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월 15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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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1-15 | 조회수671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1월 15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마르코 2장 13-17절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죄와 허물보다는 미래와 가능성에 초점을>
언젠가 한 건물에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새까만 정장차림의 어깨들이 입구부터 시작해서 나란히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얼굴들도 한결같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사이를 걸어 들어가는데,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조폭 두목 쯤 되는 사람의 결혼식이었는가 봅니다.
그때 속으로 엄청 웃었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사제와 조폭의 공통점, ‘검정 옷을 즐겨 입는다’ ‘우르르 잘 몰려다닌다’ ‘각자 영역이 확실하다’....
오늘 예수님께서 레위를 당신 제자로 부르시는데, 예수님 시대 세리들은 오늘날 ‘그들’과 비슷했습니다.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자릿세 받고, 고리대금업에 손도 대고, 과도한 이자 부과로 사람들 괴롭히고...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레위는 말단 세리가 아니라 중간 보스 정도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큰 형님’에게 거금을 상납해서 일정 담당 구역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 담당구역을 돌며 마음껏 부를 축척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세리들의 악명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백성들을 그들을 두고 공공연하게 ‘도둑’이라고 칭했습니다. 상종하지 말아야 할 인간으로 첫손가락을 꼽았습니다. 얼마나 사람들을 들들 볶아대던지 ‘세리가 다가오면 집들이 공포에 떤다’는 말까지 돌았습니다.
더구나 유다 민족들은 징수된 세금이 식민지 지배자 로마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세리들을 매국노, 배신자, 배교자로 칭했으며 재판에 증인으로 서는 것조차 금했습니다.
이런 세리의 두목인 레위였는데, 예수님께서는 레위를 당신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이 모습을 본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그야말로 ‘깜놀’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어떻게 저 사람을 제자로 삼을 수가, 하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참으로 파격적인 예수님,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예수님의 인선이었습니다. 갈 때 까지 간 세리, 공공연한 도둑, 매국노 레위에게 당신 구원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참으로 큰 위안을 받습니다.
더 놀랄 일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세리라는 직업을 떠나 예수님의 제자가 된 레위를 위한 송별식이 벌어졌습니다. 그야말로 조폭들의 파티였습니다. 그 잔치에는 당대 내놓으라는 지하 세계 인생들은 다 모였습니다.
참으로 부담스런 자리, 너무나 껄끄러운 자리가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태연히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으십니다. 완벽하게 그들과 동화되십니다. 한 가족이 되시고, ‘절친’이 되십니다.
예수님의 말구유 탄생 때 보여주신 그 지극한 겸손이 예수님 생애 내내 계속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는 광경입니다.
계급과 신분 사이의 벽을 완전히 허무시는 예수님, 격식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신 예수님, 우리의 죄와 허물보다는 미래와 가능성에 더 초점을 맞추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이는 장면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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