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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은 지구에 왜 왔는가?” - 1.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03 조회수490 추천수9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1.2 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60,1-6 에페3,2.3ㄴ.5-6 마태2,1-12

 

 

 

 

 

“당신은 지구에 왜 왔는가?”

 

 

 

사람은 누구나 마음 깊이에서는 길을 찾는 ‘구도자’입니다.

 

하얀 눈, 하얀 침묵, 하얀 고독안에서

하늘 향한 가난한 겨울 배나무들은

그대로 하느님을 찾는 구도자를 상징합니다.

꼭 침묵 중에 기도하는 모습들 같습니다.

얼마 전 신문 칼럼을 읽다가 벼락같이 와 닿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구에 왜 왔는가?”

 

꼭 하느님이 아담을 찾는 물음에 비견될 만한 충격적인 물음입니다.

 

“너 어디 있느냐?”

 

두 질문은 화두처럼 늘 간직해야 할 말입니다.

이 물음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길을 찾는 구도자는 누구나 필히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최근 한 텔레비전 대담 프로그램에 나온 뮤지션 박 진영에게

진행자가 던졌다는 질문입니다.

 

“당신은 지구에 왜 왔는가?”

 

어둠 속에서 느닷없이 날아든 주먹과도 같은 이 질문이

여러분에게 주어졌다면 무어라 대답하겠습니까?

그대로 제자를 향한 선사(禪師)의 질문 같습니다.

그런데 박 진영은 대답했습니다.

 

“춤추러왔다.”

 

참 대단한 내공에 군더더기 없는 짧은 대답입니다.

자기 사명을, 자기 존재이유를 발견한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참 삶이 간절하고 진실할수록 대답은 간명합니다.

얼마나 뚜렷한 소명감을 지니고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단박 깨닫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무어라 대답하겠습니까?

믿는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제가 대답하겠습니다.

 

 

 

첫째, “찾으러 왔다.”대답하십시오.

 

그렇습니다.

무언가 찾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입니다.

진정 살아있다는 것은 찾는다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죽어있는 사람은 찾지 않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무엇을 찾습니까?

평생 찾을 때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무엇을 찾습니까?

 

돈을, 집을, 일을, 명예를, 지위를, 권력을, 지식을 찾습니까?

다 필요하지만 궁극으로 찾아야 할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의 필생, 평생 과제입니다.

‘하느님을 찾으러 왔다.’ 이게 정답입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박사들은 하느님을 찾는 갈망의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동방박사들처럼 갈망으로 깨어 찾는 영혼에게 계시되는 주님의 별입니다.

갈망으로 깨어 찾을 때 활짝 열리는 마음의 눈에 발견되는 주님의 별입니다.

눈이라고 다 똑같은 눈이 아닙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주님의 별을 발견한 이들은

먼 이국땅의 동방박사들뿐이었습니다.

 

밤새 깨어 기다리다가 주님 탄생 소식을 들은 목자들처럼

평생 깨어 주님을 찾던 동방박사들이 주님의 별을 발견했습니다.

당신을 갈망하여 찾는 영혼들에 주시는 하느님의 선물이 주님의 별입니다.

하늘의 별만이 주님의 별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찾는 영혼에게는 주변의 모두가 주님의 별이 됩니다.

세상에 하느님의 성사가 아닌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늘 향한 가난한 겨울 나목들, 맑고 푸른 하늘,

밤새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들, 우리가 매일 거행하는 공동전례들,

성경, 성전 안에서 밝게 빛나는 제대의 촛불, 십자가, 감실,

성탄 구유를 환히 비추는 전구의 불빛, 내 몸담고 있는 공동체,

좋은 이웃들, 내 하고 있는 일,

모두가 눈만 열리면 주님의 별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별들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손가락을 볼게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말도 있듯이,

이 모든 것들이 가리키는바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여러분은 주님의 별을 찾았습니까?

찾았다면 그 주님의 별은 무엇입니까?

주님의 별을 찾지 못해 방황이요 혼란입니다.

동방박사들은 별 자체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별이 가리키는, 인도하는 아기 예수님을 목표로 했습니다.

동방박사들과 함께 주님의 별을 따라 아기예수님을 찾아 와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를 지내는 우리들입니다.

 

 

 

둘째, “떠나러 왔다.”대답하십시오.

 

주님을 찾아야 살듯이, 주님을 찾아 떠나야 삽니다.

물도 고여 있으면 썩듯이 삶도 고여 있으면 썩습니다.

끊임없이 흘러야 맑은 물이듯 끊임없이 떠나야 맑은 삶입니다.

떠남(exodus)은 생명입니다.

떠나야 원활한 소통의 생명입니다.

겨울이 떠나야 생명의 봄이듯 죽음의 떠남 있어야 생명의 부활입니다.

동방박사들, 결코 안주의 사람들이 아니라 떠남의 사람들로,

주님을 찾아 끊임없이 떠나는 구도자의 전형입니다.

여기서의 떠남이 상징하는바 내적여정의 떠남입니다.

계속 자리를 바꾸는 외적여정의 떠남이 아니라

계속 안으로 깊어지는 내적여정의 떠남입니다.

바꿀 것은 환경도 사람도 아닌 내 마음입니다.

내적 떠남으로 마음이 새로우면 늘 새 하늘, 새 땅입니다.

바로 이게 분도회 정주영성의 핵심입니다.

떠남의 여정은 역설적으로 제자리로 돌아옴의 여정입니다.

끊임없이 나로부터 떠날 때 참 나의 제자리로의 복귀입니다.

떠나지 않고는 제자리를 발견할 수도 참 나를 발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죽어야 끝나는 떠남의 여정입니다.

떠남의 여정을 멈춘 자 이미 그는 죽은 자입니다.

마침내 도착되는 그 제자리의 지점은 하느님입니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 역시

떠남은 제자리로의 귀환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 떠남의 여정 중,

늘 동방박사들을 지켜주신 주님은

우리의 떠남의 여정 중에도 우리를 지켜주십니다.

주님을 만나고 제자리의 고향 땅에 돌아 온 동방박사들에게

그 제자리는 옛날의 제자리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고향 땅에 돌아와서도

주님을 찾는 떠남의 내적여정을 계속했을 동방박사들입니다.

 

 

 

셋째, “만나러 왔다.”대답하십시오.

 

주님을 찾아야 살고, 주님을 찾아 떠나야 살고,

마지막으로 주님을 만나야 삽니다.

주님의 별이 인도하는 목표지점은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동방박사들은 산전수전 고행의 여정 끝에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이런 주님과의 만남이 기쁨이요 평화요 은총이요 축복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까지 떠남의 여정에 항구했던 동방 박사들에게

주님은 만남의 축복을 선사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진정 당신을 찾는 모든 이에게 자기를 보여주십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과거 모든 세대에 알려지지 않았던 신비가,

이사야의 예언이 오늘 이방의 동방박사들을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인류에게 활짝 열린 구원의 문이자

종파를 초월하여 세상 모두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베들레헴에 도착하여 아기예수님을 만나 기쁨에 벅차

자신의 모두를 봉헌선물로 바치는 동방박사들입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렸다.”

 

오늘 복음의 절정입니다.

말 그대로 고진감래. 해피엔딩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만나는 베들레헴이 상징하는바

지금 여기의 제자리의 성전미사입니다.

지금 여기 제자리의 성전미사 베들레헴에서

우리는 동방박사들과 함께 주님을 만나 경배 드리며

우리의 믿음과 사랑과 희망의 보물 모두를 봉헌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여러분!

 

일어나 비추십시오.

여러분의 빛이 왔습니다.

주님의 영광이 여러분 위에 떠올랐습니다.

 

일어나 주님의 빛을 비추기 위해 지구에 왔습니다.

이제 제자리로 향한 내적여정의 삶 중에

부단히 주님을 찾아 떠나 만나 주님을 반사하는

주님의 빛으로, 주님의 별로 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의 화두 같은 질문을 잊지 마십시오.

 

“당신은 지구에 왜 왔는가?”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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