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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자리" - 12.3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31 조회수369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12.30 목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6일

1요한2,12-17 루카2,36-40

 

 

 

 

 

"제자리"

 

 

 

태초의 신비를 살라고 흰 눈 덮인 하얀 산야에,

푸른 열정위에 흰 순수를 옷 입은 소나무들입니다.

계속되는 성탄 축제가 흰 눈으로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은 성탄 축제가 바로 우주적 축제임을 보여줍니다.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여라.”

 

예수 성탄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공허하겠는지요.

제 집무실 시계 밑에 붙어있는

‘하느님’이란 글자를 본 어느 수사님의

‘시간이 하느님이네요.’ 라는 말에 깨달음처럼 솟아난 다음의 묵상입니다.

하느님 안에 있는 시간이요, 시간 안에 있는 하느님입니다.

영원 안에 있는 시간이요 시간 안에 있는 영원입니다.

전례 안에 있는 시간이요 시간 안에 있는 전례입니다.

하여 거룩한 시간, 충만한 시간 안에 영원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덧없는 허무의 시간 안에 영원한 빛으로 탄생하신

하느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은혜입니다.

바로 하느님 안 제자리에서

영원한 현재를 살아간 정주 영성의 대가가

바로 어제 복음의 시메온에 이어 오늘 복음의 한나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라는 책에 대한

어느 명사의 평입니다.

 

“긴 세월 걷고 또 걸어 시인과 스님이 당도한 곳은

  다름 아닌 ‘지금 여기’의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이 부처였고 지금도 부처이고 앞으로도 부처임을,

  진리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지

  그 어떤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공부란 떠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것임을,

  바로 ‘이 자리, 여기의 나’를 확인하는 과정임을 터득한다.”

 

그대로 구원의 진리를 말합니다.

부처대신 하느님의 자녀를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지금 여기 하느님 안 제자리를 깨달아 제정신으로 제대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자유인으로 살아감을 목표로 하는 우리의 정주영성입니다.

 

“나이가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 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한결같이 정주의 삶에 충실했던 한나입니다.

세상 보이는 그 무엇도 아닌 하느님만을 향한 삶이요,

세상 안에 살되 세상과 거리를 둔 끊임없는 자기초월의 삶이었습니다.

밖으로야 늘 그 제자리 같지만

안으로는 매일이 새 하늘, 새 땅의 제자리였습니다.

세상 무엇도 아닌

하느님께 믿음을, 희망을, 사랑을 두었기에 가능한 정주의 삶이었습니다.

바로 사도 요한의 권고를 그대로 실행했던 믿음의 사람, 한나였습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을 거부하라는 게 아니라 세상 안에 몸담고 살지라도

세상과 사랑에 빠져 하느님을, 나를 잊고 사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세상과 거리를 둔 초연한 내적 자유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떠남의 여정은 역설적으로 제자리로의 귀환을 의미합니다.

어느 분은 제자리에 돌아오는데 30년이 걸렸다 합니다.

지금 여기 이 자리가

바로 주님을 만나고 참 나를 만나는 구원의 제자리입니다.

시메온에 이어 정주의 제자리 삶에 항구했던 한나 역시

탄생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이 초월적 제자리의 거점에 자리 잡을 때

영원한 현재의 삶이요 세상 것들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다 지나갑니다.

이런 깨달음이 우리를 자유롭게 넉넉하게 편안하게 합니다.

제자리에서 정주의 삶을 살다보니 지나가는 것이 다 보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세월도 지나고,

사람들도 부단히 지나 사라지고,

젊음도 사라지고…지나가는 것들이 눈에 보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제자리의 삶에 정주하는 사람만이 영원히 남습니다.

바로 시메온이, 한나가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다음 대목에서 예수님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도

정주의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예수님의 부모는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친 요셉, 마리아 부부는

나자렛의 제자리에 정주하며

아들 예수님을 하느님께 맡기고

집착 없는 초연한 사랑으로 돌보았을 것입니다.

하여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했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으니 하느님께서 몸소 키우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제자리에 돌아와 주님을 새롭게 만나고

주님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는 복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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