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성심성월 특집 (상) 특별기고 - 예수성심 신심과 구원 신비
불꽃같은 이웃사랑은 곧 예수 마음 -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때 비로소 우리 마음은 예수 마음이 되고, 구원은 온전히 보장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언제나 하느님께 은총을 청해야만 한다. 교회는 매년 6월을 예수성심성월로 지낸다. 예수성심 공경은 신앙생활을 심화하고 성덕을 닦는데 가장 효과적이며 탁월한 신심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예수성심성월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예수성심과 성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두 번에 걸쳐 특집을 마련한다. 우리가 해마다 6월 예수성심성월을 지내는 것은 오직 예수의 마음(성심)을 배워서 예수님처럼 살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현세를 사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모범이요, 길 진리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갖춘 후 마침내 그리스도와 함께 천상의 영광을 누리자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를 닮는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마땅히 하느님을 닮아 거룩해져야 하고, 하느님의 친자요 독생자이신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야 한다. 예수성심성월을 지내면서 먼저 ‘예수의 마음’을 알아야 예수님을 본받을 수가 있다. 마음의 정체 우리가 예수성심을 배우려면 먼저 ‘마음(心)’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아야 한다. ‘마음’이 무엇인가. 어떤 것을 ‘마음’이라 부르는가. 보통 ‘마음’이란 ‘의식, 감정, 생각 따위의 정신작용’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즉 마음은 인격의 주체이다. 마음에 관해서는 ‘마음 닦는 종교’로 알려진 불교의 설명을 참고하면 마음의 정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마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망심(妄心, 그릇된 마음). 갖가지 탐욕, 이기적인 생각, 선입견, 고집, 좁은 식견, 불만(욕구불만), 스트레스, 콤플렉스(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복합감정), 이상 성격, 질투, 시기, 원한, 증오심 등으로 마음이 산란하고 안정과 평화가 없고, 삶의 기쁨과 활력이 없는 경우, 이를 망심, 모멸심 또는 번뇌심이라 부른다. 2) 진심(眞心). 먼저 말한 망심과는 반대로 탐욕이나 산란한 정서나 어리석은 생각이나 분심, 잡념, 근심, 걱정 등이나 스트레스, 콤플렉스가 없고 마음이 맑고 고요하고 밝아서 언제나 안정과 평화를 누리고 내적인 기쁨을 끝없이 맛보며 모든 이와 사물에 대한 사랑, 즉 자비심이 넘치는 마음이다. 이 진심을 무심(無心) 또는 청정심(淸淨心)이라고 한다(무심이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고 마음속에 부정한 것, 산란한 것이 전혀 없음을 뜻함). 사람의 마음은 본래 하느님의 모상이라 맑고 고요하고 티 없고 아름답고 빛나며 그 무엇으로도 더럽힐 수 없으며 형체가 없는 가운데서 만유를 포용한다. 즉 우주 공간보다도 넓고 크다. 그래서 그 무엇으로도 마음을 채울 수 없다. 세상 그 어떤 것을 가져도 만족할 수 없다. 오직 마음을 만드신 하느님만이 우리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다. 본래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이기심으로, 즉 탐하는 마음으로 더러워졌고, 욕구불만으로 인해 (마음이)불안하고 산란해졌으며, 욕심에 눈이 멀어 선악을 분별 못 하게 된 것뿐이다. 결국 마음의 눈이 멀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이를 무명(無明), 즉 무지(無知)라고 한다. 결국 무명이 진리의 빛을 가리어 소경으로 만든다. 욕심에 눈이 멀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선악을 판단하지 못하므로 걷지 말아야 할 길, 그릇된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이때 사람은 본래의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하느님의 모상인 만큼, 하느님의 착하심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영혼의 두 가지 기능인 지성으로 진리를 찾고 깨달을 뿐 아니라, 의지로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할 수가 있다. 이때 인간은 인간다워지는 것이다. 마음을 거룩하게 하는 법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할 일이 있다. 첫째, 계명을 지켜 탐욕을 없애고(욕심을 억누르고) 둘째, 기도 즉 명상생활로써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즉 분심 잡념 걱정 근심을 잠재워 고요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마음이 밝아져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된다. 이 하느님의 현존과의 일치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스도교 신비가들, 관상가들은 깊은 관상기도를 통해 초자연 빛을 받아 영혼이 밝아지고 눈이 열려 하느님의 세계를 보고 진리를 속속들이 깨닫게 된다. 먼저 저 사도들이 성령을 받고서야 비로소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구원의 신비를 깨달았듯이, 또 스테파노 부제가 돌에 맞아 순교하게 될 때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오른편에 인자(그리스도)가 서 계시는 것을 본 것’(사도 8,50)처럼, 하느님의 은총인 천상의 빛으로 마음 눈이 열릴 때 비로소 천상의 새 세계를 보고 구원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구원의 신비를 맛본 후로는 세상 것-현세의 부귀영화-은 하잘것없어 보이고 오직 만선만덕의 근원이요, 진리와 생명의 샘이신 하느님만을 찾고 맛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참 그리스도인이 되고, 참된 하느님의 자녀요 천상도성의 시민이 되는 것이다. 이때 영혼의 끝없는 평화와 기쁨을 누리고, 이 세상에서 이미 천국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지에 들어가려면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이요 사람이신 예수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예수성심을 맛보고, 성심 안에 살 때 천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누구나 예수성심처럼 완덕을 지니고 특히 완전한 사랑과 자비를 온 세상에 나타내 보일 수가 있다. 하느님의 사랑(창조와 구속) 사랑은 바로 내가 지닌 모든 좋은 것을 내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행위이다. 하느님은 창조를 통해 우리에게 갖가지 은혜와 축복을 베푸시어 세상의 모든 생명을 살리고 오곡백과와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제공해주신다(마태 6,25-34). 마침내 당신 아드님을 통해 우리에게 영생을 주시고 당신의 영광에 참여하게 하셨다(요한 3,16·35-36).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은 영원하고 무한하여 그 무엇으로도 막거나 끊을 수 없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하느님의 숨결, 즉 생명에서 나온 하느님의 자녀요 하느님의 은총 속에 살다가 하느님(인간생명의 근원)께로 되돌아가야할 존재, 즉 피조물 중에 가장 귀중한 존재이다. 성심의 호소 예수 성심께서는 “자녀들아 내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지 너희는 알지 않는가. 내가 너희를 위해 행한 일들을 보라. 내 마음이 얼마나 뜨겁게 불타는지를 보라. 내가 너희를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쳤거늘 너희에게 또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으랴”라고 말씀하신다. 1675년 6월 성체축일 8부중 금요일에 예수성심께서 마르가리타 마리아 수녀에게 나타나셨을때 당신 불타는 성심을 보이시며 “보라 사람들을 이렇듯 사랑했고, 그들에게 이렇듯 큰 은혜를 베풀었건만 이 무한한 사랑에 대해 오직 배은망덕만 당하는구나. 내 성심은 무관심, 무례를 참고 때로는 특별한 사랑의 유대로서 내 성심과 밀접히 결합된 이들로부터 이 모든 능욕을 당하는 구나”라고 애달파 하셨다. 사랑은 사랑으로만 보답할 수 있다. 우리가 그 무한한 사랑에 보답하는 길을 예수께서는 성경을 통해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나를 사랑한다면 내 계명을 지켜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너희 사랑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임을 알리라”(요한 13,34-35, 죽으시기 전 최후만찬에서 하신 유언). 예수님은 만선만덕의 근원이요, 행복의 원천이자 영원으로부터 스스로 완전한 행복을 누리시는 분, 그 어떤 것도 부족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 자족자요 충만자이시다. 그러므로 누구나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남들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라고 하신다. 성심의 당부 예수께서는 너희 형제를 너 자신처럼 소중히 여길 것이되, 특별히 고통받고 슬퍼하는 이들, 우리 주위에서 비천하게 사는 형제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힘껏 자선을 베풀라 하신다. 이웃사랑은 곧 그리스도 당신에 대한 사랑이다(마태 25장 최후심판 장면). 또한 아직 구원의 진리를 모르고 사는 수많은 이들에게 천국의 복음을 전하여 그들도 구원받아 영생을 누리도록 당부하신다(승천시에 내리신 마지막 당부). 예수께서는 당신 형제요 제자인 우리가 당신 아버지의 뜻을 따라 세속의 갖가지 죄악에 물들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는 빛과 소금, 향기가 되어 세상을 거룩하게 하는 도구가 되라 하신다. 예수께서는 누구나 당신 제자가 되려면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일상생활에서 오는 갖가지 고통을 달게 받고 극기 절제 희생 보속 등으로 십자가의 신비를 생활화하라고 당부하신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 누구도 이 세상에서는 하느님, 그리스도를 직접 뵈올 수가 없고 오직 성경말씀 안에서, 또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를 만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언제나 그리스도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묵상한 것을 실천하여 세상에 모범이 되고, 또 예수성심의 정수(精髓)인 성체성사(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지극히 존경하고 거룩한 마음으로 모셔야 한다. 이것이 예수성심과 결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론 우리 마음이 예수성심을 얼마나 닮았느냐에 따라 우리가 하느님의 참 자녀인지 아닌지가 판가름 난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자 되어야 하느니라”(레위 19,2). 마르가리타 마리아 수녀에게 나타나신 예수성심은 태양보다 빛나고, 수정처럼 맑고 투명하고, 성심 안에 깊은 상처가 박혀있고, 성심 주위에는 가시가 둘러싸고 있고, 그 성심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이것은 우리 마음이 예수성심처럼 하느님의 사랑과 지혜로 빛나고, 수정처럼 맑고 흠도 티도 없어야 할뿐 아니라 우리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함, 즉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면서 세상의 죄악과 싸울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불꽃같은 사랑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 이때 비로소 우리 마음이 예수의 마음이 되고, 우리의 구원은 온전히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힘으로는 결코 그리스도를 닮을 수가 없으므로 언제나 하느님의 은총을 청해야 한다. 즉 ‘예수성심이여, 우리 마음을 당신의 마음과 같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끊임없이 바치면서 예수성심을 사랑할 때 비로소 우리가 예수님을 닮게 되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0년 6월 13일, 이홍근 신부(원로사목자·전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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