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월 21일 금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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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1-21 | 조회수1,094 | 추천수22 | 반대(0) 신고 |
1월 21일 금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마르코 3장 13-19절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역설의 행복>
한적한 바닷가에서 직장생활을 꽤나 오래 했습니다. 교통도 좋지 않았던 시절, 당시 너무나 오지였던 그곳, 주말이 오면 심심해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취미가 하나 생겼습니다. 5분만 걸으면 바다니, 당연히 바다낚시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낚시꾼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잘 잡히던지, 그래서 얼마나 재미있던지, ‘후드득’ 하는 느낌이 오면 재빨리 릴을 감아야 됩니다. 잡으면 회도 떠먹고, 찌개도 끓이고, 찜도 해먹고, 그러다보니 틈만 나면 낚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옆에서 낚시하던 전문 낚시꾼 한명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제가 잡으면 그렇게 기뻐하던 어종들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꽤 큰 녀석들인데도 재수 없다며 도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목표는 한 가지, 대상어는 ‘돔’이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잡아본 사람만 그 이유를 안다고 대답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저는 다음번 출조 때 돔 채비 낚시로 바꿨습니다. 끝도 없는 시도와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입질이 왔습니다. 다른 잡어들의 ‘투둑’하는 입질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왁’하고 끌어당기는데, 낚싯대 거의 끝이 90도 각도로 휘었습니다.
한 동안 녀석과 사투를 벌였는데, 낚시 바늘 끝에 고기가 아니라 사람이 한명 달려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 정도로 입질이나 손맛이 좋았습니다. 계속 발버둥 치던 녀석을 겨우겨우 갯바위 위로 끌어올렸는데, 그 몸매가 얼마나 잘 빠졌던지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회를 떴는데, 그 맛이 잡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전에는 우럭, 광어, 도다리면 이게 웬 떡이냐, 했었는데, 돔을 만나고 나서 이제 그 녀석들은 다 시시해졌습니다. 잡아도 별로 반갑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더 괜찮은 녀석, 딱 마음에 드는 녀석을 만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따라나선 12사도들의 마음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제대로 큰 대물, 돔(예수님)을 만난 이후로 잡어들(과거의 삶, 직업, 가족 등등)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에게서 풍기는 강렬한 카리스마, 아름다움 향기, 그분의 특별한 사랑을 만난 이후로 그간 그렇게 좋아보이던 세상 것들이 다 부차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과의 만남은 그들 삶 안에서 큰 획을 긋는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생애 전체를 뒤흔드는 큰 요동과 획기적인 삶의 변화가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가치관이 바뀌고, 인생관이 바뀌고, 삶 전체가 뒤바뀐 그들 앞에 이제 더 이상 고통은 고통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가난도 핍박도 십자가도 오히려 기쁨이었습니다. 더 이상 삶도 전과 같이 구차스럽거나 구질구질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역설의 행복이 그들 각자에게 찾아들었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2천 년 전 12사도들에게 그러하셨듯이 우리 각자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새로운 삶에로, 새로운 인생의 전망에로, 보다 넓고 광활한 새로운 세계로, 참 기쁨, 참 행복이 존재하는 하느님 나라로 초대하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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