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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작과 끝이 같은 사람은 아룸답다
작성자이근호 쪽지 캡슐 작성일2011-02-07 조회수442 추천수6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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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상대적으로 포근하다. 매일 칼바람과 동장군으로 괴롭히더니 영하 1~2도는 포근하게 느끼게된다. 습관은 이렇게 우리를 강하게도 하지만 반대로 나태하게도 한다. 설날 끝자락이라 귀경인파가 역사대합실을 가득메운다. 마침 지하철도 귀성객에 맞추어 2시간 연장을 하여 시민의 발을 가볍게 해 준다.

그동안 추위로 몸이 불편한 김베드로형제에 대한 배려로 잠시 봉사를 접게 하였으나 오늘은 날씨가 포근하여 혹시 봉사를 오지 않나 기달여진다.

한달 반동안이나 휴식을 취하여 마음에서 봉사하는 것이 귀찮아진다고 여겨지면 그때부터는 갈등으로 시작하여 결국 굴복하게 되어 봉사를 접게 된다. 며칠전 신학교 학사님들이 이곳 역사 노숙인 철야봉사 체험을 하면서  '요셉의원'에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빵을 나누어 줄 때는 그분들로 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는데 역사대합실 봉사에서는 오는 노숙인 대부분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더니, 그 차이점은 기다리는  봉사 보다는 찾아가서 하는 봉사에 감동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특히 봉사자분들도 사명감이 아니면 이곳 철야봉사는 힘들겠다고 하며 느낀 점을 말해주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설날이 되면 노숙인들과 이심전심이랄까 고향에 대한 향수가 밀려와 섣달 그믐과 새해 아침을 우리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운영하는 '하늘다방'에서 나는 주방장 및 서빙하는 사람으로 이분들과 친교의 시간을 계속 가졌었다. 나도 경제적인 문제로 환경이 묶여서 고향을 갔다온지가 벌써 수 년이 지나가고 있고 또  언제 해결될 지도 기약이 없다. 늘 이분들에게 하는 말이 당신들이나 나나 환경은 똑같으나 당신들은 세상에 나는 하느님편에 서있는 것만이 다르다고...

그리고 당신들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의욕을 상실하여 희망의 끈을 놓거나  잃어버리고, 또 하느님이 주신 생명의 존엄성을  쓰레기 같이 버리지만 나는 주님 안에서 주님과의 관계가 올바르다면 모든 것은 다시 절서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힘주어 강조를 한다. 그러면 이분들은 환경이 같다고 하는 부분만 공감을 한다.

 

금년은 이핑계 저핑계로 시험이 들어 설날 아침을 노숙인들과 함께 하지 못하였는데 매 봉사때 만난 아줌마가 지나면서 금년 설날은 안 오셨는가 봐요 하며 나의 숨기고 싶은 마음을 송곳으로 찌른다. 시작과 끝이 언제나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하면서 항상 그렇지 못함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에스카레타를 타고 대합실에 올라가니 여기 저기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설날 연휴내내 여러봉사 단체에서 와 나누어준 선물들을 자랑한다. 또 한편에서는 막노동을 일주일이나 못하여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하며 돈도 떨어졌다고 푸념들을 한다. 여기서 제일 듣고 싶은 말은 새벽 인력시장에 가서 일 나간다는 것이다. 그 말속에는 희망이 있고 열매가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건네는 커피를 받아 마시며 내 목에 걸려 있는 십자가를 보더니 천주교에 다니시는 군요 하면서 자기는 요셉이며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냉담중이라고 하며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면서 자꾸 눈물을 흘리신다. 자기는 죄인이라고.

가끔은 이와같은 상담이 이루어 진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자기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으로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진심으로 주님의 사랑을 그분들에게 충분히 전달해 줄 수 있을 까!

부족한 사람을 다듬어 쓰임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주님 좋은 몫을 저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쪽 목발을 쓰시는 요셉이란 형제가 커피 값이라며 꾸깃한 종이 돈 만원 한장을 미안한듯 내놓는다. 마치 과부의 헌금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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