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균 신부의 미사 이야기 (27) 빵 나눔 : 하나의 빵, 모두 한 몸을 이루다 미사에 참례한 이들은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조용하고 벅찬 기쁨이 충만한 상태에서 성체를 받아 모시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이때 사제는 축성된 빵을 들어 성반에서 쪼개어 그 작은 조각을 성작 안에 넣으며 조용히 기도하는데, 빵을 쪼개는 이유는 빵 나눔을 통해 공동체의 사랑과 일치를 다졌던 유다 풍습에서 유래한다. 사도시대에서는 사제단이 주교를 중심으로 빵을 나눴는데, 빵 나눔을 통해 한 분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몸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 예식은 하나인 생명의 빵, 곧 세상 구원을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모시는 영성체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한 몸을 이룬다(1코린 10,17)는 사실을 드러낸다(미사경본 총지침 83항). 빵을 나누는 행위는 단 한 번 미사 중에 이뤄진다. 성찬례가 시작되는 부분, 즉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쪼개어…" 하는 부분에서 빵을 나누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미사 통상문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사제는 축성된 빵을 나눈 후, 작은 조각을 떼어 성작 안에 넣으며 기도한다. 이때 작은 성체 조각을 성작에 넣는 것은 신학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관습적으로 내려온 행위지만, 오늘날에는 구원의 업적에서 주님의 몸과 피의 일치, 곧 살아 계시고 영광을 받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표시한다. 또 양형 성찬의 상징적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빵 나눔을 하는 동안에 회중은 '하느님의 어린양'의 기도문을 외우게 되는데, 이 기도는 7세기쯤 동방교회 예식에서 도입했다. 성가대가 노래로 할 수도 있는데, 너무 길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축성된 빵을 쪼개는 동안 반복해서 할 수 있지만 끝 절은 "…평화를 주소서"라는 기도로 끝낸다. 사제는 빵 나눔 후에 손을 모으고 영성체 전 기도를 바치는데 '가' 양식이나 '나' 양식 중 하나를 선택해 조용히 기도한다. 기도가 끝난 후 사제는 쪼개어진 성찬의 빵을 성반이나 성작 위에 들어 신자들에게 보이며 그리스도의 잔치에 참여하도록 초대한다. 축성된 빵 즉 성체를 들어 신자들에게 보이는 이유는 성체가 나누어져 있음을, 즉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나누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쪼개진 빵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상징한다. 또 신자들에게 다가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나눔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신자들에게 베푸신 당신 사랑을 거두지 않으신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성체를 거양할 경우, 성체 높이는 사제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적당하다. 그 이유는 과거에 제단이 높지 않거나, 제 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 벽을 보면서 미사를 거행했고, 성체를 거양했을 때 신자들이 성체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제는 높이 들어 거양했지만, 오늘날에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제와 신자들은 감실에 모셔둔 성체보다 그 미사에서 축성된 성체를 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자들이 영하는 그리스도의 몸이 현재 거행되는 제사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Hic et nunc)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이 성체를 축성해 감실에 보관하는 것 보다 적당량의 성체를 감실에 보관하고,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에게는 매번 축성되는 성체를 영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화신문, 2010년 3월 7일, 조학균 신부(예수회, 전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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