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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1-02-14 조회수925 추천수17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2월 14일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Why does this generation seek a sign?
Amen, I say to you,
no sign will be given to this generation.
(Mk.8.12)
 
 
제1독서 창세기 4,1-15.25
복음 마르코 8,11-13
 
어제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피정 강의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강의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두 달 만에 하는 강의라서 그런지 약간의 긴장을 하게 되더군요. 아무튼 긴장감을 가지고 피정자가 있는 강화도의 어느 피정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인천에서 강화 가는 길은 워낙 공사하는 구간이 많아서 도착 시간을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략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보통 넉넉하게 1시간 30분을 예상하고 출발을 하지요. 어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글쎄 신호 하나 막히지 않는 것은 물론 도로에 차도 없는 것입니다. 강화에 살았었고 또 그렇게 강화를 많이 다녔었지만, 낮 시간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결국 1시간 정도 걸리는 길을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지요.

한참을 기다려 피정 강의를 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오랜만에 하는 강의이고, 또한 그렇게 긴 강의가 아니라서 시간이 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서두른 경향이 있었고, 약간 버벅거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좋은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제 강의에 대한 시를 그 자리에서 직접 써서 선물로 주셨답니다.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즉, 내 삶에는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자체도 깜짝 놀랄만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하느님께서 이 땅에 산소를 10분만 끊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연 우리가 살아 숨 쉴 수 있을까요? 내 존재 자체도 깜짝 놀랄만한 일이고,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 역시 놀라운 하느님의 배려와 섭리 없이는 불가능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하느님께 부탁만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나만의 욕심을 채우는 부탁을 청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그리고 그 부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느님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기도 하고, 하느님께 갖은 불평과 불만을 던질 때도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이미 더 많은 것을 주고 계신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 복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나 봅니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 역시도 사람들은 하느님께 깜짝 놀랄만한 표징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 표징은 조금만 잘 살펴보면 우리의 일상 안에서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특별한 표징을 요구하기 전에, 내 곁에 있는 깜짝 놀랄만한 표징들에 감사하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어떠한 순간에서도 하느님 안에서 참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간 일이라고 해서 과거의 일로서만 처리해 버리면 미래까지도 포기해 버리는 것이 된다.(윈스턴 처칠)




쉼(조진형)

"내가 너무 빨리 걸어서 내 영혼이 나를 미처 못 따라오고 있어요. 이쯤에서 쉬면서 영혼을 기다려야 해요."

남미의 원주민 셀퍼들은 탐험대가 아무리 독촉을 해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쉴 만큼 쉬지 않고는 산을 오르지 않습니다. 고산에서 쉬지 않고 계속해서 걷게 되면 정말로 영혼이 육신과 분리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쉼표를 모두 없애도 여전히 훌륭한 음악일 될 수 있을까요? 음악에서 쉼표는 연주하지 않으므로 의미가 없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음표가 음악을 만들어 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듯이 쉼표 역시 하나 하나가 음악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것들입니다.

휴식 없는 등산이나 쉼표 없는 음악처럼 사는 인생은 마침표를 일찍 찍게 됩니다. 휴식은 세상살이에 바빠서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영혼을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2010년을 정리할 날이 3일도 채 안 남았습니다. 새해를 함께 시작하려면 영혼을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지 않으세요?
 
 
Andre Gagnon-Yester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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