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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 교회와 장례 문화: 바람직한 장례 문화를 위한 제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7 조회수4,091 추천수1

[경향 돋보기 - 교회와 장례 문화] 바람직한 장례 문화를 위한 제언

 

 

제안 1, 그리스도교 장례에 대한 교육과 유가족에 대한 안내

 

“교회는 그 자녀들의 장례식을 통하여, 믿는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경축하며,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세례로 한 몸이 된 신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을 통하여 생명으로 옮아가게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하여 신자들의 영혼을 씻어주고 성인성녀들과 뽑힌 이들과 함께 천국에 들게 하며, 육신으로는 복된 희망을 품고 그리스도의 재림과 육신부활을 기다리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죽은 이들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파스카 제사인 미사를 봉헌하며 기도와 전구를 바침으로써, 서로 통공하는 그리스도의 지체들이 서로 영신적으로 도와주며 위로하는 것이다.”

 

“장례예식서” ‘지침과 해설’ 1항의 말씀이다. 이것이 그리스도교 장례식의 참된 뜻이다. 또 ‘장례식 준비를 위한 사제의 직무’ 안에는 “적절하고 품위 있는 장례식을 비롯하여 망인에 대한 사제의 직무를 합당하게 수행하려면 그리스도교의 신비와 사목적 조직적 관심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사제가 해야 할 일은 1) 병자와 임종하는 이들을 로마 예식서에 지적된 대로 도와주고, 2) 그리스도교 신자의 죽음의 뜻을 잘 가르쳐주고, 3) 상가의 가족들을 친절히 위로해 주고, 고통과 근심을 덜어주며, 할 수 있는 대로 그들을 도와 적절한 장례식을 준비하고, 예식 중에 부여되는 모든 권한을 잘 이용해야 한다.”(“장례예식서”, 25항)라는 말씀도 있다.

 

지금 우리 교회의 장례식에서 가장 시급한 부분은 바로 그리스도 장례에 대한 안내서와 교육의 인프라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가족과 유가족 가운데 비신자들을 위해서 천주교 장례의 참된 뜻과 절차, 그리고 그 해설을 담은 간단한 안내서를 본당이나 교구 단위로 만들어 유가족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장례 3일 동안, 집중적으로 죽음과 부활 그리고 자신의 신앙에 대해 묵상하는 자연스런 계기가 되는 이 기간에 이러한 노력은 매우 효과적인 복음화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경우 천주교 장례식을 통해 냉담자가 다시 신앙을 되찾고 비신자들에게는 선교의 자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장례예식서의 장례지침과 해설 내용을 토대로 장례예식서 안내서를 만들어야 한다.

 

유가족들은 고별식이나 사도예절 입관 등의 용어를 잘 모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연령회장의 설명이나 순서를 따르는 수동적 입장에만 머물게 된다. 실제로 필자에게 어느 유가족은 “3일간 어떤 절차와 용어와 의미를 갖고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간단한 설명서라도 있었으면….” 하고 말한 바 있다.

 

또 그리스도교 장례에 대한 평소 교육도 필요하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경제수준이 올라가고 노령화하면서 죽음준비 교육과 보험업이 발전하고, 상조회가 널리 성행하는 장례 문화가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장례 문화에 대한 신자들의 교육 매뉴얼이 연도교육이나 연도대회라는 노래에 집중되어 있는 듯 보인다. 소공동체 모임에서 장례예식에 대한 지침과 절차에 대해 다루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안 2, 자살에 대한 대처방안과 자살자 장례예식에 대한 기준 마련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자살은 해마다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자살은 모방자살의 동기를 부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핵가족사회와 매스컴의 영향력은 그리스도교 죽음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회 안에서도 자살은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인터넷에서는 자살을 도와주고 방법을 제공하는 불법 사이트가 상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인간생명에 대한 교리와 그리스도인의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은 모두 자살하기 전에 상담자나 죽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다고 한다. 이러한 자살자들의 심리경향에 대해 교회는 자살 방지 차원을 넘어 인간생명의 수호와 인식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생명, 그리고 죽음에 대한 가르침과 상담력을 강화하여야 하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여 생명수호와 죽음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수호해야 한다.

 

또한 자살자의 장례미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본당사목구 주임의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유가족 그리고 자살의 동기와 배경 등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목적 연구와 기준이 필요하다. 사제의 의식에 따라 모든 자살에 대해 아무런 검토 없이 모두 장례미사를 거부한다거나 또는 장례미사를 거행하는 데 따른 신자들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 자살자는 구원받을 수 없기에 장례미사도 허용할 수 없다는 논리는 한계가 있다.

 

 

제안 3, 주일 장례미사에 대한 올바른 전례적 원칙 필요

 

누군가 금요일에 선종하면 그 유가족인 신자들은 주임신부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왜냐하면 주일에 장례미사를 부탁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주임신부에 따라 장례미사의 거행이 제한된 것이 지금 우리 교회의 현실이다.

 

미사성제는 그리스도교 장례식의 중심이다. 장례미사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은 정화되고 유가족은 위로를 받으며, 미사에 참여하는 모든 이는 부활의 신앙을 확인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여정이 시작된다. 이 여정의 시작은 부활의 희망 안에서 축제가 되는 것이다. 이는 파스카의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보편교회는 전례 안에서 위령미사의 등급 가운데 장례미사를 가장 높은 미사로 규정하였으며, 의무 대축일, 성주간 목요일, 파스카 성삼일, 대림시기, 사순시기, 부활시기의 주일이 아니면 어느 날에나 다 봉헌하도록 강력히 권고하였다.

 

장례미사는 연중 주일미사의 등급보다 3등급이 더 높은 미사이기에 평일에도 두 개의 독서와 세 개의 제대초 그리고 부활초를 켤 수 있도록 하여 부활의 의미를 전례적인 표징으로 드러내도록 하고 있다(전례력 지침 59항, 미사경본총지침 335-341항. 미사를 거행할 때 위령미사 등급에 관해서는 해마다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전례력’의 전례등급표에 표시되어 있다.).

 

주일은 작은 부활절이며 주일에 우리는 미사를 통해 부활의 신비를 축제로 재현한다. 이러한 전례정신과 규범에 따라 주일에 거행되는 장례미사는 더욱 풍요로운 부활의 신앙을 성사적으로 드러내는 표지이며 찾아가는 선교의 커다란 장이 되어야 한다. 사목자들은 유가족 중에 쉬는 교우들이 있다면 고해성사를 받도록 배려해야 하며 미사에서 성체를 영함으로써 고인을 위하여 봉헌되는 성찬의 제사에 새로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목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미사경본총지침, 383항).

 

만일 주일에 미사가 많은 본당에서는 교중미사를 제외한 기존 미사시간의 미사를 장례미사로 봉헌할 수 있다. 주일 장례미사가 ‘육신의 부활을 믿는’ 우리의 신앙을 드러내는 전례적 표지가 되는 것이며, 또한 장례미사에 참석한 비신자들에게는 성령의 역사하심 안에서 신앙의 씨앗을 싹트게 하는 자연스런 초대가 될 것이다.

 

전례력에 따라 주일날 거행하는 장례미사는 참으로 신자들에게 부활의 표지이며 선교가 되고 유가족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된다. 그러므로 모든 장례미사를 주일에 불허하는 것은 전례정신이나 사목적 차원에서도 수정되어야 할 그릇된 의식인 것이다.

 

 

제안 4, 교회의 장례지도사 양성의 심화와 통일의 필요성

 

장례는 종교성을 그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고인과 유가족의 종교예식으로 드러난다. 또한 보건 공중위생의 관심과 중요성이 드러나는 이때에 각 교구의 장례를 수행하는 연령회원들의 자질 함양과 전례의 통일성을 확보하려면 각 교구에 이러한 교육을 전담하는 기구 설립이 시급하다.

 

보건법에 따라 장례지도사법이 시행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4개 교구(의정부, 서울, 대전, 인천)에서 평생교육원 산하 또는 자체 교육기관으로 공인전문지도사 과정에 맞추어 장례지도사 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 내용과 방법이 서로 다르다. 염습방법과 예식교육에 대한 교류가 필요한 부분이다. 장례는 교회 안의 주제가 아니라 나라의 법과 사회문화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제안 5, 추모의 문화는 어디에 있는가?

 

천주교의 장례책임자는 본당사목구 주임이며 그 장례는 전례행위이다. 신자들의 사고 안에 이러한 장례에 대한 본질을 알릴 필요가 있다. 전례는 공동체의 기도이다.

 

고인의 본당 거주지에서 돌아가시더라도 유가족들은 교통이 좋고 화려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으로 모신다. 그리스도교 장례 정신을 넘어서 우리 장례 문화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문상객이 고인에 대한 문상객이라기보다 유가족에 대한 문상객이란 것이다. 물론 그것을 구분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유교에서도 추모정신이 부재한 유가족 부조중심 문화의 병폐를 지적한 바 있다. 가신 분의 친우 분들이 오기 편한 장소가 아니라 유가족들의 객(客)들과 자신들을 위한 장례예식장 선정은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추모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장례인데 추모객을 편의주의적이며 상업주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다. 연령회라는 아름다운 장례 품앗이 봉사문화와 연도라는 아름다운 전례의 전통이 있는 우리 교회의 장례 문화 안에서, 어떨 때는 연도하러 오는 사람들이 곡하는 소리꾼으로 느껴지게 하는 유가족들의 언행을 본다. 교회의 장례 문화는 장례 안에서 기도와 전례와 봉사를 통해 얻어진 신앙가족이 공동체적으로 추모해 왔다.

 

영정 앞에 고인이 쓰신 묵주와 성경, 성무일도와 미사보 등을 놓는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화려한 국화 장식도 중요하지만 분명 장례예식서의 지침은 추모의 성격을 드러내라고 권하고 있다.

 

 

제안 6, 장례시설과 장례용품에 대한 규정과 성미술

 

필자는 외국의 장례시설과 용품에 대한 유럽 천주교회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장례시설과 장례용품이 성미술 분야에 들어가며, 이를 통해 죽음과 부활의 올바른 교리와 영성이 전달됨을 느낀 바 있다.

 

현재 화장의 확대로 유골함의 장례용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종이관, 수의 등이 전통 유교 디자인에서 현대적 감각과 종교적 상징물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장례용품이 자신의 종교심을 발의하는 종교예술품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유골함의 경우만 보더라도 천주교회의 성미술과 상징이 담긴 장례 문화의 미술 분야는 고려되거나 연구되고 있지 않다.

 

장례의 특성상 장례용품을 선정하거나 미리 준비해 두기가 어려워 용품에 대한 피해와 문화적인 접근 정보도 부족하다. 부산교구는 이러한 장례용품의 피해를 인식하고 교구의 사회복지 분야에 재정확보와 우수하고 저렴한 용품공급과 디자인 개발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회의 묘지 정책에 대한 법적 문화적 그리고 신자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노력도 요청된다. 누가 어떻게 왜 교회의 장례시설을 짓고 운영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과 문화가 필요하다. 장례시설에 관련해서 교회 내의 목소리조차 하나로 수렴하려는 장이 없다.

 

아직도 우리 교회 안에서 장례 문화는 연도와 연령회의 무료염습 그리고 장례미사 정도의 안목에 그치고 있다. 장례는 서비스이다. 그리고 음악과 미술과 행위가 있는 종합예술이다. 이 문화적 선교에서 교회의 관심과 무엇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이 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더 중요하다.

 

* 허윤석 세례자 요한 - 의정부교구 신부. 한국 천주교 상장례지도사 학교장을 맡고 있다. 누리집(www.credohur.com)에 가면 장례 문화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경향잡지, 2009년 11월호, 허윤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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