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관상(觀想)의 삶" - 1.28,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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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1-28 | 조회수402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1.28 금요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1225-1274) 기념일 히브4,26-34 마르4,26-34
"관상(觀想)의 삶"
하느님은 우리의 숨통입니다. 하느님 숨통이 있어야 늘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의 관상의 삶입니다.
겨울의 깊은 침묵과 고독 중에 봄을 기다리는 인고의 겨울 나목들은 진정 관상가의 모범입니다. 기다림의 인내 없이는 봄도 없습니다. 인고의 침묵과 고독 중에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겨울 나목들입니다.
인내의 믿음입니다. 하느님은 절대로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습니다. 침묵 중에 서서히 순리에 따라 당신의 일을 하시며 당신의 길을 가십니다. 하느님은 사람들처럼 자꾸 손대거나 건드리지 않고 그냥 놔둡니다. 자연 리듬에서 하느님의 리듬을 배웁니다. 교육 원리도 사람을 대하는 원리도 하느님께 배워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저절로 자라는 씨의 비유나 겨자씨의 비유가 참 적절합니다. 하늘나라의 실현은 바로 이렇습니다. 바로 이게 하느님이 일하시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습니다. 매사 가만히 바라보고 지켜보면서 ‘하느님의 때’를 깨닫는 관상의 지혜가 참으로 긴요합니다.
세상에 인내의 기다림 없이 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인내의 힘이라 하여 인내력이라 하는데 날로 약해져 가는 현대인들의 인내의 힘입니다. 빠르고 쉽고 편리만 추구하는 인스턴트 시대, 이런 삶의 양식에 중독되어 상실되어가는 인내의 힘입니다. 점점 속물적이, 즉물적이 되어가면서 삶의 깊이도 무게도 잃어 천박해지는 하여 참 행복을 잃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참 역설적인 게 삶이 빠르고 편리할수록 삶은 더욱 바빠지고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본원에 갈 때 일부러 무궁화열차를 탔습니다. 느리고 불편함 속에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함 이었습니다. 간이역에서 쉴 때마다 간이역의 소박한 모습을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바쁘고 빠르게 살다보니 우리 일상에서 놓쳐버리고 사는 소중한 것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여러분이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 약속된 것을 얻으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들입니다.”
바로 정주영성의 핵심을 잡아낸 오늘 히브리서 말씀입니다. 종신불퇴(終身不退), 몸이 다할 때 까지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는 인내의 믿음 있어야 성공적인 정주의 삶이요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인고의 겨울을 견뎌내고 버텨내어 찬란한 봄을 맞이한 겨울나무들처럼 말입니다.
기다림의 인내와 믿음 없이는 아무 일도 이룰 수 없습니다. 뒤로 물러나지 않고 제자리에 항구한 종신불퇴의 사람들, 믿음으로 생명을 얻는 사람들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고요히 주님 안에 머물러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보고 맛보며 믿음을 견고히 하는 관상의 시간입니다.
“주님께 네 길을 맡기고 신뢰하여라. 그분이 몸소 해 주시리라.” (시편37,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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