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의 거지들" - 2.1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
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2-19 | 조회수396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2.19 연중 제6주간 토요일 히브11,1-7 마르9,2-13
"하느님의 거지들"
하느님께 빌어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 이게 수도자는 물론 믿는 모든 이들에 대한 정의입니다.
바로 이 미사를 통해 극명히 들어나는 진실입니다. ‘빌다.’를 사전에서 찾아 봤더니, ‘1(신이나 부처에게)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바라며 청하다. 2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간곡히 청하다. 3(남의 것을)거저 달라고 사정하다.’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느님께 두 손으로 빌고 기도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빌어먹고 사는 하느님의 거지들인 우리들입니다. 아오스팅 성인은 ‘인간은 하느님께 비는 걸인’이라 했습니다. 얼마 전 재무수사와 매달마다 하는 수도원의 수입지출 장부를 검토하던 중 저절로 터져 나온 말이 있습니다.
“삶이 곧 돈이군요.”
밖으로는 평화로워보여도 안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오고 나가는 돈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몸속의 핏줄 같은 돈의 흐름이라 돈 없으면 모든 것은 중단되어 살 수 없습니다. 더불어 터져 나온 다음 말도 잊지 못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거지입니다.”
재무수사의 다음 화답입니다.
“큰 거지이지요.”
강론 때 이 말을 인용하니 신자들 모두가 웃었습니다. ‘그럼 나는 원장이 아니라 거지대장이겠네.’ 생각하니 웃음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영성체 때 줄 서 있는 형제들의 모습도 꼭 밥을 얻어먹으려 줄 서 있는 가난한 거지들처럼 보였습니다.
‘돈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돈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돈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잘 들여다보면 ‘믿음’이 자라잡고 있습니다. 하여 ‘믿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돈에 앞서 믿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사실 없는 돈에 믿음으로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힘차게 살아가는 ‘믿음의 용사(勇士)들’을 곳곳에서 발견합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살아가듯이 돈만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믿음 없이 돈만으로 사는 사람들 돈 떨어지면 몸과 마음 곧장 무너지지만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돈 떨어져도 곧 살길을 찾아내 몸과 마음 결코 망가지지 않습니다. 돈과 믿음 모두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야 사는 하느님의 가난한 거지들인 우리들입니다.
믿음이 있어야 삽니다. 믿음은 힘이자 빛입니다. 사람의 허영과 교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안과 두려움의 약한 인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불안과 두려움의 약함을 가리려 위장의 허영과 교만입니다. 불안과 두려움의 약함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부족한 믿음이 보입니다. 믿음 부족에서 파생되는 불안과 두려움이요 허영과 교만입니다. 믿음의 빛 사라지면 불안과 두려움의 어둠이 그를 사로잡고 저절로 허영과 교만의 가면을 쓰게 됩니다.
믿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1독서의 주인공들인 아벨, 에녹, 노아 세분과 복음의 예수님의 세 제자인 베드로, 야고보, 요한 세 분 모두가 믿음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분들에게서 아니 우리에게서 믿음을 빼 버린다면 무엇이 남겠는지요. 텅 빈 공허일 것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껍데기만의 허무한 삶일 것입니다.
이 분들은 모두 믿음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믿음으로써 세상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마련되었음을, 따라서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왔음을 깨닫습니다. 믿음으로써, 아벨은 카인보다 나은 제물을 하느님께 바쳤고, 믿음으로써, 에녹은 하늘로 올려 져 죽음을 겪지 않았고, 믿음으로써 노아는 아직 보이지 않는 일에 관하여 지시를 받고, 경건한 마음으로 방주를 마련하여 자기 집안을 구하였습니다. 그 누구도 믿음이 없이는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없습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 바로 이 믿음의 실체인 영광중의 그리스도가 복음의 세 제자들에 환히 계시됩니다. 믿음의 눈이 활짝 열려 영광으로 빛나는 주님을 본 베드로의 고백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주님의 변모체험에 베드로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짐작케 합니다. 우리 역시 이 거룩한 미사 중 믿음의 눈이 열려 주님의 변모를 체험함으로 알게 모르게 정화되고 성화됨을 깨닫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주님의 관상신비체험에 안주하지 말고, 주님의 말씀 따라 일상의 삶에서 십자가 길의 여정에 충실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의 변모를 체험시켜주시고 부족한 믿음을 북돋아 주시어 오늘 하루 믿음으로 살게 하십니다.
아멘. |
||||