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래의 모든 세대를 위하여,
나와 너희, 그리고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은 이것이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하늘, 땅, 구름, 무지개.
이것이 오늘 창세기에 나오는 단어들입니다.
오늘 이 구절을 묵상하다가
독백처럼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하느님,
당신은 참으로 저희를 죽여주십니다.
물로 우리를 살게 하시지만
홍수로 우리를 죽이시고,
구름으로 하늘에 계신 당신을 볼 수 없게 하시지만
무지개로 당신과 다리를 놓으시고 희망을 주시나이다.”
노아의 얘기는 하느님의 물의 얘기입니다.
물, 홍수, 구름, 무지개 다 물의 현상들입니다.
그런데
어떤 물은 우리를 살리고,
어떤 물은 우리를 죽입니다.
어떤 물은 하느님을 가리고
어떤 물은 하느님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다 하느님의 물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은
물의 하느님이시고
홍수의 하느님이시며
구름의 하느님이시고
무지개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니 나는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물에서도, 대홍수에서도.
구름에서도, 무지개에서도.
안 보이는 하느님을 보고
절망에서 희망의 무지개를 보며
죽음에서 생명의 하느님을 봅니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구름 위에 하늘이 있듯이
하느님께서 미지의 구름에 당신을 숨기셔도
구름 사이에 당신은 무지개로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하늘이 없는 것이 아니듯
내가 모른다고 하느님이
아니 계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