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월 16일 연중 제6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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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2-16 | 조회수924 | 추천수19 | 반대(0) 신고 |
2월 16일 연중 제6주간 수요일-마르코 8,22-26
“무엇이 보이느냐?”
<고지가 바로 저긴데>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과 함께 살아가다보면서 겪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아무래도 ‘아이들의 눈이 머는 순간’입니다. 잘 지내던 아이가 갑자기 ‘맛’이 갑니다. 한치 앞도 못 봅니다.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해서는 안 될 결정을 순식간에 해버립니다.
고지가 바로 눈앞인데, 이제 조금만 더 견디면, 이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이제 조금만 더 극복하면, 졸업이고, 기반이 닦이고, 한 시름 놓게 되는데, 그걸 못 봅니다. 그냥 포기해버립니다. 그냥 떠나버립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나머지 붙들고 아무리 설명해도, 아무리 사정사정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눈뜬 소경이 따로 없습니다.
하느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역시 별반 다를 바가 없겠지요. 지난 삶을 돌아보면, 그리고 현재를 진단해보면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을 직면하기 싫어 자주 눈을 꼭 감아버립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쉽게 자기만의 안경을 쓰고 바라봅니다.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기를 씁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이런 우리를 향해 다가오십니다. 우리가 손 내밀기 전에 당신께서 우리를 향해 먼저 손을 내미십니다. 우리를 이끌고 ‘당신과 나만의’ 장소로 데리고 가십니다.
우리의 두 눈에 침을 바르시고 손을 얹으시는 예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바라시는 바가 무엇일까요?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끼고 있는 색안경을 벗어버리기를 원하십니다. 나란 존재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 무(無)임을 자각하기를 바라십니다. 거짓과 위선, 자만심과 허영을 훌훌 벗어 던져버릴 것을 요구하십니다. 나의 한계, 나의 죄, 나의 실패, 꼬이고 꼬인 내 지난 삶과의 화해를 요구하십니다.
이런 가슴 쓰린 작업이 끝나는 동시에 따라오는 은총이 있습니다. 영혼의 눈을 뜨게 되는 것이지요. 내 약함과 형제들의 약함을 동시에 받아들일 힘이 생깁니다. 나뿐만 아니라 형제들을 단죄하지 않게 될 여유가 생깁니다. 현실을 똑바로 바라볼 능력이 주어집니다.
영혼의 눈을 제대로 한번 뜨고 싶으십니까?
방법은 단 한가지입니다. 이웃들을 향한 시선을 먼저 거두십니다. 그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려보십시오. 자신을 솔직히 바라보도록 먼저 노력해보십시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닐 것입니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던 어느 날,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머리카락이 조금씩 희끗희끗해지는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우리 영혼의 눈은 활짝 떠져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 하느님도, 이웃도,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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