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말 못하는 고민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31 조회수648 추천수4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가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더러운 영들이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천 마리쯤 되는 돼지 떼가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리 달려, 호수에 빠져 죽고 말았다.(마르코 5:9, 13)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는 “제 이름은 폭도(mob)입니다.”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미쳐있었기 때문에 ‘폭도’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엄격한 훈련을 받아 군대가 되므로 군대는 폭도들처럼 무질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친 사람들이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이었을까? 바로 우리를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성경을 가장 잘 읽는 방법은 이야기 중에 나오는 모든 인물을 자신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마귀들이 돼지 안으로 들어간 것은 아주 극적인 장면이다. 러셀(Bertrand Russell)은 『나는 왜 그리스도인이 아닌가(Why I am Not a Christian)?』에서 예수님께서 완전하지 못하셨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하여 이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다. 그는 돼지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 중에는 돼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고통을 받고 있는 인간도 있다. 예레니모 성인(St Jerome)은 2천 마리의 돼지가 있었기 때문에 2천 명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돼지 한 마리당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이 한 사람씩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복음서에서는 직접 표현하고 있지는 않다. 아무도 마귀나 돼지에 관심이 없으므로 돼지 수를 센 사람은 없다. 그러나 초대교회의 평신도 신학자였던 교부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 160-225)는 “하느님께서 머리카락을 세셨듯이 돼지 털까지도 세셨습니다.”하고 말했다. 이 사실은 러셀에게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돼지 고기를 무척 좋아했다. 99년 동안 살면서 그가 먹은 베이컨과 소시지는 엄청난 양으로 아마 돼지 2,000마리는 되었을 것이다. 돼지들은 이야기 중에 나오는 먼 친척보다 훨씬 더 처참한 죽음의 고통을 겪었다. 마르코 복음은 오로지 고통 받는 인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두 상징적인 의미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것이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서는 깨끗하지 못한 것들만 말하고 있다. 당연히 마귀도 깨끗하지 못하다. 유대인들은 종교적인 의식을 거쳐 깨끗하게 되지 않으면 시체나 무덤을 만질 수 없었다(이 때문에 지하 묘소는 눈에 띄게 하얗게 칠해져서 모르고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했다). 그러나 더러운 영이 들린 이 사람은 무덤에서 살았다. 돼지는 깨끗하지 못한 동물로 생각했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사는 곳에는 돼지가 없었다. 또 유대인들은 물을 무척 두려워했기 때문에 선원(船員)도 없었다. 그들은 바다를 거대한 바다 짐승인 심해의 괴물이 사는 곳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귀신들린 사람들로 둘러 싸여 있었으며 악의 세력이 끊임없이 침입하였다. 복음의 마지막에 더러운 영들이 머무르기 가장 좋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가서 거대한 바다 짐승들이 살고 있는 호수로 뛰어든 것으로 말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군대라는 마귀가 들렸던 사람이 옷을 입고 제정신으로 앉아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 정상을 찾았다.
 
영국의 극작가 말로우(Christopher Marlow)가 쓴 『파우스트의 비극(Tragic History of Doctor Faustus, 1588)』은 먼저 천상에서 신과 악마가 인간에 관해서 나누는 대화에서부터 실질적인 극의 내용이 전개된다. 파우스트는 따분한 삶 때문에 점점 피곤해했다. 그는 권태를 없애기 위하여 악령에게 명령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판다. 그의 친한 친구들은 충격을 받고 그에게 회개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라고 권하지만 듣지 않았다. 24년 동안 악마가 준 능력을 즐겼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 왔다. 자정을 알리는 시계 종이 울리자 파우스트는 울면서 말했다.
마왕(魔王)이시여, 제발 이제 저를 놓아주소서!”
 
마귀는 조상으로부터 나쁜 버릇을 함께 물려받은 가족일지도 모르고 피붙이인 원수일지도 모른다. 혹시 돼지는 가족 중에 있는 원수 같은 사람을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 가족 중에는 반드시 '검은 양(black sheep)'이 있게 마련이다. 가족 주변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괴롭히는 그 지긋지긋한 원수로부터 빠져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좀처럼 회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개하지 않은 사람은 마귀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첫 세례를 받을 때 마귀를 끊겠다고 답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