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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17 조회수940 추천수17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1월 17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Why do the disciples of John and the disciples of the Pharisees fast,
but your disciples do not fast?”
(Mk.2.18) 
 
 
제1독서 히브리서 5,1-10
복음 마르코 2,18-22
 
자신이 관심을 가지면 그것만 눈에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 생각에 골몰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제가 학창 시절, 당구를 처음 배울 때였습니다. 당구라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글쎄 천장이, 칠판이, 그리고 공부하는 책상까지도 모두 당구대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집중해서 공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어 당구만을 떠올리게 했으니까요.

그때를 떠올리면 무엇에 관심을 갖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만약 내 관심의 대상이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여기에 골몰을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 때입니다. 이렇게 쓸데없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면 과거를 후회할 수밖에 없고, 또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톨스토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들이 과거에 괴로워했거나 자기의 미래를 헛되게 하는 것은 현재에 몰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이미 있었던 사실이고, 미래는 아직 있지 아니한 사실에 불과하다. 존재하는 것은 다만 현재의 이 순간뿐이다.”

분명히 맞는 말이고,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는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과거에 연연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내 자신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만큼 현재를 잘 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현재를 잘 살면 과거와 미래의 일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현재를 잘 사는 것일까요? 바로 지금 내 영혼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현재를 가장 잘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현재를 잘 사는 사람이야말로 과거도 미래도 잘 사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단식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지금 더 급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과거의 전통만을 따지고 있습니다. 과거만을 내세우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새로움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들은 과연 지금 당장 내가 꼭 해야 할 것들에 관심을 갖고 충실하게 행하고 있었을까요? 혹시 과거만을 떠올리고, 또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정작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당장 하느님께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을 내 안에 온전히 모실 수 있습니다.

 

자기가 남보다 뛰어난 점이 있더라도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자기가 남보다 부족하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로렌스 굴드)





마음의 눈(민경정, ‘좋은생각’ 중에서)

아침 산을 내려오는 길. 고운 보랏빛 붓꽃이 발길을 잡습니다. 제비꽃이 진 자리에는 방울같이 생긴 열매가 수줍게 매달렸습니다. 어찌나 귀엽던지 톡톡 건드리며 “예쁘다”하고 말했습니다. 작년 이맘때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요?

학교에서 근무하는 나는 강화의 교동도로 발령받은 뒤 아침저녁으로 산에 올랐습니다. 그러다 자주 마주치는 들꽃 이름이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책도 사 보면서 들꽃과 조금씩 친해졌지요. 덕분에 자주 꽃방망이, 솜나물, 기린초, 술패랭이, 칼잎용담 등 우리 학교 화단의 야생화 이름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올봄 교장 선생님께서 광릉수목원에 계시는 분을 통해 구해다 심으셨지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들길 옆으로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도 이름을 불러 주면 배시시 웃습니다. 꽃다지, 봄맞이, 꽃마리……. 어쩌면 이름도 그렇게 예쁜지요. 차를 타고 다녔으면 그저 스쳐 가는 풍경이었을 텐데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길 정말 잘했습니다.

내게 별 의미 없던 것들이 관심을 갖는 순간 소중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기를 가졌을 때는 배부른 임산부만 보이더니 아기를 낳고는 아기 안은 아줌마만 보이네요. 그래요, 마음의 눈이 머문 곳에 내가 있습니다. 꽃에 마음이 머무는 순간 꽃이 되고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머무는 순간 사랑이 됩니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웃나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나 봅니다. “참 좋지? 정말 고맙지?”

어디에 두었나요? 마음의 눈.
 
 
 
 
Lonely Sa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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