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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세’라는 용어에 대한 생각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16 조회수378 추천수2 반대(0) 신고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34)
 
 


                                    ‘영세’라는 용어에 대한 생각
 
 


‘예수성탄대축일’과 ‘주님공현대축일’, ‘주님세례축일’ 동안에 모든 성당들에서는 세례성사가 베풀어졌을 것입니다. 태안성당에서는 주님공현대축일 교중미사 중에 세례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세례식을 보며 다시 한 번 ‘영세(領洗)라는 용어’에 관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1970년대 이후 ‘세례’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 것 역시 ‘신․구교 공동번역 성서’ 출간 이후 우리 교회에서 ‘천주님’ 대신 ‘하느님’이라는 명칭이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교일치운동’의 소산이기도 할 터이고….

영세라는 용어는 제게 좀 더 장중한 질감을 주는 듯싶습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이를 때 “영성체한다”, “성체 영한다”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단순히 성체를 ‘받는다’라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영한다”라는 말은 ‘받들어 모신다’는 뜻이지요.
  
영(領)이라는 글자는 ‘영수증’ 등으로 쉽게 활용되기도 하지만, ‘옷깃’이라는 뜻을 지닌 이 글자가 ‘영세’와 ‘영성체’ 등의 용어에 쓰일 때는 ‘옷깃을 여미고 정성으로 받든다’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일 터였습니다.

옛날 선조들이 세례의 의미로 영세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옷깃을 여미고 정성으로 성세성사를 받든다’라는 뜻을 새겼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세례를 ‘받든다’는 것이 어느 모로는 재미있는 면도 있지만, 그것은 그만큼 우리 선조들의 철두철미한 신앙심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느껴집니다.  

지금 시대야 한자 하나의 의미와 쓰임새를 따지는 것은 너무 고리타분하여 “어느 시대 사람이냐?”는 소리도 들을 법하지만, 위에 적은 사항들을 머리에 새기며 ‘영세’라는 명칭을 접하게 되면 자연 장중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어학이나 한문 쪽으로 전문적인 식견은 갖고 있지 않더라도, 언어는 관습적인 것을 초월하여(또는 관습이든 아니든) 사람에 따라서는 각별한 감흥 작용과 깊은 사유를 안겨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례는 일차적으로 ‘물로 씻는’ 것이지만 성령이 결부되는 성사이지요.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는 성사이니, 성사를 ‘받든다’는 것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일 것 같습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세례성사를 일컬어 ‘옷깃을 여미고 받든다’는 뜻으로 영세라는 명칭을 성립시켰을 때는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서 ‘성령을 모시게 되는 것’을 더 많이 결부시켰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영세라는 말에서 좀 더 각별한 감흥을 갖게 됩니다.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2011년 1월 16일(연중 제2주일) 제2066호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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