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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하여라, 깨어있는 사람들!" - 2.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2-03 조회수408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2.3 목요일 설

민수6,22-27 야고4,13-15 루카12,35-40

 

 

 

 

 

"행복하여라, 깨어있는 사람들!"

 

 

 

말씀 묵상 중

‘내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얼마 전 만80세에 타계한 박완서(정혜 엘리사벳) 소설가의 나이에서

제 나이를 빼니 남은 인생 18년 이었습니다.

 

작년에 타계한 법정 스님은 만 78세였습니다.

제가 여기 수도원에 온 해가 1988년이고 올해가 2011년 이니

만23년 인데 순식간입니다.

 

쏜살 같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여기서 산 햇수보다 남은 햇수가 많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죽음의 날도 금방입니다.

대략 임종 나이를 80세 쯤 예상하고

여기에서 여러분의 나이를 빼 보십시오.

남은 햇수가 나올 것입니다.

이런 묵상이 삶에서 거품을, 환상을 거둬 지금 여기를 살게 합니다.

삶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하느님 은총의 선물임을 깨닫게 합니다.

삶의 거품이, 환상이 걷혔을 때 진실한 삶, 겸손한 삶입니다.

여기서 저절로 샘솟는 감사와 찬미입니다.

 

 

 

깨어있으십시오.

 

깨어 지금 여기를 살라는 말씀입니다.

영혼의 등불 환히 켜놓고

언제 주님이, 죽음이 와도 준비된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그날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늘 준비된, 깨어있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여러분은 누구를, 무엇을 기다립니까?

기다릴 때 깨어 있습니다.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기보다

내 영혼이 주님을 더 기다릴 때 깨어있습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영혼의 등불 환히 켜놓고 있습니다.

결코 잠들 수 없습니다.

언제 오실지 모르기에 늘 깨어 있습니다.

결정적 죽음을 통해, 죽음의 옷을 입고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을 맞이하듯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깨어있음의 수련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래야 본질적인 삶을 삽니다.

부수적인 불필요한 시간과 정력을 소모하지 않습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깨어있어야 참 행복입니다.

깨어있을 때 주님의 환대를 받습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바치는

미사와 성무일도의 공동전례기도 역시 깨어있음의 수련입니다.

깨어 있다가 주님을 맞이하여

찬미와 감사의 미사를, 기도를 드리는 우리들입니다.

 

 

 

빠지지 마십시오.

 

깨어있을 때 보이는 덧없는 세상 것들에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우리의 생명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연기와 같고 구름과 같고 아침 이슬과 같습니다.

도리어 우리는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하고

말해야 합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 인생입니다.

주님만이 우리 생명의, 운명의 주인이십니다.

주님만이 우리의 앞날을 아십니다.

그러니 앞날은 주님께 맡기고 주님만을 바라보며

지금 여기를 사는 것입니다.

 

늘 마음의 눈길을 주님께 두어야 세상 것들에 빠지지 않습니다.

산들이 솟기 전에, 땅이며 누리가 생기기 전에

영원에서 영원까지 주님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천년도 주님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같습니다.

주님이 쓸어 가시면 우리는 아침에 선잠 같고 사라져 가는 풀과 같습니다.

아침에 돋아나 푸르렀다가, 저녁에 시들어 말라 버리는 풀과 같습니다.

하여 시편의 기도에 저절로 공감합니다.

 

“저희 날 수를 헤아리도록 가르치소서.

  저희 마음이 슬기를 얻게 하소서.

  아침에 당신 자애로 저희를 채워주소서,

  저희는 날마다 기뻐하고 즐거워 하리이다.

  주님, 돌아오소서. 언제까지이리까?

  당신 종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을 잊어 영원의 시야를 잃고

세상 재물에 빠져, 탐욕에 빠져, 재미에 빠져, 근심 걱정에 빠져,

두려움과 불안에 빠져, 질투와 미움에 빠져,

헤매는 이들, 중독된 이들, 익사한 이들,

몸과 마음이 망가진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주님을 향해 물위를 걸어가던 베드로가

주님을 향한 눈길을 잃는 순간 물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주님을 향해 온통 우리를 빠지도록 유혹하는 것들입니다.

깨어 주님 향한 마음의 눈길을 잃지 않을 때

덧없는 세상 것들의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초연한 자유인의 삶을 삽니다.

 

 

 

축복을 받으십시오.

 

그냥 주님의 축복을 받으면 됩니다.

주님이 가장 좋아하시고 기뻐하시는 일이

우리에게 축복을 주시는 일입니다.

깨어있을 때,

그 누구에도, 무엇에도 빠지지 않을 때

그대로 주님의 축복의 그릇이 됩니다.

이런 이들 위에 단비처럼, 햇살처럼 쏟아지는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정작 깨어 눈이 열려있으면 살아있음이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서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기적이요 축복입니다.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믿음 없는 이들에게는 우연일지 몰라도

하느님을 믿는 우리에게 축복 아닌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믿음으로 받아들이면 모두가 축복으로 변합니다.

우리가 가진 것 중 받지 않은 것이 무엇입니까?

온통 다 받은 것이 아닙니까?

이런 깨달음이 진정 성숙의 징표요,

우리를 진정 행복하고 자유롭게 합니다.

주님의 축복을 받을 때

비로소 욕망덩어리 인간은 축복덩어리로 바뀝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 은총입니다.

주님의 성체를 모시는 것보다 큰 축복은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복을 내려 주시고 지켜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은혜를 베푸십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평화를 베푸십니다.

바로 민수기의 축복이

그대로 여러분 위에 쏟아지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참 좋은 설날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햇살 같은 축복을 쏟아주시며 말씀하십니다.

 

깨어있으십시오.

빠지지 마십시오.

축복을 받으십시오.

 

참 행복한 우리들입니다.

깨어있을 때 감성도 살아납니다.

‘느낄 감(感)’자가 들어가는 말이 참 갈급한 시대입니다.

감성(感性), 공감(共感), 교감(交感), 직감(直感),

감응(感應), 감동(感動) 등 모두 깨어있을 때 작동되는 단어들이요,

이들이 잘 작동될 때 깨어있는,

참으로 살아있는 사람들 되어 그 무엇에도 빠지지 않고

온통 축복의 삶을 삽니다.

얼마 전 읽은 ‘그래도 하늘은 있다’라는 동시를 소개합니다.

 

 

“산 그리는 사람은 있어도

  하늘 그리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하늘은

  산위에 그려져 있다.

  바다 찍는 사람은 있어도

  하늘 찍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하늘은 바다위에 찍혀져 있다."(이상문․아동문학가).

 

동시지만 음미할수록 선시(禪詩)같습니다.

하늘은 붓으로 그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산을 그리면 하늘이 그려집니다.

사진기로 하늘을 찍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바다를 찍으면 저절로 하늘이 찍힙니다.

그릴 수 없어도 늘 거기에 있는 것,

찍을 수 없어도 늘 거기에 있는 것,

보이지 않아도 어디선가 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바로 하늘이신 하느님이십니다.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께서 참 좋은 설날인 오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여러분 모두에게 축복을 가득 내려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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