로 꽤 깊었습니다. 그 깊은 지하에 뱃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호수가 있다는 것도 놀랍고 인상적이었지만 더 인상에 남는 것은 지하로 내려가는 중에 한 체험이었습니다. 그들이 붙인 이름은 “Absolute Darkness Experience”입니다. 절대 암흑 체험이지요.

 

     한참을 내려간 어느 지점에서 불을 완전히 껐습니다. 그야말로 빛이 하나도 없는 칠흑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칠흑 같은 밤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보였는데 빛이 정말 하나도 없으니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보려 해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때 저는 처음 깨달았습니다.

 

 

     나는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이 내가 눈을 감아서 보지 못하거나 나의 시력이 약해서 보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보고자 해도, 그래서 눈을 부릅떠도, 그리고 아무리 시력이 좋아도 빛이 없으면 볼 수 없습니다. 눈이 보는 것이 아니라, 빛이 보게 하는 것입니다.

 

     보는 것은 분명 나의 눈이지만 빛에 의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보려고 하고 보는 것은 능동태이지만 보게 되는 것은 수동태입니다.

 

     우리 인생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도 있고 영적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둔 밤도 있습니다. 바로 이때 그리스도는 보게 하시는 계시의 빛이십니다.

 

- 작은형제회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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