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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위원회: 신앙생활의 정점이며 원천인 전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7 조회수2,668 추천수0

[20+4 - 전례위원회] 신앙생활의 정점이며 원천인 전례

 

 

전례위원회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전례헌장’이 반포되면서 교회의 전례개혁 목소리가 드높던 1964년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전례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이후 주교회의 전례위원회는 주교회의에서 위임받은 전례에 관계된 모든 일을 주관하고 있다.

 

현재 전례위원회는 이한택 주교(의정부교구장)를 위원장으로, 이완희 신부(인천교구)를 총무로 하여 전국 각 교구와 수도원에서 전례를 전공한 9명의 전례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07년에 전례위원회 안에 성음악분과위원회를 설치하여 전례위원회 총무신부와 14명의 음악 전문가들이 한국 전례음악의 발전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례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나?

 

첫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정신에 입각하여 교황청이 새로 간행한 전례서를 한국의 상황에 맞게 한국어로 번역한 뒤에 한국 교회를 위한 전례서로 출판하는 일이다. 전례서는 초안이 완성되면 전례위원회의 전문적인 검토를 거친 뒤 주교회의에 상정되어 승인을 받고, 로마 교황청의 최종 추인을 거친 뒤에 출판되어 사용할 수 있다. 전례서가 출간되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검토-인준-추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이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 걸린다.

 

둘째, 전례에 관계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는 일이다. 한국 교회의 고유한 문화와 정신을 고려하여 전례거행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하는데, 이를 통하여 전례의 토착화라는 결실을 얻게 된다. 상장예식이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출간된 바 있다.

 

셋째, 전례거행, 전례력의 검토, 축제일의 우선순위 등에 관계된 지침과 원칙을 정한다. 또한 전례서 이외의 기도서, 성가집 등의 출간을 관리, 감독하고, 전례에 관계된 다양한 질문들에 공식적으로 답변한다. 아울러 전례용어의 혼란으로 신자들 사이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에 따라 전례용어집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전례와 관계된 일들을 추진함으로써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를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례서 간행의 현주소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폐막된 지 40여 년이 지났다. 공의회 이후 교황청은 1967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의회 정신에 따라서 새롭게 개정된 전례서들을 출판하기 시작하였고, 이 전례서 간행 작업은 현재까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교황청에서 출간된 전례서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한국 교회의 상황에 맞는 예식서를 출간하고자 한국 천주교회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

 

1990년대에 이르러 전례서의 토착화에 대한 요청이 점차적으로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의 고유 상례를 수렴하기 위한 상장례 예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1996년에는 한국어 원칙에 충실한 ‘미사통상문’이 개정 출간되었다. 미사경본의 다른 부분들도 ‘미사통상문’의 개정 원칙에 맞춰 새롭게 번역되던 중에 2002년 교황청에서 공의회 이후 세 번째로 새 ‘미사경본’을 발간하였다. 따라서 이전 작업을 멈추고 새로 출판된 라틴어 ‘미사경본’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전례서가 출간되지 않아서 사목자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모국어 전례서 출간이 늦어지게 된 이유가 있다. 2000년도부터 전례위원회에서는 미사경본을 포함한 전례서의 재번역을 시작하여 많은 전례서들을 새로 만들었으나 가장 중요한 전례서인 라틴어 미사경본이 2002년에 새롭게 개정 출판됨으로써 이를 번역하는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전례거행에 새 번역 ‘성경’을 사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전례서 개정작업은 새 ‘성경’이 출간된 2005년 12월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전례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시편’도 최민순 신부의 번역본 대신 새 ‘성경’을 기초로 ‘새 전례시편’을 만들어 사용하도록 결정함에 따라 전례위원회는 전례용 시편을 만드는 작업을 먼저 해야 했고, 전례서 출간도 다시 미뤄지게 되었다.

 

드디어 2008년에 전례용 시편이 완성됨에 따라 전례위원회는 이제 본격적으로 모든 전례서를 새롭게 출간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미사경본은 번역이 끝나 전례위원회의 검토와 주교회의의 승인을 마친 상태이며, 앞으로 교황청의 추인을 거쳐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미사독서도 전례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주교회의 2009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이 밖에도 2000년 이후에 개정된 예식서들(혼인예식, 유아세례예식, 서품예식 등)의 성경 본문과 시편이 대체되어야 하며, 어른입교예식, 견진예식, 상장예식 등 다른 모든 예식서는 초안이 완성되어 전례위원회의 검토와 주교회의의 승인, 그리고 교황청의 추인을 거쳐 출간될 것이다. 또한 성체신심예식, 축복예식 등을 포함한 여러 예식서들은 새롭게 재번역되어야 한다. 현재 전례위원회는 이러한 전례서 개정출판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성음악분과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나?

 

2006년에 전례위원회는 한국 천주교회 전례음악 봉사자들을 위한 모임을 주최한 적이 있다. 이때 참가자들은 교회음악에 대한 지원과 관리가 너무 소홀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고 특히 시급한 과제로 성음악지침서, 새 성가책 간행, 봉사자들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기회 부여 등을 선정하였다. 이에 따라 전례위원회는 교회 내 음악 전문가들을 위촉하여 성음악분과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성음악분과위원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성음악 전문가로 구성되었으며 발족한 이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선 해마다 ‘한국 천주교회 전례음악 봉사자 대회’를 개최하여 전례음악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적극적으로 교회음악 발전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특히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었던 ‘성음악지침’을 2년의 연구와 검토를 거쳐 주교회의의 승인을 거쳐 2009년에 출판하였다. 또한 1986년에 출간된 “가톨릭 성가”를 개정하기로 의결하여 2007년부터 성가책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 성가책은 이르면 2012년에 늦어도 2015년에는 선보일 예정인데, 전례에 참석한 모든 신자가 함께 부를 수 있는 회중용 전례성가책이 될 것이다.

 

새 성가책은 기존의 성가책에서 뽑은 성가들과 그레고리오 성가와 같은 교회 정통성가들, 그리고 가능하다면 생활성가와 같은 현대성가와 국악성가 등을 아우르는 전례용 성가들로 꾸며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기존 성가책에 수록되어 있지 않으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훌륭한 성가들과 새로 작곡을 의뢰하여 만들 성가 등 새로운 전례성가도 수용할 예정이다. 특히 주일과 대축일의 미사전례를 위한 입당송, 영성체송과 같은 전례성가들도 모두 수록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성가들 중에서 전례용으로 부르기에 부적합한 성가, 합창용 성가,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성가 등은 제외될 예정이다. 또한 성가대를 위한 합창곡집, 신심행사나 교우모임을 위한 성가집, 청소년과 생활성가집, 어린이성가집 등의 출간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다.

 

전례는 신앙생활의 정점이며 원천이고 하느님 백성을 하나로 모으는 깃발이라고 공의회는 정의한다. 전례 안에서 구원의 파스카 사건이 매번 재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들은 전례에 참석할 때마다 이러한 엄청난 구원의 현장에 있음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 사랑에 대한 감동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 이완희 스테파노 - 인천교구 신부. 교황청 성 안셀모 대학교에서 전례학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인천 가톨릭 대학교 교수,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있다.

 

[경향잡지, 2009년 11월호, 이완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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