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5일 화요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Go out to the whole world and
proclaim the Good News to all creation.
The one who believes and is baptized will be saved;
the one who refuses to believe will be condemned.
Signs like these will accompany
those who have believed:
(Mk.16,15-16)
제1독서 사도22,3-16
복음 마르16,15-18
어떤 형제님께서 종합검사를 받았는데, 글쎄 간암 말기인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면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장담할 수 없는 아주 나쁜 상황이라고 말을 하더랍니다. 형제님께서는 절망에 빠졌지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이러한 시련이 하필이면 자신에게 찾아왔는가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자기는 아직 젊고, 이제 네 살 밖에 안 된 아들을 두고서 떠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이렇게 절망에 빠져 집에 들어왔는데, 네 살 배기 어린 아들이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서 성경책을 들고 온 것입니다. 아들은 성경책의 어느 부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 부분을 보는 순간 형제님께서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구절은 요한복음 11장 4절의 말씀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그 병은 죽을병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다.”
형제님께서는 이 구절을 보는 순간 커다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은 자신의 병에 대해서 그 누구도 고칠 수 없다는 생각에 아무런 희망을 갖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이들이 다 포기한다고 할지라도 절대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 하느님이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하느님께서는 어린 아들을 통해서 전해주신 것이지요.
실제로 이 형제님은 더욱 더 열심히 살았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자기의 몸을 통해 이루어 질 것임을 굳게 믿고, 치료를 열심히 받고 또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병을 극복하여 지금 정상인으로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좌절과 절망에 빠져서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이 모습은 하느님께 주도권을 맡기지 않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하느님께 주도권을 맡기지 않은 사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생활합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말과 행동이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사도 바오로 역시 포기하지 않고 주님 앞으로 나아갔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원래 예수님을 박해하던 사람이었지요. 그러나 다마스쿠스로 가던 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면서 회심하게 됩니다. 사실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때에는 자신이 틀렸다 할지라도 맞다면서 억지를 부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바오로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모두 버리고, 온 몸과 마음을 다해서 주님을 세상에 알리는 사도가 되었던 것입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하느님께 맡기십시오. 그래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며 기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 이것보다 큰 행복이란 원치도 않고 알지도 못한다.(LF.모라틴)
한 사기꾼이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꿀벌이 날아와 포도주 잔 근처를 맴도는 것입니다. 그는 꿀벌을 책으로 내리쳐서 잡으려고 했으나, 괜히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마음을 바꾸어 살려주었지요. 죽었다가 살아난 꿀벌은 잽싸게 그 자리를 떠나 막 꽃을 피운 어린 야생 살구나무 밭에 다다랐습니다. 꿀벌은 열심히 꿀을 모았고, 어찌어찌해서 꽃가루도 옮겨주었지요.
머지않아 살구나무에는 열매가 맺혔고, 하도 열매가 달콤한지라 한 농부가 이 살구를 따서 잼을 만들었습니다. 다들 맛있다고 칭찬하므로 농부는 왕에게 이 잼 한 단지를 바쳤지요. 왕은 살구 잼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 진상품을 받아주었지요. 그런데 이 왕은 한 공주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공주는 왕의 데이트 신청을 계속해서 거절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왕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면서 농부가 바친 잼 한 단지와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살구 잼 한 단지에 공주는 감동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몇 달 전 세상을 떠난 공주의 할머니가 늘 맛있는 잼을 만들어 주었거든요. 이 살구 잼을 통해 할머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래서 왕의 초대를 승낙한 것입니다.
마침내 공주가 초대에 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왕은 또 나쁜 짓을 저질러 감옥에 갇힌 사기꾼에게 큰 벌을 내리려던 참이었지요. 하지만 이 희소식에 마음이 누그러져서 사기꾼에게 가벼운 벌을 내렸답니다. 이 사기꾼이 바로 처음에 꿀벌을 죽이려다가 말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한 사기꾼의 작은 행동 하나로 인해서 자신의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우리들의 삶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작은 행동, 나의 조그마한 체험 하나를 통해서 내 삶 전체가 아니 어쩌면 세상이 변화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사도 바오로 사도의 개종 축일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원래 예수님을 믿던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그에게도 예수님께서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오늘 독서에 나오듯이 작은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체험을 통해 그는 커다란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리스도인들을 철저히 박해했던 사람이,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변화됩니다.
우리 본당의 어떤 자매님 말씀이 기억납니다.
“신부님, 저는 성당이 너무 재미없어요. 미사도 재미없고, 기도하는 것도 너무나 힘들어요. 그런데 예수님은 정말로 대단하신 분 같아서 미사도 꼭 참석해야 할 것 같고, 기도도 꼭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와 함께 살면서 평생 바뀌지 않았던 제 남편이 세례 받고 나서는 술 담배를 끊는 등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나의 작은 행동, 작은 체험 하나도 소중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작은 행동, 작은 체험 하나가 나를 변화시키고 가족을 변화시키며 이웃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나의 작은 행동, 작은 체험 하나도 소중히 받아들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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