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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연중 제5주일 2011년 2월 6일).
작성자강점수 쪽지 캡슐 작성일2011-02-02 조회수388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5주일    2011년 2월 6일


마태 5, 13-16.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제 맛을 잃는다.”는 동사는 원문에 “어리석어진다.”는 단어입니다. 마태오복음서가 “어리석다”고 말할 때는 실천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도 그대로 행하지 않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마태 7, 26)고 복음서는 말합니다. 신앙인을 “세상의 소금”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앙인은 예수님의 삶을 실천하여 삶을 본연의 제 맛이 나게 변화시킨다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빛은 어둠을 밝힙니다. 초기 신앙인들은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이 세상을 밝히는 빛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복음서가 예수님의 입을 빌려 제자들을 세상의 빛이라고 말하는 것은 제자들이 예수님의 뒤를 따라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실천을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소금과 빛, 이 두 개의 단어로 복음서는 신앙인이 세상에서 할 역할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소금은 자기 스스로를 지키지 않고, 용해되어 음식의 맛을 바꾸어 놓습니다. 빛은 자기 스스로를 과시하지 않고, 스스로를 불태워 어둠을 쫓아내고, 보이지 않던 현실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신앙인을 소금과 빛에 비유한 오늘 복음의 말씀은 그리스도인은 스스로를 내어주고 쏟아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천을 한다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복음서의 “행복 선언”에 이어 나오는 말씀입니다. 신앙인이 소금과 빛으로 있기 위해 요구되는 실천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그 행복 선언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 선언은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의로움에 목말라하는 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선언이 의미하는 바를 실천하는 사람이 세상의 소금이고 빛이라는 말씀입니다.


이 행복선언들은 지켜야 할 계명도 아니고, 수양해야 할 덕목도 아닙니다. 그것은 예언적 선언이며 권고입니다. 신앙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생명이 우리 안에 살아 일하시게 하는 마음가짐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자유를 무시하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같은 계명을 지키고, 같은 덕목을 수련하여 획일적으로 살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피조물과 다양한 생명들이 있습니다. 하느님이 하신 일입니다. 획일성을 강요하면, 인간 생명은 위축되고 창의력도 말살됩니다. 사람 노릇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자유롭게 또 다양하게 살 것을 원하셔서 다양하게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인간 위에 군림하지 않고, 숨어 계십니다. 하느님은 우리 각자가 자유로운 실천으로 소금과 빛이 되어 은혜롭게 살 것을 원하십니다.

 

예수님도 자유롭게 사셨습니다. 그분은 주어진 각본대로 살지 않으셨습니다. 유대교가 요구하던 계명 준수에 얽매여 살지도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생명이 하시는 일을 당신의 창의력을 동원하여 다양하게 실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병든 이를 만나면, 병고를 덜어주고, 죄인이라 낙인찍힌 이를 만나면 죄의 용서를 선포하셨습니다. 율법을 못 지켜, 혹은 직업이 세리라 소외당한 이들을 만나면 그들과 어울리셨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은 사람들에게 기쁨이고 해방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 당부하신 말씀도 기쁜 소식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며 죄를 용서해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실천하신 바를 제자들도 실천하여 사람들을 살맛나게 하는 소금이 되고, 사람들이 진실을 보게 하는 빛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서는 먼저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재물을 자기 삶의 보람으로 삼지 못 하는 사람입니다. 재물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지만, 그것을 많이 가지겠다는 마음은 강박관념이 되어 사람을 괴롭힐 수 있습니다. 그런 욕심에 사로잡히면, 재물을 마치 인생의 목적인 양 그것을 위해 삽니다. 복음은 그런 욕심의 강박관념에서 해방된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복음서는 슬퍼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신앙인은 이 세상에 고통과 슬픔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신앙인은 그런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겪는 아픔을 함께 겪으면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을 빕니다. 복음서는 또한 온유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이 함께 계시기에 무슨 일에든, 자기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웃의 생각을 알아듣기 위해 온유하게 경청하고, 이웃과 더불어 하느님의 자녀로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복음서는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도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이 베푸신 우리의 인생이기에 신앙인은 자기도 이웃에게 베푸는 노력을 합니다. 성서가 말하는 의로움은 하느님이 베푸셨기에 우리도 베푸는 데에 있습니다. 복음서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과 평화를 이룩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욕심 없는 사람입니다. 평화를 이룩하는 사람은 자기를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이 함께 계시기에 신앙인은 자기를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 먹고 잘 살며, 자기 품위를 유지할 수 있어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나 한 몸이 편하게 살 수 있어서 사람의 도리를 다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이웃보다 더 강하고 높아서 성공한 것도 아닙니다. 신앙인은 함께 계신 하느님이 자기의 삶 안에 살아 계시게 사는 사람입니다. 신앙인은 소금과 같이 내어주고 쏟아서, 함께 계시는 하느님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섬김을 세상이 맛보게 합니다. 신앙인은 빛과 같이 자기를 소모하여, 욕심의 어둠을 사라지게 하여 사람들이 하느님으로 말미암은 자유가 어떤 것인지를 보게 합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하느님께 빌어서 소원성취하려 하지 않습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으로 말미암은 자유를 누리는 사람입니다. 신앙인은 예수님에게서 참다운 자유를 배워 새롭게 실천합니다. 우리의 실천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혹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라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사랑과 보살핌과 용서가 이 세상의 삶의 맛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사랑과 보살핌과 용서가 우리의 이웃을 보는 새로운 빛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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