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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모두 은총을 관상하자!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31 조회수62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우리 모두 은총을 관상하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 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요한복음은 우리 모두 주님으로부터 은총을 받았다고 얘기합니다. 여기서 저는 우리 “모두”라는 말에 주목을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은총을 받았다면, 그러면 저도 은총을 받은 것이겠지요. 그런가? 자문을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올 해 저는 은총을 받지 못했습니다. 몇 해가 지난 다음 은총을 받았다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지금 저는 은총을 받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은총을 주신 하느님을 중심으로 보면 우리 모두에게 은총을 주셨기에 저도 은총을 받은 것이 틀림없지만 은총을 느끼는 나를 중심으로 보면 제 탓으로 저는 은총을 받았음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성탄을 앞두고 고백성사를 보면서 저는 한 시도 하느님을 느끼지 않은 적이 없지만 그 하느님 앞에서 수없이 많은 죄를 지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저는 한 시도 하느님을 느끼지 않은 적이 없다고 감히 말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T.V를 보는 그 순간에도, 누구를 만나는 그 순간에도, 잠자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를 못마땅해 하며 속으로 욕을 퍼붓는 그 순간에도, 심지어 욕정이 고개를 드는 그 순간에도,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느끼고 나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을 느낍니다.

 

그런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은총은 주시지 않고 저와 함께 계시고 저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이 사랑 없이 저를 감시만 하시겠습니까? 하늘의 태양이 빛을 비추지 않고 내 위에 있을 수 없듯이 은총의 하느님도 은총을 베푸심 없이 함께 계실 수 없습니다.

 

방안의 난로가 꺼지지만 않았다면 있는 것만으로 온기를 전하듯 사랑의 하느님은 함께 계심이 곧 사랑이십니다.

 

그렇다면 함께 계심을 한 시도 느끼지 않은 적이 없으면서 어찌 하느님의 은총은 느끼지 못하였던 건가요?

 

추운 데 있다가 들어오면 난로의 따듯함을 느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어둠 속에 있다가 빛을 쐬면 빛을 느낄 텐데 그러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넘치는 주의 은총, 한량없는 주의 사랑이 저로 하여금 은총을 감지하지 못하게 하고 사랑을 흘려버리게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불감증은 제 탓이 아니고 너무 큰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탓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도 하지만 이제는 난로 곁에 앉아서 난로 불을 쬐어야겠습니다. 하던 일 멈추고 그저 난로 곁에 하릴없이 앉아 있어봐야겠습니다. 너무 일이 바빠 온기만 누리고 난로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하던 일 멈추고 그저 난로 곁에 하릴없이 앉아 불을 쫴야겠습니다.

 

관상은 그래서 일의 멈춤이고 부러 곁에 있음이고 부러 쳐다봄입니다.

 

그러니, 한 해의 마지막 날만이라도 하던 일 멈추고 은총을 좀 관상해 볼까요, 우리?

 

- 작은형제회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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