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월 12일 연중 제1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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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1-12 | 조회수938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1월 12일 연중 제1주간 수요일-마르코 1,29-39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가시는 예수님>
군사훈련소, 신입사원 교육관, 견습생 훈련원, 사관학교, 수도자 양성소... 이런 단어 보시면 떠오르는 생각이 어떤 것입니까?
이런 곳이 존재하는 목적은 다름 아닌 인재 양성입니다. 목표나 사명에 부합한 사람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곳에서 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눈치가 백단이 됩니다. 눈빛만 봐도 저 친구 오늘 뭔가 힘든 게 있구나, 얼굴 표정들만 봐도 오늘 분위기, 뭔가 심상찮은데, 하고 돌아가는 상황을 즉시 파악하고 대처합니다. 때로 아주 작은 것 하나에 밀고 당기기를 거듭합니다. 그냥 넘어가도 될 만한 것인데도 불호령을 내립니다. 그러다보니 사람이 애들 표현대로 아주 ‘쫀쫀’해집니다.
언젠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신경전을 벌인 기억이 납니다. 다루기가 아주 힘든 청소년들과 함께 5일간의 여름 신앙학교를 하고 나서의 일입니다. 수사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합심해서 잘 준비했고, 또 결과도 아주 좋았습니다.
삼복더위 한 가운데 말도 듣지 않는 꼴통들 데리고 다들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감사의 표시로 수도원 저녁식사에 자원봉사자들을 초대했습니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나누면서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다들 만족해했고 저 역시 충분히 감사의 정을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혈기왕성한 우리 젊은 수사님들 그걸로 성이 차지 않았던가 봅니다. 한 수사님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제게 부탁을 한 가지 했었는데, 기가 차지도 않았습니다. 젊은 자원봉사자들, 다들 아쉬워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데리고 가까운 노래방이라도 다녀오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됐습니다. 저 역시 젊은 혈기에 후끈 달아올라, 막 야단을 쳤습니다.
“너, 지금 제 정신이냐? 다들 근사한 저녁 잘 먹었는데, 시간도 늦었는데, 빨리들 집에 가시게 해야지 노래방은 무슨 얼어 죽을 노래방이냐? 그리고 그분들 삼복더위에 죽을 고생들 하셔서 오랜만에 하늘에 보화를 많이 쌓았는데, 그걸 다시 다 끌어내릴 셈이냐?”
오늘 복음을 찬찬히 읽어보면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야말로 예수님 공생활의 절정기입니다. 제자들도 덩달아 신명이 났습니다. 예수님의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어서 그분 손만 펼치면 안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죽어가던 사람들이 예수님의 한 말씀에 벌떡 벌떡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베드로 장모의 열병 치유는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수님이란 인물은 순식간에 스타중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얼마나 많이들 몰려왔으면, 완장 하나씩 차고 군중들 헤쳐 모으기, 군중들 줄 세우기, 세치기하는 사람들 적발하기가 제자들의 중요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 스케줄은 거의 초특급 연예인 스케줄 저리 가라였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치유와 기적활동을 끝낸 예수님께서 탈진하신 나머지 잠시 휴식 겸 기도하시러 외딴 곳으로 가셨는데, 그 틈을 못 참고 또 사람들이 예수님의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그때 저 같았으면 어떠했겠습니까?
“그래? 뭐 그렇게까지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하겠지. 뭐 좋은 술이랑 안주거리라도 챙겨왔나? 오늘 다들 수고했는데, 가보자구. 회포도 좀 풀어야지.”
그러나 예수님은 저하고 철저하게 달랐습니다. 조금도 우쭐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잠시 지나가는 군중들의 환호에 연연해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하느님 아버지께서 제시하신 당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십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참으로 겸손하신 예수님, 오로지 복음 선포 사명,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한 열정으로만 가득 찼던 참 목자 예수님의 본모습에 유난히 돋보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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