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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 1. 8.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09 조회수322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1. 8. 주님 공현 후 토요일

1요한5,14-21 요한3,22-30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즐겁지 않으면 떠나십시오.”

 

맞는 말입니다만 어떻게 떠나느냐가 문제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살기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자.”

 

과거를 알고 미래를 가늠 할 수 있어야 현재에 충실한 삶입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 놀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내일에 오늘을 저당 잡혀서 살기에는

  당신은 너무 아까운 사람!”

 

한결같이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행복한 삶의 내적여정에 참 모델은 나무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하늘 높이 오르는 나뭇가지들과

땅 속 깊이 뿌리내리는 나무가

높아지고 깊어지는 내적성장의 인간을 상징합니다.

어제 신문의 인터뷰 기사 중,

현월암 암자 부근의 250살된 고욤나무

(키18m. 사방 22m가지 펼침. 천연기념물518호) 앞에 선

어느 스님의 말씀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큰 나무 앞에서 서면 먼저 뭘 하시나요?

  사람을 만날 때처럼 나무에게도 인사를 하세요.

  소리를 내서 해도 좋지만, 마음속으로라도 정성껏 인사를 하세요.

  그리고 마음을 비우면 나무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침묵의 큰 나무 앞에서 서면

저절로 마음은 비워 고요해져 겸손한 나무가 됩니다.

이어 방문자가 수차례 법명을 묻자

스님은

“그깟 법명 따윈 알아서 뭐해요.  나무처럼 오래 남는 것도 아닌데요.”

대답하며 손사래 칩니다.

역시 나무를 닮아 자기를 비운 겸손한 스님입니다.

제일 버리기 힘든 게 나입니다.

살다보면 ‘내가…’ 말하며 자랑하고 싶은 경우 얼마나 많은지요.

‘내가…’ 란 말 자랑삼아 썼다가 부끄러움에 후회한 적도 많을 것입니다.

‘내가’ 란 안 쓰는 사람이 진정 자기를 비운 겸손한 사람입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세례자 요한은 진정 겸손의 모범입니다.

우리 삶의 여정은 겸손의 여정입니다.

 

주님이신 그분은 부단히 커지셔야 하고

우리는 부단히 작아져가야 하는 겸손의 여정입니다.

 

“하늘로부터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될 사람일 따름이다.”

 

세례자 요한은 그리스도의 선구자로서 자기의 배역과 역할에 충실했다가

그 배역과 역할이 끝나자 그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그리스도께 자리를 내드리고 아름답게 떠난 겸손한 분입니다.

끝임없이 흐르는 인생입니다.

내일은 오늘이, 오늘은 어제가 되면서

강같이 흐르는 세월 속에 그분을 잃으면 자기도 잃어

세월의 강에 휩쓸려 미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분을 잃으면 동시에 나도 잃어 허무하고 무의미한 삶입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우리 영적여정의 삶을 요약합니다.

끊임없이 그분은 커지시고 나는 작아지는 여정의

텅 빈 그 자리에 가득 차는 그분 사랑과 생명의 현존이요,

역설적으로 참 나의 발견에 실현입니다.

이어 내적평화와 안정 그리고 충만한 기쁨입니다.

그러니 삶에서 오는 모든 시련과 고통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즉시 이들을 내적성장과 성숙을 위한

‘작아지기’ 수련 은총의 계기로 삼는 것입니다.

 

이런 작아지기 여정에 충실한 우리들은

그대로 1독서에서 사도 요한이 말하는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하여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우리들은 죄를 짓지 않습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나신 분께서 우리를 지켜주시기에

악마도 우리에게 손을 대지 못합니다.

그렇습니다.

작아지기 여정에 충실한 우리들은 참되신 분 안에 있고,

그분의 아드님이신 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행복도 없습니다.

아침 성무일도 독서 중 지혜서의 말씀도 참 좋았습니다.

 

“지혜는 비록 홀로 있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스스로는 변하지 않으면서 만물을 새롭게 한다.

  모든 세대를 통하여 거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그들을 하느님의 벗이 되게 하고 예언자가 되게 한다.”(지혜7,27).

 

작아지기 수련 여정에 충실한 우리 안에 들어와

하느님의 벗이, 예언자가 되게 하는

하느님의 지혜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당신을 위해 비워 작아진 우리 모두를 기쁨으로 충만케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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