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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4일 주님 공현 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04 조회수957 추천수19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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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주님 공현 후 화요일-마르코 6장 34-44절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열린 마음으로>

 

 

    젊고 의욕 넘치고 혈기왕성하던 시절에는 말 안 듣는 녀석들, 평균점수 대폭 깎아먹는 녀석들, 옆길로 새는 녀석들 보면 자동적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래서 ‘승질’ 부리다가 아이들과 다투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다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더군요. ‘맛이 간’ 녀석들 보면 그저 짠하고, 그저 안쓰럽고,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더 앞섭니다. ‘녀석 험한 세상 살아간다고 참 고생이군’하는 생각과 함께 드는 마음은 측은한 마음뿐입니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등바등 기를 써보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번 그 자리인 우리들, 수시로 넘실대며 다가오는 인생의 높은 풍랑 앞에 조각배처럼 흔들리는 우리들을 바라보는 하느님의 마음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측은지심’, ‘연민의 마음’, ‘애증의 마음’이 아닐까요?

 

    자주 엉뚱한 길로 새는, 그래서 당신의 마음을 쓰리게 하는 우리가 엄청 밉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가 측은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시는 연민의 하느님이 우리의 하느님이라 저는 믿습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를 향해 서 계십니다. 하느님의 마음은 언제나 우리를 향해 활짝 열려있습니다.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철저한 개방성’은 복음서 곳곳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루가복음서 ‘둘째 아들(탕자)의 귀향’ 같은 이야기를 보십시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하느님께서 태초부터 지금까지, 항상, 영원히 우리에게 활짝 자신을 개방하고 계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 그곳에 가기만 하면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할 그 누군가 있다는 것,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너무나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들, 한번 인생 어긋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그걸로 인생 종칩니다. 남아있는 것이라곤 실패에 따른 좌절감과 후회, 자책감과 괴로움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철저하게도 다릅니다. 한번 실수했다고 해서, 한번 인생 종쳤다고 해서, 한번 가지 말아야 할 길 갔다고 해서, 완전히 끝난 것이 절대 아니지요.

 

    우리에게는 돌아갈 집, 아버지 집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달려 나오실 아버지가 계십니다. 당신의 삶, 당신의 마음, 당신의 존재 전체를 활짝 열고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측은지심 가득한 눈길로 활짝 당신 존재 전체를 열고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하느님 두 팔에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푹 안기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부여되는 과제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활짝 열린 마음을 우리 이웃들에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꼭꼭 걸어 잠근 마음, 꼭 닫힌 마음, 그것은 지옥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마음을 열고 하느님께로 이웃들에게 성큼 다가서는 하루가 되길 빕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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